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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혈액이 흐르는 듯이, 이어진 가는 회로로부터, 손이 닿지 않는 기억을 본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위해 계속 달렸던 걸까.
그 녀석은 누구에게도 가슴 속을 밝히지 않았다.
주위에서 보면 터무니 없이 편벽한 사람이거나 괴짜.
덤으로 냉철하고 말수도 적었으니까, 무자비한 인간이라고까지 생각되었겠지.
그 녀석의 목적은 알 수 없다.
최소한,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영웅이라던가 하는 위치에 올라, 여러 가지 것들을 등에 지게 되어서도, 결코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그 이유 혼돈충동.
……그래서, 주위에서 보면, 그 녀석은 마지막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쪽 형편에는 좋게 자신들의 궁지를 구해주기는 하지만, 그 녀석이 뭘 원해서 하고 있는 건지 누구 하나 이해할 수 없다.
자, 그런 게 불안해지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니, 무엇 하나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던 것이다.
부호명성, 아욕색욕, 복수헌신.
그런 알기 쉬운 이유라면, 그런 결과는,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성공의 보수는 언제나 배신.
떠 올린 것은 모래처럼, 손바닥에서 넘쳐 흘러간다.
그것도 익숙해졌다.
바보 같이 익숙해져 버렸다.
원래부터, 그 녀석에게 있어서의 보수는,
구한 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구하는 것 자체가 보수였던 듯 하다.
————————그 반복이 때리고 싶을 정도로 열 받아서, 무의식 중에 북받쳤다.
영웅이라고 불렸던 이유.
그 녀석의 이유는,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일은 없었다.
주위의 인간은 알지 못했고, 유일하게 알고 있었을 터인 본인조차, 어느 새 잊어버렸으니까.
————————그래서, 무의식 중에 눈물 흘린 것이다.
스타트에서 골까지, 길고 긴 도정 속.
……이제 무엇이 올바른가조차 확실하지 않은데도, 단 한 번도, 최초의 길 원초의 마음을 벗어나지 않았던, 그 기적에.
그리고, 끝이 찾아왔다.
걸출한 구원자 따위, 구원 받는 사람 이외에는 성가신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녀석은 자신의 그릇도, 세계의 넓이도 잘 알고 있다.
구할 수 있는 것, 구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에, 하다못해 눈에 보이는 것만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것을 위선이라고, 편협한 가치관이라고 모멸하는 사람도 많아.
그 녀석은 아군보다도 많은 적에게 걸려들어, 싱겁게 죽어버렸다.
……그러니, 이런 장소 따위 어디에도 없다.
여기는 그 녀석의 끝.
죽을 때에 봤던 환상, 끊임없이 가슴 속에 있었던, 유일한 긍지가 틀림없다.
이 광경만을 지주무기로 계속 싸워온 영웅은, 최후에, 자신의 어둠에 떨어진다.
닿은 곳은 검의 언덕.
사용하는 자가 없는 녹슨 강철의 언덕에서, 그 녀석의 싸움은 끝을 고했다.
————————역시 혼자.
그래도, 눈에 비치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면, 후회할 이유 따위 아무것도 없다고.
그 녀석은 만족스럽게 웃고, 무너지듯이, 검에서 손을 놓았다.
……그러니, 원통함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
그 녀석의 목적은 먼 옛날에 이루어져 있다.
처음부터 그 녀석은, 자신이 아니라 어떻게 돼도 상관 없는 누군가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계속 달렸을 뿐이니까————————
「…………응」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기상시간은 여느 때와 같은 아침 5시 반.
몸에 잠기운은 없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젯밤은 푹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아……단순하게 돼 있구나, 나」
중얼거리면서 이불에서 나와, 잽싸게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
귀를 기울이자,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미닫이 한 장을 사이에 둔 옆방에는, 분명한 세이버의 기척이 있었다.
「————————————————으」
어떤 얼굴로 자고 있는 걸까, 같은 걸 생각한 순간, 주전자가 소리낼 정도로 머리가 부글부글한다.
「————————아침밥이다. 아침밥을 만들자」
그게 좋겠어 그게 좋겠어.
붕붕 머리 속의 망상을 뿌리치고, 발소리를 죽이고 방을 뒤로 했다.
아침 식탁.
어제 건도 있고, 오늘 아침은 조용한 아침 식사가 되겠지, 하는 이쪽의 예상은,
「거기서 그 의사 선생님,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후지무라 씨는 보기 힘든 건강한 몸이니까, 헌혈이라고 하고 가면 어떻습니까, 후하하하하————————라잖아!?
에에이, 나도 병자란 말야. 아아 정말, 다음부터 그런 데 안 갈 거야————————!」
이렇게, 여느 때 이상으로 힘이 넘치는 후지 누나에 의해 뒤집혔다.
경마로 말하자면 예상 외의 결과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승 후보 같은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아, 된장국 더 줘. 양파 빼고」
「알았어————————그래서, 그리고 나서? 쓰러진 학생은 여러 병원에 옮겨졌다고 하는데, 다들 금방 정신이 들었어?」
「그래, 개인차는 있지만 어제 중에 회복했을 거야.
4층……1학년 애들은 그냥 자고 있었던 거랑 큰 차이 없고, 2학년 애들은 기억이 날아가버린 애도 있는 것 같아.
3학년은, 그……2층 교실에 있던 애들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1층 교실은, 좀」
후지 누나는 말하기 힘든 듯이 아래를 향한다.
……미안한 짓을 했다.
후지 누나는 오늘 아침까지, 도시 전체의 병원을 여기 저기 뛰어다니다 온 것이다.
1층 교실————————3학년 A반과 B반 학생들이 어떤 용태인지도, 막 똑똑히 보고 온 참이니까.
