2011년 5월, 경북 칠곡 미군 기지에 수십 년 전 묻었다는 고엽제 등의 화학물질과 관련해서 다이옥신이 화제로 떠올랐다. 다이옥신은 그 밖에도 쓰레기 소각장은 물론, 미국 토네이도 피해지역에서도 발생되어 자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악명 높은 다이옥신, 무엇인지 알아보자.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일명 에이전트 오렌지) 드럼통. 고엽제에 포함된 불순물, 다이옥신이 문제다.
다이옥신이란?
다이옥신은 산소 원자 2개를 포함하고 있는 분자를 부르는 보통 명사이다. 그러므로 다이옥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질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다이옥신은 염소가 결합된 벤젠 2개가 2개의 산소 원자로 연결된 구조를 하고 있는 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PCDD, polychlorinated dibenzo-p-dioxin) 종류를 말한다. 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 분자의 기본 골격은 벤젠(benzene, C6H6)을 구성하는 6개의 탄소들 가운데 이웃에 위치한 2개의 탄소에 각각 산소 원자가 1개씩 결합되어 있고, 동시에 그 산소의 다른 쪽 끝에 대칭으로 또 다른 벤젠이 연결되어 있다. 마치 벤젠이 3개 융합된 안트라센(anthracene)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탄소 2개가 산소로 치환된 완전한 대칭 분자를 연상하면 된다.
이때산소와 결합이 안 된 벤젠 고리의 8개 탄소에 염소가 결합된다면 여러 종류의 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이 생성될 수 있다. 염소의 개수와 위치가 다른 다이옥신은 그 성질도 각각 다를 것이다. 약 75종류나 되는 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 중에서 7개 정도가 독성이 있다. 그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다이옥신은 4자리(각 벤젠에 2개씩)에 염소가 대칭적으로 결합이 된 화학물질인, 2,3,7,8-테트라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TCDD, 2,3,7,8-tetrachlorodibenzo-p-dioxin, C12H4Cl4O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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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PCDD)의 분자구조. |
2,3,7,8-테트라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TCDD)의 분자구조. |
다이옥신은 어디서 생기나?
생활 주변에서 검출되는 다이옥신은 약 90퍼센트가 쓰레기 소각로에서 발생된다. 유기화합물의 연소 과정에서 염소가 존재하면 다이옥신이 발생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낮은 온도에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 더 많은 다이옥신이 방출된다. 종이, PVC(polyvinyl chloride), 심지어 사람이나 동물도 염소를 포함하고 있다. 소각장 부근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이유는 쓰레기 혹은 동물의 사체에는 다이옥신 생성에 필요한 재료들(즉 유기화합물, 염소이온, 금속들)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각 등을 할 때 완전연소에 필요한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다이옥신이 생성되지 않는다.
다이옥신의 생성에 금속이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완전 연소할 때,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이 존재할 때 다이옥신이 많이 생성된다. 따라서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비철금속 제련소, 철 제련소에서도 상당한 양의 다이옥신이 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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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옥신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경우는 쓰레기를 낮은 온도에서 태울 때이다. <출처: NGD> |
금속 제련 과정 등 공장에서도 다이옥신이 나올 수 있다. <출처: NGD> |
다이옥신의 독성
다이옥신은 먹이사슬을 통해서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다이옥신이 축적되면 면역 체계에 이상을 가져오기도 하고 호르몬 조절기능에 변화를 주어 간암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이옥신의 독성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방향족 수용체에 결합된 후에 방향족 탄화수소 효소에 의해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소에 분해가 되는 다이옥신 종류들은 그나마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TCDD와 같은 다이옥신은 수용체에 단단히 결합된 후에 효소에 의해서 분해되지도 않고 DNA와 결합한다. 결국 유전정보를 교란시켜서 세포의 성장과 분할에 이상을 일으키게 되므로 환경호르몬이라는 별칭도 얻게 된 것이다. 방향족 수용체를 갖고 있지 않은 동물에게는 TCDD의 독성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결과는 이러한 사실들을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다이옥신과 고엽제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은 고엽제(defoliant)를 사용했다. 나뭇잎을 제거하여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고엽제를 오렌지색의 띠를 두른 드럼통에 운반했기 때문에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때는 우리나라 DMZ에서도 사용했다고 한다.
