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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53
S#1. 난정 초가 마당 (밤)
당골네, 불켜진 방문쪽에 바짝 귀를 붙이고 방안을 엿듣고 있다.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혼례복을 입은채 황촛불 아래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방안이 새롭게 도배가 되어있다)
윤원형, 술잔을 입에 대려다가 넋을 잃은 듯 난정을 뚫어지게 본다.
난정 : (시선 의식하고 수줍은 듯).. 서방님, 어찌 그리 보시옵니까?
윤원형 : 으,응?..서방님?
난정 : 혼례를 올렸사오니 이제는 소첩의 서방님이시지요.
윤원형 : ..서방님, 서방님이라...?
난정 : 예, 서방님.. 분명 소첩의 서방님이시지요.
윤원형 : 내 첩첩산중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너와 이리 신방을 차리게 되니 참으로 감개무량하구나.
내 오늘밤을 맞이하기까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난정 : 서방님, 평생 소첩을 괴이시는 그 마음이 변하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윤원형 : 오냐, 내 평생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너를 아껴줄 것이니라.
난정 : 그 말씀 맹세해 주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암, 백번이라두 맹세 하구말구! (돌아앉으며) 내 이 넓직한 등짝에 업히거라!
난정 : 업히라니요?
윤원형 : 내 평생 너를 괴이겠다는 맹세로 업어주겠다 이 말이다.
난정 : 서방님, 체통이 깍이시면 어쩌시려구요?
윤원형 : 내 너를 괴이는 마음이 변치 않음을 보여주겠다는것인데 체통 좀 깍이기로서니 무슨 대수겠느냐?
(자기 등판을 툭 치며) 자, 어서 업혀보거라.
난정 : (난감한 그러나 싫지는 않은) 아이, 서방님... 망측하옵니다..
윤원형 : (재촉하듯 돌아보며) 어허, 어서 업히래두! 내 등짝이 무색하지 않느냐?
난정 : (어쩔수 없다는 듯 일어나서 업히며 애교) ..아이, 서방님도..!
윤원형 : (난정을 달랑 업고 일어서며) 허허, 난정아 네 몸뚱이는 이리도 가벼운데 내 마음은 천하를 얻은 듯 든든하구나!
(난정을 업고 방안을 돈다)
난정 : 서방님, 어지럽사옵니다. 내려주시옵소서.
윤원형 : 허허, 내려달라니?! 내 너를 평생이라도 이리 업고 다닐 것이야.
난정 : (윤원형의 목을 꼭 껴안으며).. 서방님...
S#3. 동 난정 초가 방 밖(밤)
(E) (방안에서 들려나오는) 윤원형과 난정의 웃음소리.
당골네 : (갸웃하며) 대체 뭣들을 하는게지?..어디... (방안이 궁금한 듯 손가락에 침을 묻혀 방문을 뚫으려는데)
옥매향 : (부엌에서 나와 당골네 쪽으로 다가오며) 아듀머니, 디금 뭐하는거야요?
당골네 : (당황하여 돌아보며)..쉬!
옥매향 : 아! 설거디하는거이 돕디도 않고 와 신방을 엿보고 있는기야요?
당골네 : (다가서며 궁색한) 엉?.. 난정이가 첫날밤을 잘 치루나 걱정이 돼서..
옥매향 : 뭐이 어드래요? 난뎡이가 한두살 먹은 아해인듈 아는거야요?
당골네 : 거야 그렇지만...
난정모 : (설거지라도 한 듯 부엌에서 손을 닦으며 나오는)..
당골네 : (난정모쪽으로 다가서며) 성님, 설거지는 다 끝내셨소?
난정모 : (당골네가 못마땅한 듯 앞치마에 손을 닦는다)..
당골네 : 성님, 참으로 큰 일 치루셨소. 오늘밤 신방 뒷수발은 내가 할테니 성님은 돌아가 쉬시오.
난정모 : (당골네 무시하며) 매향아, 애 많이 썼다.
옥매향 : 애는 무슨요? 밤도 늦어으니끼니 돌아가시자요.
난정모 : 그래..가자구나..
난정모와 옥매향, 돌아서 대문쪽으로 가면 당골네, 섭섭하여 멀거니 서있다.
난정모 : (대문밖으로 나가려다 방문쪽을 돌아보며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
S#4. 갖바치 마당 (밤)
갖바치, 당추, 방백인이 평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웬지 모르게 처연한 분위기.
방백인 : (갖바치 잔에 술을 따르며) 형님, 너무 섭섭해 마시오. 난정이와 윤승후관이 태어난 일시는 달라도
한날 한시에 운명을 마칠 궁합이니 천생연분 아니겠소?
갖바치 : (E) (한 잔 마시고) 모든 것이 운명인 것을.. 난정이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운명인 것을..
당추 : (하늘을 보며 한숨) 오늘따라 저 달이 처량하구먼!...
S#5. 달 (INSERT)
S#6.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김씨,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김씨의 얼굴위로 들리는.
김씨(E) : (놀란) 마마, 서방님께오서 난정이와 혼례를 올리다니요?!
S#7. 중궁전 방 안 (낮 52회 S#54의 연결)
김씨, 경악한 얼굴로 윤비를 본다.
윤비 : 이사람이 오라버니께 난정이와 혼례를 올리라 명한 것이나 진배없으니 오라버니를 탓하지 마세요.
김씨 : (더욱 놀라는)..예에? 마마께오서 명을 하셨다니요?
윤비 : 내 오라버니 안으서의 마음은 잘 압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이 사람과 오라버니에 대해 배신감과 원망하는 마음이 크실 테지요..
김씨 : (원망담긴 눈빛으로 보는) ..그걸 아시면서 어찌..어찌?!
윤비 : 허나 모두 오라버니의 전정을 위해서입니다.
김씨 : 마마, 서방님의 전정을 위해서라니요?! (눈물만 보이지 않았지 거의 우는듯) 난정이 그 애가 무엇이간데,
대체 무엇이간데 마마께오서 난정이와 서방님과 혼례를 윤허해 주신것이옵니까?!
윤비 : 난정이 그 애는 오라버니와 집안를 지켜주는 개가 될 것입니다.
김씨 : ..개요?! 개라니요?
윤비 : (끄덕)..오라버니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고,
화급의 불길이 솟아오르면 자기 몸을 강물에 적셔 불길을 꺼서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충견 말입니다.
김씨 : ...!
윤비 : 오라버니 안으서께서는 덕망이 높으신 분이니 한낱 개에 불과한 난정이를 투기하시진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김씨 : ...마마..하오나..
윤비 : 내 그리 믿느니!
김씨 : (말문이 막히는)...!
윤비 : 토사구팽이란 옛 말이 있지요.
김씨 : (보며)..토, 토사구팽이요?
윤비 : 오라버니께서 뜻을 이루신 연후에 난정이를 끓는 가마솥에 삶아버리시든 뜻대로 하세요.
김씨 : ...!
윤비 : 허나 오라버니께서 뜻을 이루시기 전까지는 난정이가 오라버니를 물어뜯지 않게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자기 살점이라도 떼어 주시는 마음으로 난정이를 감싸 주세요. 이 사람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김씨 : ...마마..!
윤비 : (낮지만 강요하듯) 내가 그리 조치한 것은 우리 윤씨가문의 장래를 위한 조치이니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내 뜻에 따라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김씨 : ...
S#8.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현실)
김씨,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다.
김씨(E) : ...마마, 소첩은 중전마마의 뜻을 모르겠사옵니다. 모르겠사옵니다...
소첩같이 속좁은 아녀자에게 어찌 마마의 크고 깊으신 뜻을 감당하라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참으로 원망스럽사옵니다.. 마마가 원망스럽사옵니다..흐흑..