「미안, 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할래. 어쨌든 학교는 평소랑 마찬가지잖아」
「응. 하지만 3학년은 이제 곧 자주등교고, 컨디션이 나쁜 애는 쉬어도 되게 돼 있어. 3학년 애들, 대부분이 빠지지 않을까」
……그런가.
그렇게 되면, 등교하는 학생은 1학년과 2학년이 중심인 거군…….
「있잖아, 후지 누나. 우리 학교에서 말야, 류도사 관계자는 누구일까」
「잇세 군 아냐? 걔, 절 후계자잖아」
「그렇지. 됐어, 아무것도 아니니까 잊어 줘」
「?」
으————————응, 하고 천장 근처를 바라보면서 밥그릇을 놓는다.
우리 학교에서 류도사에 관계가 있는 인간은 잇세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간단히 단정하는 건 경솔한 생각이고, 무엇보다 그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갔다 올게. 집 지키는 거 부탁해, 세이버」
「시로도 조심해요. 그 교사에서 결계가 없어졌다고 해도, 캐스터의 마스터가 있는 이상은 방심할 수 없어요. ……령주는 앞으로 하나 뿐이니까, 행동에는 세심한 주의를」
「알고 있어. 캐스터의 마스터를 찾아내면, 우선 여기에 돌아와서 세이버에게 보고할게」
「————————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저도 마력을 회복시켜 두죠」
세이버에게 배웅 받으며 문을 지난다.
후지 누나는 아직 사건 뒤처리가 남아 있는 듯, 잽싸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가 버렸다.
그런 사건 뒤인데도, 교문의 풍경은 변함없다.
아침 7시 반, 교문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은, 아는 녀석과 만난 그 순간 어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서, 슬며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듯 했다.
「————————」
그리고.
그런 중에, 교문 앞에는,
이렇게, 어째서인지 당당하게 서 있는 토오사카가 있었다.
「————————————————」
……싫은 예감이 든다.
싫은 예감이 드는데, 교문 한가운데에 있으면 숨어서 지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 안녕, 토오사카. 오늘은 늦네」
교사로 향하는 도중, 발을 멈추고 인사한다.
「요컨대, 잇세가 수상하다고 생각해」
……우와.
입을 열자마자, 갑자기 직구를 던져왔다.
「……수상하다니, 뭐가 말야」
「캐스터의 마스터. 류도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캐스터와, 류도사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잇세. 이러고도 인과관계가 없을 리가 없잖아」
「없다니, 그런 거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잖아」
일단, 잇세의 입장을 옹호해 본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알겠어? 이 몇 주간 류도사의 산문은 계속 닫혀 있어?!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들어갈 수 없고, 절에서 밖으로 나온 걸 본 건 잇세 정도라니까!
이러고도 수상하지 않으면, 진범은 누구라도 상관 없다는 레벨이잖아!?」
「……이봐.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보통, 스님은 빈번히 절에서 안 나오는 거 아니냐」
「바보, 너 어느 시대 인간이야. 요새, 중이 탁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우와아, 대편견.
혹시 여기에 잇세가 있었으면, 틀림없이 2년간에 걸친 암투에 결판이 났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잇세의 명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주위를 신경 쓰자.
장소는 교문.
주위에는 등교 중인 학생들이 가득 있고, 그들은 학교의 아이돌인 토오사카의 광태에 얼어붙어있다.
「뭐야, 그 눈. 뭐, 에미야 군은 잇세를 감싸는 거야?
흥, 괜찮아, 나는. 네가 현실적인 추측을 무시한다면, 이쪽도 멋대로 할 테니까!」
그런데도, 그것에 자기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학교의 아이돌 씨.
「…………토오사카, 잠깐 이쪽으로 와 봐」
「뭐야, 도망칠 생각이야!?」
「안 도망쳐. 됐으니까 이쪽」
토오사카의 손을 끌고 걷기 시작한다.
「자———잠깐, 에미야 군……!?」
불평을 하는 건 나중이다.
어쨌든, 지금은 1초라도 빨리 여기에서 철수하게 해 줘…….
어제 사건으로 아침 연습은 쉬는 건지, 궁도장에 인기척은 없다.
「————————후우」
……다행이다.
여기라면 사람 눈을 끄는 일도 없겠지.
그렇게 되면, 남은 문제는————
「—————————」
눈앞에서 지그으——읏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토오사카 뿐이다.
「알고 있어. 토오사카가 하고 싶은 말 정도,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토오사카가 삐지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삐지거나 하지 않았어!」
「으」
번개 같은 받아 치기에, 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진정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여하튼 잇세의 생명이 걸려있다.
토오사카 성격으로 봐서, 무언가 무리를 해서 잇세를 시험할 게 뻔하니까.
「너야말로 얼버무리지 마. 캐스터의 본거지는 류도사고, 잇세는 류도사에서 학교에 오고 있는 거야. 그런데도, 어째서 그걸 무시하는 거야, 너는」
캬오————————, 하고 화내는 토오사카.
……그건 그 말대로지만, 그런 이유와는 다른 점에서 잇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뭐야. 반론이 있다는 거야」
「………………」
그런 불확실한 의견을 입 밖에 냈다가는, 잇세 전에 내가 최후를 맞이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토오사카를 이대로는 놔 둘 수 없고, 지금은 어떻게든 설득할 수 밖에 없잖아아…….
「————————좋아. 절대로 잇세가 수상하다고 하는 거지, 토오사카는」
「그래. 에미야 군은 모를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류도사는 어딘가 이상해.