베트남전 당시 공중과 지상에서 고엽제를 살포하는 장면.
그러나, 고엽제 자체, 혹은 고엽제의 주성분이 다이옥신은 아니다. 고엽제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사 식물 호르몬의 일종이다. 이는 식물 대사에 혼란을 일으켜 식물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성장하여 잎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고사하도록 한다. 따라서, 고엽제를 사용하면 나뭇잎을 제거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엽제는 제초제(herbicide)로 쓰이던 2.4-D(2,4-dichlorophenoxyacetic acid, C8H6Cl2O3)와 2,4,5-T(2,4,5-trichlorophenoxyacetic acid(2,4,5-T), C8H5Cl3O3)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2,4,5-T를 만들 때 부수적으로 다이옥신이 소량의 불순물로 생성되는데, 이것이 고엽제에도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 이 다이옥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엽제의 두 성분인 2,4-D(좌), 2,4,5-T(우).
다이옥신의 규제 기준
우리나라는 다이옥신의 규제기준을 처음에는 0.5ng/m3로 정하였지만 2005년도부터는 0.1ng/m3로 더욱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 단위 ng/m3은 ppq(part per quadrillion)로 표시되며, 공기 1리터에 1피코그램(pg: 10-12 g)의 물질이 들어 있는 양이 1 ppq 이다. 이런 극미량의 다이옥신을 검출하여 그 농도를 정확히 분석하는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가 아니면 해내기 어려우며,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다이옥신의 인체에 대한 영향
다이옥신이 해로운 물질인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군사용으로 대량 사용한 결과 베트남 참전 군인은 물론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의 피해에 대한 법정 논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몇백만 명에 달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에이전트 오렌지에 의한 직접 피해를 입었고, 그 물질에 노출된 임산부로부터 기형아들이 속출하였다. 제초제로서 안전한 양보다 수십 배를 초과하는 많은 양의 고엽제를 지속적으로 살포했기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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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피해에 항의하며 기형아 아이를 안고 있는 베트남 여인. <출처: (cc) Alexis Duclos> |
TCDD가 유발하는 염소여드름(chloracne)의 사례. |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Seveso) 지방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일시적으로 누출된 사고가 있었다. 독성이 가장 강한 다이옥신, TCDD가 몇 kg 이상 유출이 되었다고 하지만 지역사람들에게 나타난 증상은 염소여드름(chloracne) 같은 방향족 염소화합물로 인한 독성 증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그 지역 사람들이 앓고 있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다이옥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들이 나왔지만, 다이옥신이 특정 질병의 원인이라는 확증은 못 내리고 있는 듯하다. 사고 직후에 그 지역의 많은 토끼나 닭같이 작은 동물들이 수천 마리 이상 즉사한 것에 비하면 불행 중 다행히도 인간의 다이옥신에 대한 저항성은 동물보다는 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이옥신은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우리 몸에 축적이 될 수 있다. 지용성 화학물질인 다이옥신은 일차로 동물 지방에 축적되고, 그것을 먹는 인간의 몸에 축적이 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이옥신의 증기압이 매우 작아서(7.4 x 10-10mmHg, 25oC) 기체로 되기는 어렵다. 아마도 세베소 지방의 다이옥신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는 것도 다이옥신의 작은 증기압 덕분인 듯싶다.
다이옥신의 발생 원인과 검출 방법을 알아냈으니 피해가 최소가 되도록 예방과 사후 대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특히 쓰레기 소각 등 우연하게 생성되는 다이옥신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글
-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일반인을 위한 저서로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2007),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2013),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 2.0](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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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1.06.09
첫댓글 한번 죽 읽었는데 연기보다는 재를 논밭등에 뭍는것이 더 해로운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