S#9. 난정 초가 방 안 (밤)
윤원형, 술 한잔을 호탕하게 마시고 잔을 내려 놓는다.
윤원형 : (술상을 한 옆으로 치우며) 난정아, 이제 얼추 해시(亥時)가 된 듯하니..자리에 들자구나.
난정 : (부끄러운 듯 다소곳하게 숙이는)...
윤원형 : (난정의 뒤로 다가가 가채에 족두리-혹은 비녀-를 내려주며) 온종일 무거운 가채를 얹고 있었으니 얼마나 괴로웠겠누?..
(힘겹게 가채를 내려주며).. 참으로 무겁기도 하구나.. (난정의 앞으로 다가 앉으며 저고리 고름을 풀려고 하는데)..
난정 : (윤원형의 손을 쥐며) 서방님!
윤원형 : 왜 그러느냐?
난정 : 소첩, 저고리 고름을 풀기전에 서방님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 (불안한 듯) 또, 무슨? 무슨..?!
난정 : 서방님이 소첩을 안해로 맞아들이시는 까닭이 소첩이 계집으로 탐나시기 때문이옵니까?
아니면 장차 서방님의 전정에 도움이 되는 장자방으로 쓰임을 위해서 이옵니까?
윤원형 : 난정아, 그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내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속에 담아 두었음을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난정 : 그 말씀 진정이시옵니까?
윤원형 : 암, 총명한 머리야 뉘게든 빌릴 수 있지만 양귀비가 환생한 것 같은 너를 내 또 어디서 만날 수 있단 말이냐?
난정 : (미소) 서방님, 말씀 믿겠사옵니다.
윤원형 : 고맙구나. 자, 허면.. (다시 난정의 저고리 고름을 풀려는데)
난정 : (다시 윤원형의 손을 막듯이 잡는다)..
윤원형 : 어허, 난정아 왜 또 그러느냐? 내 애간장 녹는꼴이 보고싶은게냐?
난정 : (수줍은 듯) 서방님, 방안이 너무 밝사옵니다.
윤원형 : (알아듣고 웃으며) 오냐, 알았느니.. (황촛불을 손으로 꺼버린다)
S#10. 동 난정 초가 방 밖 마당 (밤)
방문에 비친 불빛이 꺼진다.
길상, 한곳에 모습을 드러내며 불꺼진 방문을 본다.
길상, 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격정을 참아내는 듯 주먹을 꽉 움켜쥔다.
길상 :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S#11.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김씨, 생각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난정(E) : (요사스러운 웃음소리) 호호호!
김씨 : (소리가 들리는 쪽을 휙-돌아보는)...!
S#12. 난정 초가 방 안 (밤, 김씨의 상상)
웃음소리와 함께 과장된 장면들이 펼쳐진다.
1) 윤원형, 난정을 등에 업고 어루고 있다.
2) 난정, 술잔을 입술에 적시며 요염한 눈빛으로 윤원형을 본다.
-윤원형, 황급하게 난정의 저고리 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벗겨낸다.
윤원형, 난정을 반짝 안아들고 요위에 눕힌다음 그 위로 쓰러진다.
3) 윤원형과 난정, 웃으며 금침속에서 서로를 어루고 있다.
S#13.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현실)
난정,윤원형 : (E) (점점 커지는 웃음소리) 호호호! 허허허!
김씨, 고통스럽게 귀를 틀어 막으며 도리질 친다.
김씨, 어느순간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뛰쳐 나간다.
S#14.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밤)
김씨, 방안에서 뛰쳐나와 버선발로 우물가로 달려간다.
김씨, 우물에서 급하게 두레박을 퍼올려 물을 길어올린다.
김씨, 머릿속에서 타오르는 번뇌와 잡념을 식히려는 듯 두레박 물을 머리위로 쏟아 붓는다.
김씨 : (온통 물에 젖은채 흐느낌을 터뜨리는)...!
달빛 아래서 처연하게 흐느끼는 김씨의 모습에서 F.O
S#15. 편전 외경 (낮. F.I)
중종 : (E) 오늘 경연은 이만 파하도록 합시다.
S#16.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이유청(*)과 홍경주, 김안로와 대신들과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 있다.
중종 : 과인이 오늘 원자가 보양관들 앞에서 소학을 훈독하는 것을 친견하고자 함이니
(농조) 경들은 과인을 나태하다 탓하지 말고 깊이 헤아려주시구려.
김전 :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자애하시는 것은 이나라 종사를 강건히 하시는 초석이온데 신들이 어찌 탓을 하겠사옵니까?
중종 : 과인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니 고맙구려, 영상.
김전 : 황공하옵니다.
김안로 : 전하, 원자아기씨께오서 비록 연소(年少)하시오나 성품이 의젓하시옵고 학문의 소양이 출중하시오니
이번에 강학청(講學廳)을 설치하시어 원자아기씨께 학문을 강하도록 하심이 어떠하올런지요?
중종 : (흐뭇하지만) 허허, 아직 어린 원자에게 과하신 말씀을 하시는구려.
홍경주 : 전하. 원자아기씨의 자품(資 )이 탁월하신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일이옵니다.
조속히 원자아기씨의 성군의 자질을 일깨우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 남곤을 보며).. 좌의정께서도 원자가 성군을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시오?
남곤 : 예, 원자아기씨께오서 장차 대통을 이으시오면 동방의 요순이 되실 것이오니
이나라 조정과 신민의 큰 복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흡족한) 허허, 경들께서 원자를 이리 받들어주시니 과인의 마음이 든든하구려. 허허허.
김전과 남곤, 홍경주, 김안로등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S#17. 중궁전 방 안
윤비,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배를 어루며 앉아있다.
윤비, 새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엄상궁 : (E)(방밖에서)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 (보며) 어서 뫼시어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종 :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중전, 심기는 어떠하시오?
윤비 : (앉으며) 전하께오서 시시때때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어 신첩과 태아의 안위를 염려해주시오니
신첩, 전하의 우악하오신 성총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옵니다.
중종 : 허허, 지아비가 지어미와 자식을 염려하는 것은 인지상정인것을요.. 중전 잠시 이리 다가앉으시구려.
윤비 : 예에?
중종 : (미소) 어서요.
윤비 : (중종 옆으로 다가앉는)...
중종 : (윤비의 배에 손을 대며) 복중의 태아가 잘 지내는지 과인의 손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구려.
윤비 : (난감하여)..전하, 궁인들에게 견모(見侮)되시옵니다.
중종 : 허허, 군주는 무치(無恥)라 했거늘 누가 과인을 흉을 보고 책을 잡는단 말이오?
윤비 :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전하..
중종 : 허허, 이리 부끄러워 하시다니요? (놀리듯) 이럴 때 보면 중전께서도 영락없는 숫각시같구려?
윤비 : (더욱 수줍은)...전하, 신첩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윤비의 손을 살포시 쥐며) 그래요..중전께서 각별히 태교에 마음을 쓰시어 원자와 같이 총명한 대군을 생산해주세요.
윤비 : ('원자와 같은?' 미묘한 느낌).. 예..전하..
중종 : 중전, 과인이 이번에 원자의 교육을 위해 강학청을 설치하고자 하오.
윤비 : ..강학청이라니요? 원자가 아직 연소하온데..
중종 : (끄덕이며)..과인도 아오, 허나 조정신료들이 저리 성화를 하니 과인인들 어쩌겠소?
윤비 : (E) ..조정신료들이 성화를 한다?
중종 :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어린 나이에 격식을 익히고 공부에 정진해야하니 가뜩이나 체질이 약한 원자가 걱정이구려.