캐스터가 근거지로 삼고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흔들림이 너무 크다고 할까, 너무 모이기 쉽다고 할까———」
「너무 모이기 쉬워……? 그건 도시에서 빨아들이고 있는 마력 말이야?」
「윽————————아니, 그건 관계 없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
……아니. 잇세보다 훨씬 수상하다구, 토오사카.
「————하여튼! 그런 데서 매일 산뜻한 얼굴로 오고 있는 시점에서 그 녀석은 수상해.
응, 전부터 그 녀석한테는 한 방 발로 차 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번 건은 마침 잘 됐어」
토오사카는 진심이다.
전부터 잇세와 토오사카의 사이가 나쁘다, 라고 듣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반목하고 있었을 줄은.
……아니, 그것보다.
잇세 녀석, 대체 토오사카한테 무슨 짓을 한 걸까————————.
토오사카를 이렇게까지 과민 & 호전적으로 만드는 걸 보면, 아주 약간 흥미가 생겼다……라고 재미있어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그렇군. 잇세의 입장이 의심스럽다고 하는 건, 나도 동감이야」
「당연하지. 이 이상 감싸거나 하면, 그 때는 같은 죄목이야」
「그래. 그러니까 잇세에 대해선 나한테 맡겨 줘. 그 녀석이 마스터인지 어떤지는 내가 확실히 할 테니까」
「………………」
우와.
노골적으로 안 믿고 있군, 이 녀석.
「믿으라구. 잇세가 친구라고 해서 봐 주진 않을 거고, 토오사카한테도 거짓말은 안 해. 애초에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구. 잇세가 그런 무도한 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
무언의 압력은 계속된다.
토오사카로서는, 내가 친구인 잇세에게 편의를 봐 줄지 어떨지 걱정이겠지.
그 의심은 지당하기에, 지금은 입 다물고 견딜 수 밖에 없다.
여하튼, 이쪽은 신용 받고 있지 못하니까.
「………………알았어. 잇세는 너한테 맡길게」
「————————토오사카」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하지만, 어떻게 확인하는 거야. 에미야 군, 마스터 분별하는 법 배웠어?」
「에?」
그, 이 제안에 있어서 근본적인 결함을, 토오사카는 물어봐 왔다.
「아————————에에」
「……흐응. 설마 여느 때 말투로 “어이 잇세, 너 마스터냐” 라고 추궁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협력관계라도 말야, 그런 얼빠진 짓을 하려고 한다면, 여기서 너랑 결판 지어줄 거야?」
「————————————————으」
화내고 있다.
저건, 진짜로 화내고 있다.
「잠깐. 괜찮아, 안 물어봐도 마스터인지 어떤지 알아낼 수단은 있어. 잇세 건은 오늘 내에 알아낼 테니까, 토오사카는 얌전히 있어 줘. 결과가 나오면 연락할 테니까」
「————————그래. 협력관계라는 건 이런 거고」
납득이 가지 않는 게 뻔히 보이는 동작으로, 토오사카는 걷기 시작했다.
「신뢰하고 있어. 하지만, 너무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혹시 잇세가 그런 경우, 어설픈 행동은 목숨에 관계되니까」
그것만 말하고, 토오사카는 교사를 향해 갔다.
「————————————————」
그 등을 멍하니 배웅한 뒤.
「……어라. 지금 그거, 어쩌면」
엄청난 시간차로, 토오사카가 걱정해 주고 있는 건가, 하고 알아챘다.
점심 시간이 되어, 학생회실에 얼굴을 내민다.
「실례한다」
말을 하고 문을 연다.
「오. 오늘은 여기서 점심이냐, 에미야」
안에는 잇세가 혼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
……좋아. 잘 됐다고 하면, 잘 됐다.
「어때, 상태는. 어제 사건, 어떤 상황이 된 거지」
책상에 진 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게 설명이 없는 채로 끝이다. 1층 빈 교실에 놓여 있었던 약품이 어떻게 됐다던가, 그런 어련무던한 이야기지. 어제 오후부터 아침까지 실컷 교사를 여기저기 조사해서, 나온 결론이 그거라는데」
불유쾌한 건지, 으득으득 단단해 보이는 당근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너도 운이 좋군. 점심 시간부터 드물게 땡땡이인가, 하고 생각했더니 난을 피했잖나. 음, 평소 행실이 드디어 보답 받았다는 건가」
이번은 유쾌한 듯이, 선재로다 선재로다, 하면서 차를 홀짝홀짝 마신다.
……곤란한데.
도저히 확인할 수 있을 분위기가 아니고, 지금은 좀 더 상황을 보자.
「하————————!?」
이런, 문득 정신을 차리자 점심 시간 종료 5분 전————————!
「? 왜 그러나, 에미야. 무언가 아이디어가 번뜩였나?」
「번뜩이지는 않았지만, 생각났어. 태평하게 도시락 먹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지」
「?」
부랴부랴 도시락통을 천으로 싸고, 번뜩, 하고 잇세에게 돌아선다.
「……음, 불온한 공기. 말해두지만 돈 요구는 하지 마라. 졸라대도 없는 건 없다」
덜커덩, 하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든다.
……시간도 없다.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하고, 한 마디.
「잇세. 아무것도 묻지 말고 웃옷을 벗어라」
딱 잘라서, 용건만을 입 밖에 냈다.
「뭐, 뭣이라 ———————— ! ! ! ! ? ? ? ?」
「그러니까 교복을 벗어. 웃옷만이 아니라 셔츠도. 맨몸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윽————————무무무무무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제정신이냐, 너!? 그거냐, 입씨름의 새로운 수법이냐!? 어떠냐 하고 묻는 거냐!?」
「그래, 빨리빨리. 됐으니까 벗어, 학교 끝나고 나면 늦는다니까!」
에에이, 하고 잇세를 붙잡으려 든다.
「우와아————————! 에에이, 그만둬라, 천치, 네놈 그러고도 무가의 자식이냐————————!」
「————————————————좋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잇세의 몸에 령주는 없었다.
굉장히 신경 써서 조사했지만, 어쨌든 령주 같은 것은 일체 없다.
「잘 됐어. 이야, 정말 다행이야」
응응, 하고 혼자서 끄덕인다.
「전혀 잘 되지 않았다……! 네놈, 이렇게까지 해 놓고 아무 말도 없다는 건 어떻게 된 거냐!」
「? 아, 그래. 미안 잇세. 사정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절대로 조사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 그것도 끝났으니까, 이제 아무 문제도 없지」
머리를 숙여서 사죄한다.
「음————————으, 음.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사죄 정도는 하는 법이지」
잇세는 언짢은 얼굴인 채로 침묵에 빠진다.
「………………」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는 또 출발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류도사에 관계가 있는 잇세가 결백하다고 하면, 캐스터의 마스터에 해당하는 인간이 없어져 버린다.
「……어이, 잇세. 최근, 절 쪽에서 이상한 일은 없냐?」
「음? 이상한 일, 이라고 하면?」
「몰라.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이라던가 없냐」
「……그렇군. 최근 이야기라면, 낯선 여자가 한 명 있는 정도인가. 하지만 그것뿐이다. 아버지도 형님들도 조용한데」
극히 태연하게 잇세는 말한다.
「————————————————」
……낯선 여자가 있다.
그건 캐스터 말인가. ……분명히 그 서번트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인간인 척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그 여자가 캐스터의 마스터인 건가.
「————————————————」
……잇세에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나.
「————————————————」
아니, 섣불리 이 화제를 계속하는 건 위험하겠지.
여하튼 잇세는 류도사에 살고 있는 거다.
내가 “낯선 여자”에 대해서 물어보며 수상하게 여기게 하면, 잇세는 흥미를 가지고 어떠한 행동을 일으켜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그 여자가 마스터였던 경우, 무엇보다 잇세가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
오늘은 여기까지다.
잇세가 성배전쟁과 관계 없다는 걸 안 걸로 만족하자.
「아아, 그러고 보니 에미야. 신지네 여동생, 오늘은 없었는데」
「……에? 사쿠라, 학교 빠졌어?」
「신지도 빠졌잖아. 둘 다 무단결석,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교무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
잊고 있었던 문제가 들이밀어져서 말을 잃는다.
「오, 점심시간도 끝이군. 교실로 돌아가자」
잇세에게 재촉 받으며 학생회실을 뒤로 한다.
……그 동안.
학교를 빠진 사쿠라와, 라이더를 잃은 신지의 행방이 빙글빙글 머리 속에서 돌고 있었다.
그것은, 쇠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거친 숨결인 채, 그는 그 장소를 방문했다.
바닥을 딛는 발소리는 높고, 그 리듬보폭은 일정하지 않다.
그는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앞으로 쓰러지려고 하는 몸에 끌리듯이,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아침 예배가 끝난 교회는 아무도 없었다.
불빛은 머리 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뿐이다.
정숙은 엄숙한 공간을 만들고, 제지한 공간은 세례 받은 정숙을 낳는다.
그 안에서, 그는 불을 보듯 이단이었다.
「아————————하아……하, 아————————!」
————————정정하겠다.
방문했다, 라고 하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흐트러진 숨결과 일정하지 않은 시선.
고목처럼 떠는 사지는, 도주자의 그것에 가깝다.
그는 여기에 피난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수긍이 간다.
그 필사적인 모습은, 사냥개에게 습격 받은 쥐나 마찬가지니까.
「싸움이 시작되고 6일. 여기에 발을 옮긴 건 네가 처음이다」
「————————!」
땅에 반쯤 기고 있었던 몸을 일으킨다.
어느 새 나타난 것인가.
제단에 선 신부를,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올려다보고,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
신부는 눈썹을 찌푸린다.
완전히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요약하면, 그는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듯 하다.
요컨대 보호다.
서번트를 잃은 마스터는, 전투를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
그 피난장소, 최후의 방어가 이 교회이며.
그 주인이, 코토미네 키레라고 하는 신부였다.
「————————그럼 싸움을 포기하는 건가, 소년」
엄숙한 목소리에, 그는 불꽃처럼 반응한다.
「다, 당연하지, 나한테 죽으라고 하는 거냐……!?
알겠냐, 서번트가 없어서야 죽일 수가 없고, 마스터 따위 못 해 먹는다구……! 나, 나는 평범한 인간이야. 말하자면 피해자 측이잖아!? 그런 걸 노려서는, 일방적으로 죽이다니 불공평하잖아……!」
「————————————————」
신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침입자를 응시하고 있다.
그 안.
피부 아래, 뼈 사이, 살 깊은 곳을 파악하는 듯이.
「————————뭐야, 뭔가 불만 있는 거냐, 너」
「의견 따위 없다. 너는 이번 첫 번째 포기한 자이며, 우리 교회가 시작된 이래로 첫 사용자다. 관리자로서 여기에 뿌리를 내린 아버지를 대신해, 정중하게 대접하지」
「에? 뭐야, 기권한 건 나 뿐이라는 거냐. ……제길, 꼴불견이군. 이런 게 할아버지한테 알려지면 무슨 말을 들을지.
아아, 전부 다 너희들 탓이다……! 라이더 따위 찌꺼기를 뽑게 해 가지고는, 너무나도 불공평하잖아!」
화가 치민다는 듯이 땅을 친다.
바닥을 후려갈긴 소리는 종처럼 울려, 신부는 호오, 하고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웃음을 띄웠다.