윤비 : ..신첩이 원자를 무탈하게 보살필 것이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중종 : (믿음직하게 보며) 중전께서 원자를 각별하게 괴이시는 것은 잘 알지만 원자에게 더 더욱 마음을 써주시구려.
윤비 : (조아리며) 예, 신명을 다 하겠사옵니다.
중종 : 고맙소, 과인은 중전만 믿겠소.
윤비 : 전하, 저녁수랏상이 들기전에 잠시 옥체를 눕히시지요. 신첩이 다리라도 쳐드리겠사옵니다.
중종 : 아니오, 중전.. 과인은 원자의 소학훈독을 친견하러 가는 도중에 잠시 발걸음을 한것이니 이만 일어서리다.
중종,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 일어나 조아린다.
윤비, 방문이 닫히면 보료위에 앉으며 원자와 태아의 장래에 대한 생각이 교차되는지 뭔가 심각한 표정이 된다.
윤비 : (마치 뱃속의 태아를 보호하듯 두손으로 감싸쥐며)...!!
S#18. 대궐 후원 일각
중종과 원자, 손을 잡고 담소를 나누며 거닐고 있다.
그 뒤로 대전내관과 김상궁, 보모상궁인 박상궁과 상궁나인들이 따른다.
중종, 애정이 담뿍 담긴 눈으로 원자를 보고 뭔가를 물으면 원자, 또박또박 답변하는 모습들 위로.
해설(NA) : 중종은 재위기간 동안 세분의 정비와 후궁 일곱분으로부터 9남 11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 중에서도 장경왕후의 소생이었던 원자에 대한 총애가 각별 했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원자가 총명했던 적통대군이었던 까닭도 있었지만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은지 이레만에
산후더침으로 돌아가시어, 생모 없이 자란 원자에 대한 연민이 더해진 것이기도 했다.
중종, 허허허 흡족하게 웃으며 원자와 걸어간다.
S#19. 근처 일각
복성군, 나무기둥에 숨어 중종과 원자가 거니는 것을 보고 있다.
복성군 : (분이 치미는 듯 어금니를 깨물며)...!
복성군, 몸을 휙-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2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발너머에 앉아있는 남곤을 가시돋은 눈으로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요?! 동방의 요순이요?! 원자가 동방의 요순이 되면 우리 복성군은 대체 어찌 하란 말씀이십니까?!
남곤,심정 : (바늘방석에 앉은 듯 난감한)...
경빈 : 좌의정대감! 사람의 뒷통수를 이리 치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전하께오서 원자에 대한 총애가 각별하시고
중전께서 회임을 하셨다고 이제와서 새 신발로 갈아 신으시겠다는 심사이십니까?!
남곤 : 마마, 그런 것이 아니옵고..
경빈 : (연상 꽝!) 좌의정 대감의 발명 따윈 듣고 싶지 않습니다! 허니 이사람과 복성군쪽에 서실 것인지
아니면 원자쪽에 서실 것인지 속내를 분명히 밝히시라 이 말씀입니다!!
남곤 : (자존심이 상한)..!
심정 :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좌의정대감께서는 유비무환을 하시자는겝니다.
경빈 : 유비무환이라니요?
심정 : 만에 하나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신다면 왕실은 물론이고 조정의 저울추가
중궁전으로 기울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경빈 : ('그럴 것이다' 보는) ...그 말씀은 내 이미 아는 터!
심정 : 그때가서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느니 지금부터라도 원자아기씨께 힘을 실어주어 중궁전과 맞서게 하자는 생각이옵니다.
경빈 : 허나 이러다 원자가 왕세자에 책봉이라도 되면 어찌되는겝니까?
남곤 : 마마, 신들은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도록 조정 신료들과 손을 잡고 혼신을 바쳐 충성을 다 할것이옵니다.
하오니 신들을 믿어주시옵소서!
심정 : 믿어주시옵소서!
경빈 : (가늘게 보는)...!!
S#21. 대궐 일각
남곤과 심정,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남곤 : (멈춰서서 하늘을 보며 허공을 보며 자괴감의 한숨) 허.. 일국의 정승이란 자가
후궁마마의 꾸지람에 혼비백산을 하다니..허!!
심정 : 대감, 경빈마마께오서도 중궁전의 회임으로 오죽이나 답답하셨으면 이러시겠소이까? 허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남곤 : 예, 이사람도 잘 아외다.. 헌데 당장 뾰족한 수가 보이지가 않으니.. 참으로 걱정이오.
심정 : (바짝 붙어서며) 대감, 소문 들으시었소이까?
남곤 : 소문이라니요?
심정 : 이번에 대국에서 돌아온 역관들 말로는 대국의 조정에 줄이 닿는 거상이 조선땅에 들어왔다고 하옵니다.
남곤 : 거상이요?
심정 : 예, 그 거상을 우리쪽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복성군을 왕세자로 밀어올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옵니다.
남곤 : (눈이 번쩍하며 끄덕이는) 암요!.. 허면 화천군께서 그 자의 행방을 수소문 해보시구려.
S#22. 장씨의 집 사랑채 마당
장씨(*도포차림)와 백치수가 꽤 넓은 사랑채를 둘러보고 있다.
그 뒤를 곽서방이 따르고 있다.
장씨 : 집이 제법 쓸만하군요.
백치수 : 허허, 쓸만하다니? 십수년전 이나라 조정을 쥐락펴락 하셨던 어느 재상께서 낙향하시면서 비워놓으신 집일세.
이 사랑채 방안에서 조정의 중대사가 논의되고 결정된 유서깊은 댁이라네.
장씨 : (미소) 이리 편협한 곳에서 정사를 논하였으니 조선의 정치가 아녀자 소견머리 보다도 좁아터졌던게지요.
백치수 : 허허, 이 집이 자네 마음에 차지 않으면 내 다른 집을 소개함세.
장씨 : 아니오, 이 집을 통째로 사랑으로 쓰면 그런데로 지낼만은 하겠소.
백치수 : 허허.. 과연 장대인다운 생각이시구먼.
장씨 : 곽서방, 자네가 집안 구석구석 손 좀 보게.
곽서방 : 예, 어르신,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요.
백치수 : 내 자네의 거처를 마련해 줬으니 자네도 내 청을 들어줘야지?
장씨 : 청이라니요?
S#23.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와 백치수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씨 : 능금이란 아이의 독선생 노릇 말이오?
백치수 : 어찌하실 작정인가? 그 애를 이대로 내팽겨쳐 둘 셈인가?
장씨 : (차한모금 마시고) 그거야, 그 애가 어찌 하느냐에 달렸지요.
백치수 : 정녕 능금이가 손가락을 잘라 버려야 거두어 주시려는가?
장씨 : (피식) 잘라 버리랬다고 잘라내는 아둔패기는 데려다 엇다 쓰겠소?
백치수 : 허면?
장씨 : 기다려보면 답이 나올테니 조금더 기다려 보시지요. (차 한잔 마시는)
백치수 : ...
S#24.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 평상위에 놓인 밥소반 앞에서 물사발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달래가 방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송서방 : (물사발 내려놓으며) 크, 잘 먹었다. 헌데 능금이는 워째 방안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하는겨?
달래 : 그러게요.. (밥소반을 들며 걱정되는 표정으로 방쪽을 돌아보는)..
S#25.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다.
능금의 얼굴위로.
S#26. 후레쉬 백(52회 S#36의)
장씨에게 연속으로 따귀를 맞는 능금.
장씨 : 네 년이 손가락을 잘라 도둑질 재주를 버리기 전엔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터이니 그리 알아!
S#27. 동 남소문 객주 방 안
능금, 독기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휙-쳐든다.
능금 : (E) 내가 장대인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길상이 목숨도 끝장이야. 끝장...!