「그럼, 라이더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라고 하는 건가?」
「그래! ……진짜, 도움이 된 건 여자로서 뿐이야. 그 녀석, 이 내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싱겁게 죽어버렸어. 그럴 거면 다른 서번트 쪽이 훨씬 도움이 됐다구!」
「————————」
「……아아. 그래도 나는 잘 했어. 제대로 할아버지의 분부대로 해서, 준비는 만전이었다구!
그런데도 그 녀석들, 다들 방해 해대다니……!
2대 1이라구, 그런 거 승산 따위 없잖아.
……그래, 진 건 내 탓이 아냐.
단지 서번트의 질의 차야. 그걸 그 녀석들—————잘난 듯이 의기양양한 얼굴 해 가지고는————————! ! !」
그리고 지면에 기었다.
그는 분한 듯이 바닥을 치며,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고, 자신의 장해를 떠올린다.
하지만, 원망의 목소리도 금방 사라진다.
그 정도의 증오로는 교회의 정숙은 깰 수 없다.
「제길————————제길, 제길, 제길, 제길————————!」
반복되는 어두운 토로.
그 중에————————
뚜벅, 하고.
얼어붙은 공기를 부수듯이, 신부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부는 느긋하게 그의 어깨에 손을 놓는다.
「————————즉.
너에게는 아직, 싸울 각오는 있다고 하는 거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찾아 온 패자를 내려봤다.
「에————————?」
그는 신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검은 성직자는, 입가에 은근한 웃음을 띄운 채로,
「너는 운이 좋군. 마침 한 명, 놀고 있는 서번트가 있어서 말이지」
희열을 억지로 참는 듯이, 새로운 구원을 고하고 있었다.
방과 후가 되었다.
어제 사건 때문인지, 학생은 어떠한 이유이든 교사에 남는 건 금지되어 있다.
해질녘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그래,지금은……결석하고 있다는 사쿠라가 신경 쓰인다.
신지 일도 있고, 사쿠라가 어쩌고 있는지 보러 가자————————
일단 집에 돌아가서, 가방을 놓고 나서 거리로 나왔다.
사쿠라의 집은 교차점을 끼고 저편의, 주택가 위쪽에 있다.
거리로는 교차점에서 에미야 가까지의 거리에 가깝다.
일본 풍 주택가와는 느낌이 다른 언덕길을 올라간다.
그 때.
「————————에?」
상당히 멀리.
내 목적지인 사쿠라의 집 앞 근처에, 잘 아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토오사카」
한 번 더 확인한다.
……뭔가, 엄청나게 요란한 붉은 옷.
그것만으로 눈을 빼앗기는데도, 아래 쪽은 적색을 강조하는 듯이 검정 일색이었다.
자신의 흑발에 맞추고 있는 거겠지.
활발한 토오사카답게, 실로 저 녀석다운 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
두근, 하고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시끄러.
「————————————————」
두근. 두근. 이번은 두 번.
……제길, 시끄럽다니까. 지금 바빠, 조용히 해 줘.
「————————————————」
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
……아 진짜, 축제 때 큰북 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어느 녀석이야, 바보 자식————————!
「————————아, 나다」
냉정하게 꼬집는다.
시끄러운 건 자신의 심장이다.
아까까지 조용했던 심장 소리는, 지금은 파열할 것 같을 정도로 두드러지게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따위 말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에미야 시로는, 토오사카 린의 사복이라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윽」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상상이 안 된다.
애초에, 어째서 이렇게 돼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저 토오사카의 사복을 봤을 뿐이다.
기습적으로, 교복 차림이 아닌 토오사카를 봤을 뿐 아닌가.
「————————어이없어」
정말, 뭐야, 대체.
지금의 자신에게 그런 여유는 없다.
본래, 토오사카는 전우다. 저 녀석은 나를 신용해 주고, 손을 잡아 주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그 신용에 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
「어————————이, 토오사카」
말을 건다.
「!?」
토오사카는 이쪽을 보자마자 놀라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토오사카. 뭐하고 있는 거야, 이런 데서」
다가가서 말을 건다.
「윽————————!」
「에————————?」
반항할 틈 따위 없다.
토오사카는 내 팔을 잡고는, 그대로 그늘로 밀어 넣어 버렸다————————!
「윽……! 아야, 등 까졌어……! 뭐 하는 거야, 토오사카……!」
「입 다물어……!」
긴박한 목소리.
그 뒤———뭔가, 터무니 없는 감촉이, 가슴에 닿아 왔다.
「아————————으?」
아니.
에에, 푹신, 하고.
「———————————————— ! ! ! ! ! ? ? ? ? ?」
의식이 날아간다.
아까 억지로 조용히 시킨 고동이, 드럼 솔로라도 되는 듯이 울려 퍼진다.
분명히 16비트다. 경우에 따라서는 360도 돌기도 하고 있다.
「토토토토토토토토토오사카, 잠깐, 잠깐만……!」
「……정말, 됐으니까 입 다물고 있어. 떠들면 들키잖아」
「드, 들킨다니, 뭐가……!?」
「그러니까 저 녀석한테 말야. ……자, 더 안으로 가. 이래서야 완전히 못 숨잖아」
꾸욱, 하고 몸을 바싹 붙여오는 토오사카.
탄력이 있는 부드러운 살이, 이렇게 뭉크——————을 하고, 가슴팍에 밀어붙여져서 평탄하게 되어 가는 느낌.
「가, 가슴, 토오사카, 가슴……………… ! ! ! !」
어쩐지 파멸적인 소리를 엉겁결에 말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지만, 자신은 잘 이해할 수 없다.
밀어붙여져 오는 감촉이 정상이 아니라, 머리 속도 스폰지 같은 게 된 거다.
「그러니까 조용히 하라니까……! 봐, 보이지, 에미야 군. 사쿠라네 집 앞. 어쩐지, 이상한 녀석이 서 있지 않아?」
「————————에?」
딱, 하고 끓고 있었던 사고가 정지한다.
사쿠라 집 앞에, 이상한 녀석이 서 있어————————?
「……분명히 누군가 있는데. 금발……외국인?」
「그래. 아까부터 벌써 30분 가까이 마토 가를 보고 있어.
감시……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어쩐지 신경에 거슬리잖아, 저 눈초리」
……유감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녀석 눈초리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토오사카, 교대하자. 나도 보고 싶어」
「앗! 바보, 안 된다니까, 지금 나가면 들키잖아————————아, 왔다. 저 녀석 이쪽으로 와……!」
「————————————————!」
숨자, 하고 좁지만 몸을 굽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그 녀석은 한 번도 멈춰서지 않고, 비탈길을 내려갔다.
「————————————————」
……뭐지.
지금 그 남자는, 보통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실감이 있는, 육(肉)을 가진 틀림없는 인간이다.
그런데도, 이 위화감.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여기서 쫓아가 버리면, 나와 토오사카의 목숨은 없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그 남자는 불길했다.
「저 녀석……이전에, 사쿠라와 이야기했었던 녀석일까」
불쑥 토오사카가 중얼거린다.
「뭐, 사쿠라하고……!?」
「응. 사쿠라는 길을 물어봤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던가 뭐라던가——아, 에에 ———————— ——————! ! ! ! ? ? ? ?」
「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너는!」
팟, 하고 랜서도 이러하랴, 싶은 몸놀림으로 뒷골목에서 튀어나가는 토오사카.
「————————아니. 그건 이쪽 질문이었는데. 그걸 토오사카가 말이지, 이렇게 사람을 짐짝이나 그런 것처럼 거기에 밀어 넣었다구」
정확하게 설명한다.
「————————————————」
그걸로 납득했는지, 토오사카는 딱 멈춰 줬다.
「————————————————」
……멈춰 준 건 좋은데, 다음은 아무 말 없이 노려본다.
「————————————————」
아. 어쩐지, 열 팍 뻗쳤다.
갑작스러운 일에 패닉에 빠졌던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자기만 그런 얼굴 하는 건, 좋지 않다.
싫으면 안 하면 되지. 당황한 내가 바보 같잖아, 제길.
「————————토오사카. 우선 잇세는 관계 없어」
흥, 하고 얼굴을 돌리면서 말해 줬다.
「에……? 뭐야, 벌써 조사했어, 에미야 군……!?」
「조사했어. 잇세는 마스터가 아냐. 신용할 수 없다면, 별로 상관없지만」
「에? 아니, 그건 괜찮아. 에미야 군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네가 그렇다면 잇세는 결백하겠지」
시원스럽게, 토오사카는 그런 대답을 해 왔다.
「……………제길, 졌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어 버린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토라져 있는 자기가 더욱더 바보가 된 것 같고……무엇보다, 그런 한마디로 기분이 풀려버린 자기가 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확인한 거야? 잇세로부터는 마스터의 기척이 없었어. 그럼, 확인 방법은 습격해 보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 아니, 령주가 있는지 어떤지 확인한 거야. 아무리 기척을 죽이던지 마력을 억제하던지, 이것만은 숨길 방법이 없잖아」
「아, 그런가. 팔을 보면 한 방이지」
과연, 하고 끄덕이는 토오사카.
하지만, 무언가 문제점이라도 발견한 건지, 하아, 하고 머리를 갸웃한다.
「있잖아, 에미야 군. 너, 어떻게 잇세의 령주를 확인한 거야?」
「어떻게 했냐니, 그거야 벗긴 게 뻔하잖아. 싫어했지만 억지로 웃옷을 벗겨냈지」
「————————」
멍하니 이쪽을 본 채로, 토오사카는 굳어져 버렸다.
「……?」
……이상한 녀석이네.
그거의 어디가 의문점이라고 하는 거지, 정말.
……마토 저택은 고요했다.
신지는 부재이고, 사쿠라의 모습도 없다.
거기에 어떻게 된 걸까 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에, 사쿠라가 신경 쓰여서 왔어?」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토오사카는 말했다.
「? 토오사카, 마토 사쿠라를 알고 있어?」
「뭐, 좀 아는 정도야.
그것보다 궁도부 애는 다들 증상이 심해서, 신토 쪽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는데? 후지무라 선생님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그게 원인이잖아?」
「————————그럼, 사쿠라는?」
「지금쯤은 병실에서 자고 있을 텐데……과연, 그런 거였구나」
「……으. 뭐, 뭐야 그, 사악한 웃음은」
「아무것도 아냐————————. 하지만 그렇지, 나에게로 보고하는 것보다, 항상 도와주러 와 주는 후배 쪽이 마음에 걸리겠지. 흐————————응, 나 에미야 군에 대해서 조금 알아버렸어————————」
의미심장하게 웃는 토오사카.
그건 굉장히 굴욕적이지만, 그것보다.
「토오사카. 어째서 사쿠라가 우리 집에 오고 있는 거 알고 있는 거야?」
「아——————그, 그런 건 궁도부에 다니고 있으면 알게 돼. 그, 주장인 미츠즈리랑 아는 사이기도 하고, 나」
라고 말하면서, 토오사카는 비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토오사카? 돌아가는 거야?」
「으응. 여기에 있어도 별 수 없고, 캐스터 찾는 건 또 다시 계획을 세워야 되고. 내일, 학교에서 아이디어를 서로 내자」
그럼————————, 하고 어디까지나 선선하게 떠나가는 토오사카.