능금, 결심한 표정으로 품에서 쪽칼을 꺼내 칼집에서 뽑아든다.
능금, 왼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짚고 쪽칼을 든 오른손을 들고 내려찍을 듯이 노려보다가 칼을 번쩍 치켜드는데.
백치수 : (방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능금을 보고 놀라) 능금아!
능금 : (그대로 쪽칼로 휙-내려찍는다)
백치수 : ...!
능금, 왼손등 옆의 방바닥에 꽂히는 쪽칼.
백치수 : (다가와서 쪽칼을 빼앗고 뺨을 찰싹-친다) 능금아, 네 이게 무슨 못난 짓거리냐?!
능금 : (글썽) 그럼 날보고 어떡하란 말이오? 내가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길상이가 죽게 생겼는데!
백치수 : (버럭) 애들처럼 투정부리지 말아라!
능금 : (보는)...!
백치수 : 니가 장대인한테 손가락을 잘라주면, 다음엔 손모가지를 잘라내라 할것이고
나중엔 네 목을 네 스스로 도려내라 할 것이야. 그걸 어찌 모른단 말이냐?!
능금 : (눈물 줄줄) 아저씨, 허면 어쩌라구요?
백치수 : 네 머리로 잘 생각해 보거라! 내 당분간 송도에 가있을테니 내게다 도움을 청할 생각일랑은 말고!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능금 : (E) 당분간 송도에 가 있겠다? 그러면 길상인 어찌 되는게냐?
능금 : (벌떡 일어서며) 도주어른! (방밖으로 쫓아나간다)
S#28.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지임, 대청에 서서 임서방을 불러대고 있다.
윤지임 : 임서방-임서바앙-
임서방 : (윤지임 앞으로 뛰어오며) 대감마님, 찾으계시옵니까?
윤지임 : 임서방, 원형이가 엊그제부터 뵈지가 않으니 그 애가 대체 어딜 간겐가?
임서방 : (난처한) 예에?.. 이놈도 나으리께오서 계시온 곳을 알지 못하옵니다.
윤지임 : 허면 원형이가 자네한테 기별 없이 종적이 묘연하다 이 말인가?
임서방 : ('알고 있지만' 조아리며) ..송구하옵니다.
윤지임 : (뭔가 갸웃하는) ..어허, 원형이가 어딜 갔을꼬?
윤원로 : (다가오며) 아버님, 원형이 걱정은 하지 마시옵소서. 어디 기방에 박혀 술독에 빠져 있을겝니다.
윤지임 : 뭬야? 술독에?!
윤원로 :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하오니 아무 걱정 마시옵고 잠시 드시지요,
소자가 긴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지임을 부축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29. 동 윤원형 안채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윤원로를 보며 말한다.
윤지임 : 뭬라? 은자 오만량을 마련해 달라?
윤원로 : 예, 아버님. 이번에 들어온 중전마마의 회임 하례물을 내다 팔아 소자의 손에 오만량만 쥐어 주시오면
승정원 승지자리를 꿰어찰 수 있을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네 지금 그걸 말따위라고 하는게냐?
윤원로 : 말따위라니요? 십만냥짜리 관직을 절반값에 얻는 일이니 거저나 진배 없지 않사옵니까?
윤지임 : 원로야, 너야 말로 제버릇 개 못준게냐?! 승정원이 어떤 자린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냐?
윤원로 : 주상전하의 어명을 출납하는 곳이 아니옵니까?
윤지임 : 그걸 알면서.. 너같은 까막귀가 어찌 전하의 어명을 잘 받들 수 있겠느냐?
윤원로 : 소자, 전하 앞에서는 그저 지당하시옵니다하고만 아뢰면 만사형통이 될 것으로 아옵니다.
설마하니 전하께오서 매부가 되는 소자를 내치시기야 하시겠사옵니까?
윤지임 : (어이없어 보는)..뭐야?
윤원로 : 아버님, 소자가 주상전하를 곁에서 보필하고 있사오면 누구도 우리 가문의 광영일뿐만이 아니오라
중전마마께오서도 든든하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지임 : 원로야, 네 이번에 하례물에 털끝만치라도 손을 댔다가는 이 애비가 내쫓을 것이니 그리 알거라!
윤원로 : 아버니임..
윤지임 : 어허, 내 말 명심, 명심하거라!
윤원로 : ...
S#30.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김씨, 무표정하게 자수를 놓고 있다.
앞에 앉아있던 배천댁과 탄실이가 김씨의 눈치를 보다가 말한다.
배천댁 : 저..아씨..
김씨 : 왜 그러는가?
배천댁 : 아씨께오서 걱정도 아니되시옵니까?
김씨 : 걱정이라니?
배천댁 : 나으리께오서 합궁하시는 날 관복차림으로 출타를 하시었다가 여지껏 기별도 없으신 것이 아무래도..
김씨 : 배천댁, 괜한 입방정 떨지 말게!
배천댁 : (찔끔)...!
김씨 : 탄실아, 나가서 냉수 한 사발 떠오너라.
탄실 : 예, 아씨. (일어나 밖으로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다시 무표정하게 자수를 놓다가 문득 한숨을 내쉬며 어딘가를 본다)
S#31. 난정 초가 방 안
윤원형, 홑저고리 차림으로 목침을 베고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윤원형 : (손가락을 꼽아보며) 허어, 벌써 사흘이 지나다니.. 이거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줄 몰랐구먼!
윤원형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단호한 김씨의 모습.
김씨 : (기존촬영 INTER CUT) 서방님, 소첩 난정이만은 용서할 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 (E) (걱정되는) 부인께 어찌 말을 해야 할지.. 허어, 참..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난정 : (E) (방밖에서)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방문을 열고 목판에 꿀물대접을 받쳐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며)
서방님, 기침 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농조) 내 날마다 새벽닭이 울어야 잠에 드니 눈앞에 아롱다롱 무지개가 어른 거리는 듯 하구나.
난정 : (부끄러운 애교) 아이, 서방님도.. 드시옵소서. (건네며) 꿀물이옵니다.
윤원형 : 오냐, 내 안그래도 갈증이 나던 참이었느니. (받아들고 시원스럽게 마신다)
난정 : 서방님, 일어나시어 의관정제를 하시옵소서.
윤원형 : 의관정제를 하라니? 왜?
난정 : 사흘 신방도 지났으니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알현하고 혼례인사를 여쭈어야지요.
윤원형 : (짐짓 손가락을 꼽는 시늉) 뭐라, 벌써 사흘이 지났단 말이냐? 허어, 내 꿈결에 무릉도원을 거니는 꿈을 꾼듯하구나.
난정 : (보며 미소) 서방님, 혹시 아우님께 뭐라 발명해야 하실지 걱정되시지는 않사옵니까?
윤원형 : 발명이라니?! 내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고 당당히 혼례까지 올렸거늘 어찌 마누라 눈치를 보겠느냐?!
만에 하나 마누라가 이번일로 패악이라도 부린다면 당장 내쫓고 난정이 너를 본처로 들어앉힐 것이야!
난정 : (진지한 눈빛) 서방님, 그 말씀 진심이시옵니까?
윤원형 : (그 진지한 눈빛에 질려) 으응?.. 말인즉슨 그렇다는 말이지..
난정 : (낙심하는)..그러시겠지요.. 소첩 같은 것이 어찌 언감생심 정실 자리를 바라겠사옵니까?
서방님께오서 혼례를 올려주신것만도 감지덕지 하옵지요.
윤원형 : (괜한 헛기침) 험험..