————————그러다.
……거리를 둔 채,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응시해 온다.
「……토오사카?」
「있잖아.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중얼거리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토오사카는 말했다.
「————————? 상관없는데, 뭐야」
「……그, 가정이야. 혹시 말야,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내지면, 그 애는 어떤 마음으로 자라는 걸까」
「————————」
그건, 어떤 의도였던 걸까.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낯선 집에 맡겨진 아이.
그 때까지의 생활을 전부 잃고, 생판 남에게 맡겨지는 인생.
아이는 부모를 고를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뒤에 한 번 더, 선택의 여지도 없이 모르는 타인에게 길러지는 아이의 마음————————
「……에미야 군?」
「————————————————」
정신을 차린다.
……뭘 감상적으로 돼 있었던 거지.
그런 질문, 생각할 것도 없다.
「아니, 어떤 마음이고 뭐고 없겠지. 보내진 집이 좋은 곳이라면 불만 없을 거고, 나쁜 곳이라면 불만 있잖아. 어린애 같은 건 그런 거지」
「……그런가. 그래. 뭘 당연할 걸 물어보고 있는 걸까, 나」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면서 토오사카는 비탈길을 올라간다.
토오사카의 집과 우리 집은 정반대다.
……자.
반쯤 가라앉은 석양이 사라지기 전에, 에미야 가에 돌아가야지.
————————그리고, 문득 정신 차리자 저녁 식사가 끝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세이버와 도장에서 검 수련을 하고, 도중에서 후지 누나가 돌아와서, 저녁밥을 해서, 셋이서 먹고, 어느 새 시계는 오후 8시를 지나고 있고,
저쪽
「세이버쨩, 혹시 외국에선 유명한 달인이야? 세이버쨩이 가르치기 시작하고 나서, 시로는 다른 사람 같은데」
「그건 저도 놀라고 있어요. 하지만, 시로의 스승은 따로 있는 것 같으니까요. 제 수완이 아닙니다」
이렇게, 식후의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
후지 누나와 세이버의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다.
방해하는 것도 뭐하기에, 이쪽은 얌전히 차를 마시면서, 세이버가 호되게 굴린 몸의 피로를 풀기로 한다.
「사부가 두 사람? 어라, 양다리 걸치고 있다는 거야, 그거?」
「본인에게 자각은 없는 것 같지만요. 하지만 뭐, 결과가 좋으니 묵인하기로 했습니다.
……분명히, 시로는 자신에게 맞는 전법을 몸에 익히는 편이 나아요. 몸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까, 남은 건 자신을 잘 움직이는 사고를 짜 넣을 뿐이죠」
「아, 세이버쨩 알아 보는구나. 그래그래, 시로는 계속 단련해 왔으니까, 몸은 견실하게 돼 있어. 지금까지는 말야, 본인에게 의욕이 없었을 뿐이었으니까」
「몸을 단련한다……확실히 저런 도장이 있다면, 단련에도 마음을 쏟게 되겠죠. 덧붙여서 타이가라고 하는 좋은 대전상대가 있었으니까, 소질이 없을 리가 없죠」
감개 깊게 끄덕이면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세이버.
그걸,
「아니, 저 도장에서 검도를 하는 건 오랜만이야. 세이버쨩이 올 때까지, 저긴 검도장이 아니었는걸」
아작, 하고 센베를 씹으면서, 태평하게 후지 누나가 정정했다.
「검도장이 아니었다……? 시로는 도장에서 죽도를 들지 않았던 건가요?」
세이버는 의외인 듯이 바라본다.
「에? 뭐어, 그런데. 아버지가 죽고 나서는 안 썼으니까」
「그렇지————————. 시로, 틈만 있으면 키리츠구 씨랑 시합했었는데, 키리츠구 씨가 죽고 나니까 바로 죽도를 잡지 않게 돼서 말야. 나는 슬펐어————————」
아작, 아작.
테이블에 얼굴을 올리면서, 으득으득 센베를 씹어 부수는 후지무라 타이거.
「————————————————」
싫은 예감이 든다고 할까, 미래예지라고 할까.
후지 누나가 이런 태도를 취하면, 이야기는 으레————————
「아————————아, 어째서일까————————. 그 무렵엔 검도소년이었는데, 지금은 떠돌이야. 물론 빈말로도 검에 재능은 없었지만, 궁도는 좀, 이 애 괜찮은 걸까————————하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그만둬 버리고 말이지」
「————————역시 그렇게 나왔나. 후지 누나, 옛날 이야기 같은 거 그만 좀 둬. 소극적이잖아, 그런 거」
번뜩 하고 노려본다.
후지 누나는 흥——이다, 하고 삐지면서 센베를 먹는다.
후우.
아무래도, 오늘은 그걸로 물러나 주는 것 같다.
「호오. 시로의 유년기 이야기인가요, 타이가」
「풋……!」
그런데도, 어째서 거기서 이야기를 다시 문제 삼는 거야, 세이버!
「응? 듣고 싶어, 듣고 싶어?」
「네, 흥미가 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언니가 이야기해 줄까!」
……세이버백만 대군이라는 아군을 얻어, 갑자기 사기가 올라간 후지무라 호랑이 파.
「————————————————」
……어쩔 수 없다. 방해 놓는 것도 뭐하고,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자.
초지일관은 좋은 말이다, 응.
「그래서 말야, 지금은 이렇게 비뚤어져 있지만, 어릴 적엔 귀여웠어. 사람 의심하지 않았고, 부탁하면 뭐든지 네네 하고 들어줬고」
「흠흠」
「하지만 묘하게 완고한 데가 있어서 말야, 한 번 정한 일은 좀체 바꾸지 않았었지. 그런 부분은, 키리츠구 씨랑은 정반대였을까나」
「? 키리츠구는, 시로와는 정반대였던 건가요?」
「그래. 키리츠구 씨는 뭐든지 OK라는 사람이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사람따라. 인생 될 대로 된다는 사람이었지」
「————————————————」
「그런 주제에, 곤란해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해 주는 거야. 시로도 그런 키리츠구 씨 흉내만 내고 있었어.
시로는 키리츠구 씨보다 확실했으니까, 나쁜 짓은 안 돼! 라고 하면서 쵸의 짓궂은 애들을 퍽퍽 때렸었지. 응, 그 때부터 시로는 정의의 사자였어」
시시한 걸, 기쁜 듯이 후지 누나는 말한다.
그 옆에서.
「……? 어째서 시로는 정의의 사자인 건가요?」
그렇게, 별 것 아닌 의문을, 세이버는 입에 담았다.
「————————아니. 왜냐고 물어봐도 곤란한데. 단지 동경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동경하고 있다……그, 정의의 사자에?」
「……응……뭐, 그런데」
그렇게 얼굴에다 대고 “정의의 사자”라고 말을 하면 겸연쩍다.
「그건, 어째서?」
「어째서라니, 그건」
거기까지 입 밖에 내고, 어라, 하고 알아챘다.
……그런 건, 어째서고 뭐고 없다.
에미야 시로는 어릴 적부터 정의의 사자를 동경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구할 거라고 죽 해 왔다.
그건 옛날도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그 원인.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되려고 한 이유는 뭐였을까.
————————할아버지의 꿈은, 내가
「————————————————」
그것이 답이다.
아마, 자신에게 있어서 전부였던 사람의 최후.
별 것 아닌 자신의 한 마디로, 안심했다고 남기고 갔다.
……그 신뢰를, 지키고 싶었다.
이렇게, 그가 사라져버린 뒤도.
그 안식이, 그에게 주욱 계속되기를, 하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올바른 이유였던 건가.
「……시로?」
「————————」
이름을 불려 정신이 든다.
「아니, 미안. 먼저 돌아갈게」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덮쳐와서 자리를 일어섰다.
도망치듯이 거실을 뒤로 한다.
「————————————————」
아니, 도망치듯이 아니라, 도망쳤다.
지금 그건, 별 것 아닌 의문이었다.
하지만 세이버의 눈동자가 바라봐 오면, 무언가가 벗겨져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어째서. 뭐가 무섭다는 거지, 나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불안.
형체 없는 두려움, 밀려 올라오는 토기.
두통을 억누르면서, 방으로 서둘렀다.
후지 누나는 오늘밤도 일이 있다, 하고 돌아갔다.
세이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옆 방에서 자고 있다.
「————————————————」
오늘밤도 잠들지 못하고 어둠을 보고 있다.
잠들지 못하는 것은 세이버를 의식해서가 아니다.
————————어째서, 시로는 정의의 사자인 건가요?
그 말.
그 의문이, 이때까지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어째서 라고 물어와서, 동경하고 있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거기서 도망친 이유는 명백하다.
그렇다면————————어째서 동경한 건가, 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나에게는 대꾸할 답이 없었을 뿐.
「————————————————」
아니, 답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무의식으로 묶여 있는 자신이 있다.
「————————정의의 사자인 이유」
……그런 걸, 어째서, 새삼스럽게.
키리츠구가 되려고 그저 필사적이었던 어렸을 적.
정의의 사자에게 동경하고 있었던 것은, 그렇다————————이뤄지지 않았던 이상(理想)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 건가.
————————그것이 발단일 터이다.
지금의 자신, 아니, 10년 전부터 있었던 이상의 정체.
구해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전부 구해내지 못하면 잘못이 아닐까 하고 하늘을 노려봤다.
「————————————————」
하지만, 잘못이었던 것은 어느 쪽인가.
자신이 동경했던, 정의의 사자라고 하는 이상.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에미야 시로는 동경에서 어긋나 간다.
무지하기에 한계를 몰랐던 아이는, 지식을 배워 유한을 안 것이다.
————————구할 수 없는 것은 구할 수 없다.
기적은, 사람에게는 벅찬 것.
「————————————————」
그래도, 어른이 되면 키리츠구처럼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도 손에 들어온 것은, 이상은 이상이라고 판단하는 현명함 뿐이었다.
자신에게 가능한 일은 뒤처리뿐.
그래도, 헛수고라고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해 왔다.
그걸로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하고.
……가능한 한 많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목적인 주제에, 많은 것을 떨구면서 해 온 것은, 지지 않기 위해서다.
현실에 때려눕혀져도, 마음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기로라도 서 있을 수 있다.
그 이상.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는다는 외형이야말로, 아름답다고 믿을 수 있다.
————————할아버지의 꿈은, 내가
그렇다, 누구도 해낼 수 없다면.
이 손으로, 그 마음을 잇겠다고 생각했을 뿐.
그러니 정의의 사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키리츠구의 뒤를 이어서, 그가 동경했던 것을 지킨다.
희생 따위 내지 않고, 누구나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지낼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그런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있지도 않다”
「윽……! 시끄러, 해 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뇌리에 떠오른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이상을 안고서 익사해라, 라고 녀석은 말했다.
그 말은 마치————————에미야 시로라고 하는 인간의 결말을, 알아 맞추는 듯한 불길함이었다———————
첫댓글 재밋게 봣어요 ^^
재밌게 봐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학교 짬시간에 보니까 잼네요 ㅋㅋ;
학교 짬시간에 보니까 잼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