난정 : (농문을 열고 관복을 내놓으며) 하오면 소첩 잠시 나가있겠사옵니다. (꿀물 대접을 목판에 받쳐 들고 일어나서 나간다)
윤원형 :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S#32. 동 난정 초가 마당
난정, 빈 꿀물대접을 목판에 받쳐들고 부엌쪽으로 가려다가 흠짓 멈춰선다.
길상, 한편에 서서 난정을 강렬하게 바라본다.
길상 : (애증이 뒤섞인 눈빛)...!
난정 : (담담한)...!
윤원형 : (E) (방안에서) 난정아- 내 각대(角帶)는 보지 못하였느냐?
난정 : (방쪽을 돌아보며) 서방님, 소첩이 찾아드릴테니 잠시 기다리시옵소서.
난정, 다시 길상쪽을 돌아보는데 어느새 사라진 길상.
난정 : ...!
난정,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목판을 내려놓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33. 중궁전 외경
윤원형과 가채를 얹은 난정이 화사한 당의를 입고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엄상궁 : (E) 중전마마, 윤승후관과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34.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과 난정,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린다.
윤비, 흐뭇한 미소로 두사람을 본다.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와 합환주는 잘 나누셨습니까?
윤원형 : 예, 모두가 중전마마의 하해와 같으신 보살핌 이신줄 아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성숙한 자태를 보니 어느 내외명부가 너와 자색을 겨룰수 있을꼬?
내 같은 여인의 눈으로 보아도 네 미색에 시샘이 날 듯 싶구나.
난정 : (납짝 조아리며)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소첩은 평생 중전마마의 발치를 지킬 것이옵니다.
윤비 : (흡족한 끄덕끄덕)..난정아, 네 이제 댕기머리 계집애가 아닌 한사람의 여인이 된 것이야.
허니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조심할 것이며 네 지아비이신 오라버니께 성심을 다바쳐 내조를 해야 할 것이야.
난정 : 그 말씀 소첩 가슴 속에 깊이 깊이 새겨 넣겠사옵니다.
윤원형 : 마마, 존체는 어떠시옵니까? 복중의 아기씨께오서도 평안하시옵지요?
윤비 : ..예, 그보다는 오라버니가 걱정입니다.
윤원형 : 예에? 마마께오서 시생을 걱정하시다니요?
윤비 : 이사람이 스무여샛날 오라버니 안으서를 불러들여 오라버니와 난정이의 혼례에 대해 언질을 주었습니다.
윤원형 : (화들짝 놀라) 예에?! 허면 시생 마누라가 난정이와 혼례를 치룬 것을 알고 있다는 말씀이옵니까?!
난정 : 서방님, 어찌 그리 놀라시옵니까?
윤원형 : 노,놀라다니?! 놀라긴 누가?!
윤비 : 오라버니, 어차피 한번은 치루셔야 할 일입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란 옛말이 있지않습니까?
허니 안으서께 행여라도 감추거나 속이실 생각은 마세요.
윤원형 : 예, 시생도 그리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와 혼례까지 올리셨으면 마땅히 안해 대접을 해주세요.
귀밑머리를 풀어올린 사람에게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듣기 민망합니다.
윤원형 : (숙이며) 예, 그리하옵지요.
난정 : (윤비를 뭉클하여 보는)..마마..
윤비 : (난정에게 이심전심의 미소)...
S#35. 어느 길
윤원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앞서서 걷고 있고 그 뒤를 사인교와 난정을 태운 가마가 따른다.
윤원형 : (E) 잘못했다간 집안에 큰 사단이 날수도 있음이야.. 이 일을 어찌 풀어야 하누? (한숨을 푹 내 쉰다)
난정 : (E) (가마속에서) 서방님! 서방님!
윤원형 : (돌아보고 난정의 가마쪽으로 붙어서며) 무슨일이냐, 난정아!
난정 : (가마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서방님, 중전마마의 말씀을 그새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중전마마의 말씀?.. (이마를 툭 치며) 아차, 그렇지.. 험,험..부인 무슨 일로 나를 부르셨소이까?
난정 : (듣기 싫지 않은 미소)..서방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서방님 한숨 내쉬시는 소리에 가마가 들썩들썩 하옵니다.
윤원형 : 허허, 부인 풍도 참 세시구려?! 근심은 무슨요?! (자기도 모르게 한숨)
난정 : 서방님 마음을 소첩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사흘동안 댁에 기별도 못하시고 외박을 하셨사오니 한시가 급하시겠지요.
난정 : (E) 소첩, 예서 혼자 갈 수 있사오니 서방님께오서는 교동 본댁으로 길을 잡으시지요.
윤원형 : 아니다, 내 그리 할 수는 없느니.
난정 : 소첩의 마음이 불편하여 그렇사오니 소첩 뜻에 따라주시옵소서.
윤원형 : 부인의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려. 허면 내 교동으로 길을 잡겠소. 내 기별을 하리다.
난정 : 허면 살펴가시옵소서. (조아리고 가마창을 닫는다)
윤원형 : (난정가마 교꾼들에게) 아씨를 잘 뫼시어라!
교꾼들 : 예!
윤원형, 멈춰서서 난정의 가마가 떠나가는 것을 보고 다른 길로 몸을 돌려 걸어간다.
윤원형의 뒤를 따르는 사인교.
S#36. 다른 길
난정을 태운 가마가 오고 있다.
S#37. 동 난정의 가마 안
난정 :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가마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잠시 멈추시게!
교꾼 : (E) (가마가 멎는 느낌과 함께) 무슨 일이십니까요, 아씨?
난정 : 다시 대궐로 길을 잡게!
교꾼 : (E) 예.
난정 : (가마창문을 닫고 뭔가 생각하는)...!
S#38. 동 난정의 가마 밖 길
교꾼들이 난정이 탄 가마를 반바퀴 돌려 반대편 길로 간다.
길상 : (몸을 드러내어 난정의 가마의 뒷모습을 보는)...
S#39. 윤원형 집 대문 앞
윤원형, 사인교를 이끌고 계단쪽으로 다가와 멈춰선다.
윤원형 : (E) (대문을 올려다 보며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그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느니!
내 한번 부딪쳐 볼것이야!
윤원형, 휘적휘적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위로.
윤지임 : (E) 원형아, 네 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코빼기를 들이대는게냐?
S#4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그 옆에 윤원로가 앉아있고 그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 예, 아버님, 그게 저...
윤지임 : 네 혹시 그 닐니리야하고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윤원형 : (당황하여) 그,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윤지임 : 에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뒤로 너희들 마음이 다시 해이해 진 것 같구나.
윤원형 : 아버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것이오니, 이번 한번만 소자의 철없는 행동거지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시옵소서.
윤원로 : 원형아, 제수씨께서 화가 단단히 나신 듯 한데 어찌 풀려하느냐?! 네가 기방에 사흘씩 쳐박혀
제수씨를 소박맞혔다는 말이 영상대감이나 희락당대감 귀에 들어갔다간 네 전정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게야.
윤원형 : ..!
S#41.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윤원형, 초당 방쪽으로 걸어오는데 마루에 서있던 배천댁이 다가오며 조아린다.
배천댁 : 나으리, 이제오십니까요?
윤원형 : 오냐, 험허.. 헌데 아씨께선 안에 계시느냐?
배천댁 : 예, 아씨께오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방안에다) 아씨, 나으리 드셨사옵니다.
김씨 : (E) (방안에서) 뫼시게.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방안에서 나오는 탄실이가 고개를 조아린다.
S#42.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문을 들어와 앉으면 김씨, 섰다가 뒤따라 앉는다.
윤원형 : 부인..저..말이오.. 내 부인 볼 낯이 없구려..
김씨 : ...
윤원형 :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중전마마께 전후사정을 들으셨을테니 내 거두절미하고 말하리다.
부인, 이번 일을 없던 일로 치고 그냥 넘어가 주시오. 허면 차후로 내 이런 일로 부인의 속을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안하리다.
김씨 : ...
윤원형 : 부인, 내 말을 믿어주시구려.
김씨 : ...
탄실 : (E) (방밖에서) 아씨, 탕약들어가옵니다.
김씨 : 들이거라.
탄실, 방문을 열고 들어와 탕약 사발을 놓고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탕약 사발을 건네며) 서방님, 드시지요.
윤원형 : (받으며) 이게 무엇이요, 부인?
김씨 : 사흘동안 신방을 차리시느라고 기력을 탕진하셨을테니 원기를 보하는 탕약이옵니다.
윤원형 : (뭉클하여)..부인, 고맙소
김씨 : ..서방님께서 난정이와 혼례를 치루셨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하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고맙소, 부인. 참으로 고맙소이다. 역시 부인은 조강지처이시오. (약사발을 들어 마시는데)
김씨 : 하오나 소첩 이번일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마시던 약을 움찔 멈추고 보는)...!
김씨 : (어딘가 싸늘한 표정)...
S#43. 중궁전 외경
난정, 중궁전 계단위를 걸어올라 가는 모습 위로.
윤비 : (E) 난정아, 네 어찌 발길을 되돌려 교태전에 다시 들었느냐?
S#44.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 앞에 앉아 말한다.
난정 : 소첩, 아까는 서방님께서 계시어 말씀을 여쭙지 못했사옵니다. 마마, 경빈의 일은 어찌 처결하려 하시옵니까?
윤비 : 네 경빈의 일을 묻고자 되든것이더냐?
난정 : 마마, 현명하게 대처하셔야 하옵기에...
윤비 : 내 네 말대로 경빈을 내버려둔 채 그 행보만을 주시하고 있느니라.
난정 : 마마, 잘 하시었사옵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무사히 생산하실때까지는 경빈을 가만 내버려두심이 옳을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정말 이번에 내가 대군을 낳을 것이라 확신하느냐?
난정 : (자신감 가득한 미소 쌩끗) 예, 마마. 소첩을 믿으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선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얕은 한숨) ..헌데 대군만 낳으면 뭐하누?
난정 : 예에? 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주청을 받아들이시어 원자를 교육할 강학청을 설치하시기로 뜻을 정하셨다..
난정 : 예에? 강학청을요?!
윤비 : 그래..원자가 강학청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곧이어 왕세자로 책봉될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지 않겠느냐?
난정 : 마마, 아니되옵니다. 원자아기씨께오서 이리 서둘러 왕세자로 책봉되시오면 아니되옵니다.
윤비 : 원자가 왕세자로 책봉되는 것이야 무에 걱정이겠느냐만은 마치 조정신료들이 의기투합하여
내가 대군을 생산할 것을 대비해 어린 원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듯 싶어 마음이 편치가 않구나.
난정 : (혼란스러운)...!
윤비 : 정황이 이러할진대 내가 대군을 생산해 본들 무슨 보람이 있겠느냐?
난정 : 소첩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원자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오면 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든 공주를 생산하시든
저들이 더 이상 중궁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럴게야.. 오라버니들의 전정도 흐려지실 것이고...
난정 : 마마, 중전마마를 견제하려는 조정의 야합을 깨뜨려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게 무슨 방도라도 있는 것이냐?
난정 : 마마, 경빈에게 손을 내미시옵소서.
윤비 : 뭐라? 난정아, 이번에도 경빈과 손을 잡으라는 것이냐?
난정 : 마마, 일전엔 중전마마의 구명을 위해서였다면 이번에는 중전마마의 복중 아기씨의 밝은 장래를 위해서이옵니다.
윤비 : (배를 만지며) 복중 태아의 밝은 장래?
난정 : (결연하게) 예, 마마!
윤비 : (생각하다) 허나 경빈이 내가 내민 손을 순순히 잡아 주겠느냐?
난정 : 경빈 역시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 두려워 조정의 야합에 동참을 했을 것이오나
내심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는 것에 불안해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허니 경빈이 중전마마의 손을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하오나, 그 전에 경빈이 중전마마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경빈의 기세부터 꺽어 버리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음!
S#4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앉아서 뭔가를 생각중이다.
경빈 : (E) 중전의 회임을 경계하다가 원자에게 뒷통수를 맞을수도 있음이야..
중전이 대군이 아닌 공주를 생산 한다면 만사형통이 될터인데...
(문득) ..중전이 낙태를 한다면?!.. 중전이 낙태를 한다면..? 그렇지! 수랏간 나인을 은밀히 은밀히..
경빈, 연상서랍을 열고 그 속에서 뭔가를 꺼낸다. 종이를 펼치면 하얀 가루약이다.
경빈, 섬뜩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노려본다.
S#46.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대청에 앉아있는데 난정,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난정 : (금이를 보며) 금아.
금이 : (난정을 보고 움찔 놀라는) ..아이고 깜짝이야!
난정 : (미소) 네 어찌 사람을 보고 그리 놀라느냐? 어서 경빈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 (겁에 질린 듯 급하게) 마마!
난정 : (금이의 뒷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보는)...!
S#47.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경빈 앞에 큰 절을 올린다.
경빈 : (난정의 머리를 보며) 난정아, 네 대갓댁 첩실자리라도 들어간 것이더냐?
난정 : (미소) 윤승후관께오서 미천한 소첩을 안해로 맞아주셨사옵니다.
경빈 : 뭬야?! 윤승후관?!!
난정 : 예, 마마. 왜 그리 놀라시옵니까?
경빈 : 허면 중전마마의?!
난정 : 예, 마마. 귀천을 벗어던지고 따져보면 하늘같으신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의 시누이가 되시는 것이옵지요.
경빈 : (짜내는듯한 웃음) 호호..호호호!
난정 : (미소)..
경빈 : 난정아, 니가 내게 자랑을 하러 온것이더냐?
난정 : 마마, 자랑이라니요?
경빈 : 네가 중궁전에 풀방구리에 쥐드나들 듯 하며 간살을 떨어대더니 알량한 승후관의 첩실 자리를 하나 꿰어찼다고
내게 자랑하러 온 것이 아니냐?!
난정 : (표정은 웃지만 속으론 불길이 인다)...
경빈 : 오냐, 네가 이제야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참으로 경사스럽겠구나!
난정 : (가시돋힌) 마마, 승후관댁 첩년이나 대궐 후궁마마나 가련한 뒷방살이 팔자는 매한가지이온데
경빈마마께 자랑할 것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경빈 : (표독스럽게 굳으며) 뭬야?! 이런 물고를 낼!
난정 : (진지한 눈빛) 경빈마마, 소첩이 평생 소원이 대갓댁 뒷방이나 지키는 그리 하찮은 것이었다면
소첩 진즉 혀를 깨물었을 것이옵니다!
경빈 : ...!
난정 : 마마, 소첩이 비록 승후관나으리와 백년가약을 맺었사오나 소첩의 평생 소원을 풀어주시는 분께
충성을 다 바치겠다는 마음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사옵니다.
경빈 : 허면 네 무슨 일로 내 처소에 발걸음을 한 것이더냐?
난정 : 소첩, 귀밑머리를 풀어 올린 일로 마마께 인사도 여쭙고, 또한 알고 싶은 것이 있어 걸음 하였사옵니다.
경빈 : 알고 싶은 것이라니?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에 대비하여
조정에서 원자마마의 왕세자 책봉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 (당황하여) 네 어찌 그걸..?!
난정 : (엷은 미소) 소첩은 중전마마께오서 하신 말씀을 귀동냥 했을 뿐이옵니다.
경빈 : (놀라)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벌써 아시고 계시더란 말이냐?!
난정 : 예.
경빈 : (섬찟한)...!
난정 : 어찌 그리 놀라시옵니까?
경빈 : 뭐라?!
난정 : 마마, 그 방책을 경빈마마께서 내신 것이옵니까?
경빈 : (저으며)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나 역시 오늘에야 알았느니!
난정 : 허면 소첩 짐작이 맞았군요.
경빈 : 짐작이라니?
난정 : 마마께오서도 그 방책을 내신 분이 누군인지 짐작하시리라 믿사옵니다.
경빈 : ...!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곧 경빈마마를 불러들이실 것이옵니다. 마마께오서 눈앞에 닥친 화급을 피하시려면
중전마마께오서 내미시는 손을 뿌리치지 마시옵소서.
경빈 : 중전마마께서 내게 손을 내미신다니? 난정아, 네 참으로 모를 소리만 하는구나.
난정 : 하오면 소첩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경빈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는)...?
경빈 : 도총관대감이 방면된 일은 알고 있느냐?
난정 : ('그랬구나!')...!
경빈 : (야릇한 미소) 난정아, 내 약조한대로 도총관을 방면시켜주었으니 너 또한 이번에 나를 구해주겠다는 약조를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 : (미소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E) (표정 굳으며)..허면 이번 중전의 회임을 틈타 강학청을 설치한 것이
원자를 왕세자로 책봉하려는 계책이었단 말인가?! (어딘가를 휙-돌아보며) 이럴수가? 이럴수가?!
S#48. 경빈 처소 일각문 밖
난정, 일각문을 빠져나가다가 경빈처소쪽을 휙 돌아본다.
난정 : (E) 예, 이번 일은 원자의 외숙이신 판부사대감과 부마댁이신 희락당 대감이 배후에서 주도하고 있음이 틀림 없사옵니다.
경계하셔야 할것이옵니다.
난정, 씩 웃고는 돌아서서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49.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 : (E) (호쾌한 웃음 소리) 하하하!
마당 한쪽에 서있던 박서방과 황서방이 웃음소리에 방쪽을 돌아본다.
S#50.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그리고 윤임처가 찻상앞에 앉아있다.
윤임 : 이번에 강학청을 설치하자고 주청을 드린 희락당 대감의 혜안은 참으로 절묘하였소이다.
김안로 : 허허, 과찬이시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길인 것을요!
윤임 : 그렇소이다, 그길만이 우리가 살길이외다.
윤임처 : 하오면 주상전하께오서 희락당 대감의 주청을 받아들여주셨사옵니까?
윤임 : 예, 전하께오서 강학청을 설치하라 어명을 내리셨으니 원자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실 날이 앞당겨 진 것이지요.
윤임처 : (김안로를 보며) 중전마마의 회임으로 우리 원자아기씨의 앞날이 흐려진 듯 보였는데..
대감 참으로 고맙고도 고맙사옵니다.
김안로 : ...허허, 이사람은 원자아기씨를 위하시는 판부사대감의 지극하신 마음을 받들었을 뿐이옵니다.
윤임 : 희락당대감의 명안으로 중전마마의 회임이 원자아기씨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대감께서는 이사람과 원자아기씨 은인이시외다.
김안로 : 대감, 중전마마와 경빈마마가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오니 더더욱 조심스럽게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옵니다.
윤임 : 예, 허나 희락당대감께오서 원자아기씨의 장자방으로 버티고 계시니
누구도 원자께오서 대통을 잇는 것을 훼방놓지는 못할 것이외다.
김안로 : ...!
S#51. 자운아 기방 후원
옥매향, 정자에 앉아 가야금 줄을 고르고 있는데 당의를 벗은 난정, 후원쪽으로 들어온다.
난정 : (다가오며) 매향아!
옥매향 : (돌아보며 반가운) 난뎡아!
옥매향, 한걸음에 내려와 난정의 두손을 맞쥔다.
옥매향 : 난뎡아, 올라 앉으라우.
옥매향,난정 : (정자위로 올라와 앉는다)
옥매향 : (얼굴 살피며) 에미나이래, 시딥을 가더니 뽀얀게 턈으로 더 고와뎠구나,야.
난정 :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고운 떨잠을 꺼내 내밀며) 받아.
옥매향 : (받아들고) 이거이 뭐네?
난정 : 혼례날 내 수발들어준 답례야.
옥매향 : 에미나이래 동무끼리 답례는 무슨? (싫지 않은 듯 떨잠을 보다가) 턈 곱긴 곱구나.
난정 : 헌데 아주머니하고 심퉁이는?
옥매향 : (잠시 침울)..오마니래 심퉁이 데리고 뎔에 가셨어..
난정 : 파릉군 나으리 때문에?
옥매향 : (끄덕이는)..
난정 : ...
옥매향 : 오마니가 기방문을 아듀 닫으실 생각이신가봐.
난정 : 아주머니께서 파릉군나으리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깊으신 모양이구나.
옥매향 : 매일 눈물만 보이셨어.
난정 : (얕은 한숨)...
옥매향 : 난뎡아, 오마니가 뒷뎐에 물러나시면 내레 기방 듀인 노릇을 해야될거 같아.
난정 : 그래, 매향아, 넌 잘해 낼수 있을거야.
옥매향 : 댤 해봤땨 기생년 팔댜인걸?.. 내레 너 혼례 티루는 거이 보니끼니 나도 너터럼 시딥이나 가버렸으면 좋갔어!
난정 : 가면 되잖아.
옥매향 : 오디 님자가 있어야디.
난정 : (다분히 계산적인) ..판부사 대감께서 널 괴이신다고 들었는데..
옥매향 : 딥어티우라우! 그깟 늙은 대감이 뭐이가 좋아서! 내레 댸물이나 권세따위는 다 필요없으니끼니
아바디를 닮은 풍류를 아는 선비분한테 내 뎡됴를 바틸거이야.
난정 : (그런 옥매향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S#52. 중궁전 외경
윤비 : (E) 엄상궁!
S#5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과 오상궁을 본다.
윤비 : 세심하게 알아보았는가?
엄상궁 : 예, 중전마마.
윤비 : 혐의가 있는 자들은 모두 잡아 들이게.
엄상궁 :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엄상궁과 오상궁,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54. 대궐 일각
금이, 태평하게 걸어오는데 불쑥 중궁전의 상궁들이 그 앞을 막아선다.
금이 : (흠짓 놀라) 왜, 왜들 이러시옵니까?
중궁전 상궁들, 다짜고짜 금이를 우악스럽게 붙잡아 끌고 간다.
금이 : (질질 끌려가며) 마마! 경빈마마!
S#55. 대궐 또 다른 일각
향이, 걸어가는데 그 뒤편에서 들리는.
중궁전상궁(E) : 저년이 향이다!
향이 : (돌아보는데)...?
중궁전 상궁들이 달려들어 향이를 어디론가 끌고간다.
향이 : (발버둥치며) 왜 이러시옵니까?! 왜들 이러세요?!
S#56. 중궁전 뒷곁 마당
이마 십수명의 나인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그 앞에 엄상궁이 서있다.
금이와 향이가 중궁전상궁들에게 끌려와 바닥에 패대기쳐지듯 놓여진다.
금이 : (엄상궁을 보며) 마마님, 대체 이년이 무슨죄가 있다고..
순간 회초리를 든 상궁이 금이의 어깨에 회초리를 찰싹 내려친다.
금이, 고통에 움찔 찡그리고 향이와 다른 끌려온 나인들이 겁에 질린다.
엄상궁 : 지금부터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것들은 사정없이 회초리질을 할것이야!
금,향,나인들 : (엄상궁의 위세에 바짝 겁을 먹는)..!
윤비,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엄상궁쪽으로 걸어온다.
엄상궁이하 모든 상궁나인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엄상궁 : 중전마마, 분부하신대로 혐의가 있는 아이들을 모두 잡아들였사옵니다.
윤비 : (꿇어앉은 나인들의 면면을 보며)..너희가 어인 연유로 잡혀왔는지 알겠느냐?
금,향,나인들 : (긴장하는)...
윤비 : 너희들중에 내 거짓회임의 소문을 퍼뜨린 자가 있을것이야.
금이 : (움찔)...!
윤비 : 또한 지밀근처 후원 잎사귀에 꿀로 주초위왕의 글씨를 쓴자도 있을것이다.
향이 : (침 꼴깍)...!
윤비 : 내 이번에 궐내에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왕실의 체통에 흠집을 내려한 자들을 발본색원하여 경계로 삼으려 함이니
너희들중 죄가 있다면 스스로 자복하도록 하거라!
금,향,나인들 : (서로의 눈치를 보는)...
윤비 : 하긴 그런 짓거리를 한 사특한 자가 자신의 죄를 쉽사리 자복할리는 없겠지...엄상궁!
엄상궁 : 예, 중전마마.
윤비 : 스스로의 죄를 자복할때까지 사흘동안 굶기고 잠을 재우지 말게! 물 한모금도 주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엄상궁 :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윤비 : (금이와 향이쪽에 시선을 돌리면)
금이,향이 : (겁에 질리는)...!
윤비 : (중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엄상궁 : (중궁전 상궁들에게) 중전마마의 명을 받잡은 대로 단단히 지키게!
중궁전상궁들 : 예!
금이, 향이 : (난감한 표정)...
S#5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선 경빈처소 나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경빈 : 뭬야?! 금이가 중궁전에 끌려갔단 말이냐?!
나인 : (울상) 예, 마마!
경빈 : 어허, 어찌 이런 일이?! 어찌 이런 일이! (눈동자를 굴리다가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나인 : (급하게 경빈뒤를 따르는)
S#58. 대궐 일각
경빈,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희빈 : (E) 경빈!
경빈, 돌아보면 희빈과 창빈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희빈 : 지금 중궁전에 드시는 길이요?
경빈 : 예, 금이가 중궁전 상궁들에게 끌려갔다니 자초지종을 알아보려는참이오.
희빈 : 금이뿐 아니라 향이와 창빈 처소의 나인과 각각 후궁처소의 나인들이 끌려갔다고 합니다.
경빈 : 뭬요? 중전마마께오서 어인 일로?
창빈 : 아마 지난번 중궁전의 거짓회임의 유언비어를 퍼뜨린 자를 색출하시려는 뜻인 듯 싶소.
경빈 : (흠짓)...?!
희빈 : 향이와 나인들이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거짓토설이라도 하면 그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튈텐데 어찌하면 좋소?
경빈 : (생각하다가) 중궁전으로 드십시다.
경빈, 앞장서고 그뒤를 희빈과 창빈이 따른다.
S#59. 대비전 방안
자순대비, 조상궁을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중전께서 후궁처소 나인들을 잡아 들이셨단 말이냐?!
조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 허, 중전께서 회임하신 태아의 태교에도 좋지 못하실 터인데.. 어찌 이리 일을 벌리신단 말인가?!
조상궁 : 세분 빈들께서 중궁전으로 발걸음을 하셨다니 수습이 되지 않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저으며) 아니야.. 중전께서 다른 생각이 있으실터이니 쉽사리 마무리 되지는 않을것일세.
조상궁 : ..예에?
자순대비 : 음!
S#60.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경빈 : 중전마마, 죄가 있다면 아랫것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신첩들에게도 죄가 있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윤비 : (버럭) 허면 경빈이 대신 죄상을 토설하고 벌을 받으시겠는가?!
경빈 : (움찔)..마,마마..!
윤비 : (희빈을 휙 보며) 희빈이 처소의 나인을 대신하여 상궁들의 회초리를 맞겠느냐 이 말일세!
희빈 : (납짝 조아리며) 화,황공하옵니다! 중전마마...
창빈 : 마마, 신첩 생각엔 때가 좋지 않은 듯 싶사옵니다.
윤비 : 때가 좋지 않다?
창빈 : 예, 행여라도 이번 일로 중전마마의 복중 아기씨의 태교에 좋지 못할 듯하여 신첩은 걱정이옵니다.
윤비 : (쌀쌀하게 보며) 초록은 동색이라 했느니! 창빈이 언제부터 경빈, 희빈과 한통속이 되어 나를 기망하려 드는겐가?!
창빈 : 마,마마,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신첩은...
윤비 : 그 입 다물라! 내 이번엔 범인을 밝혀낸 뒤 엄히 다스려
차후 궐내의 유언비어를 유포시키는 못된 짓거리들을 뿌리뽑을 것이야!
경,희,창 : (쭈빗대며 서로의 눈치를 보는)..
윤비 : 물러들 가라!
경,희,창 : ...
윤비 : 어서!
경빈, 희빈, 창빈, 윤비에게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61. 중궁전 뒷곁 마당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나인들이 꿇어 앉아있다.
회초리를 든 중궁전 상궁들이 꿇어앉은 나인들 앞을 감시하듯 지나가다가
본보기로 나인들의 등짝에 회초리를 찰싹 내려치며 겁을 준다.
경빈과 희빈, 창빈이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금이와 향이, 경빈과 희빈을 발견하고 간절하게 구원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다 금이의 등짝에 떨어지는 회초리.
경빈 : (그런 금이를 안쓰럽게 보다가) 가십시다.. 아무래도 무슨 수를 내야겠소.
경빈, 휙-돌아서가면 희빈과 창빈이 그 뒤를 따른다.
S#62. 중궁전 방 안
윤비 : (배를 보듬으며 서늘한 눈빛) 내 복중의 태아에게 걸림돌이 되는 자는 누구든 걷어낼 것이야! 누구든!
S#63. 윤원형 집 대문 앞
난정, 고운옷에 쓰개치마를 쓰고 대문 앞으로 다가와 대문을 두드린다.
임서방 : (E) 뉘시요?
임서방 : (대문 열고 내다보다 당황하여) 아이고, 나,난정아씨!
난정 : (쌩끗 미소 짓는)...
S#64.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과 윤원로가 윤지임을 부축하여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윤원로 : 아버님, 하루에 조금씩 짬을 내시어 운기를 하시오면 밥맛도 돌아오실것이옵니다.
윤지임 : 오냐, 내 앞으로 그래야겠구나.
임서방 : (당황하여 급하게 오며) 대감마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요?
윤지임 : 손님?..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별생각없이 임서방이 온쪽을 돌아본다.
난정, 다가오며 다소곳하게 다가와 선다.
윤원형 : (경악하여 말도 나오지 않는)... 나,나,난..
윤원로 : 아,아니 넌 일편단심 닐니리야?!!
윤원형 : 형님, 아,아니 그게 아니라..저..
윤지임 : 아니 저 닐니리야 계집을 왜 또 들인게냐?!
난정 : (쓰개치마를 벗으며 공손하게 조아리며) 소첩, 아버님께 인사를 여쭈러왔사옵니다.
윤지임 : 뭬,뭬야, 아버니임?!!
난정 : 예, 아버님.
윤지임 : 뭐,뭐라?
김씨, 안채에서 사랑채쪽으로 오다가 난정을 보고 멈춰선다.
김씨 : ...!
난정 : (시선을 느끼고 김씨를 돌아본다)...
김씨 : ...
난정, 김씨를 보며 쌩끗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