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9. 물날.
날씨:
낮에 개였다가 밤에 또 비가
온다.
중부지방 홍수 피해가 크다.
아침열기-누룩,
르방 만들기-점심-청소-맑은샘회의(낮은샘,
높은샘)-마침회-태훈이 생일잔치
[누룩,
르방 만들기와 운동장 없는
서러움]
아침 걷기로 양재천 텃밭으로 차를 타고 간다.
비가 많이 와서 밭에서 자라는 콩과 팥이
궁금해서다.
논에도 가보고 싶은데 대야미 논에는
9월에 갈 계획이다.
아버지들이 번개로 풀을 잡아준 덕분에 콩과 팥은 잘
자라고 있는데 역시 물빠짐이 문제다.
빈 콩깍지가 아니기를 바라는데 내가 순치기를 안
해서 모르겠다.
그래도 넓은 텃밭에 잘 자라는 녀석들을 보니 괜히
배부르다.
학교로 들어오는 길에 생협에 들려 통밀가루를 사서
왔다.
누룩과 르방을 만들기 위해서다.
본디 통밀을 빻아서 해야는데 준비를 못해서 급한
대로 하는데 아쉽기는 하다.
오가며 하루 흐름과 이야기로 아침열기가 떠들썩한데
교실로 들어와 부는 서로를 피리 연주가 차분하게 만든다.
누룩은 한참 더운 여름에 만들어야 하는데 방학이라 늦게야
만든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공부로 잡은 것인데 날이
궂어 습도만 높고 온도가 오르지는 않아서 조금 걱정이다.
누룩은 막걸리 술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강한
막걸리를 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어린이들에게 액체,
기체,
고체를 설명하고 화학반응을
관찰하고,
미생물과 균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다.
더욱이 제철에 맞게 때를 놓치지 말아야 만들 수
있는 거라서 자연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물과 섞어가며 수분이 골고루 퍼지도록 손을 줄곧
놀려야 하고,
누룩 틀에 넣어 밟아줘야 하니 일이 제법
많다.
뭐든지 궁금해서 묻는 승원이가 내려와 누룩틀 밟기를 돕는다. 세 덩이를 만드는데 점심 때까지 줄곧 해서 배식을 기다리던 어린이들까지
모두 누룩 틀에 넣고 밟는 걸 돌아가며 해주었다.
르방은 발효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밀가루
액종이다.
여름학기 마을에서 나는 과일로 액종을 만든데 이어
가을학기에는 르방으로 먼저 시작해 발효빵을 구울 셈이다.
저마다 소독한 병에 르방을 키우기
시작한다.
밀가루와 물을 넣고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날마다 밥을 주며 효모를 키워 빵을 구울 때쯤 꺼내
쓰면 된다.
과천축제에서 발효빵을 굽는 행사를 맡은지라 미리
챙길 게 많다.
글쓰기는 달날에 따로 해서 오늘은 하지
않는다.
낮 맑은샘회의는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이 따로 하는
회의다.
높은샘회의에서는 야구 이야기가
주제다.
운동장이 없어 서러운 우리 어린이들은 개학 때가
되면 야구를 못하는 아쉬움을 쏟아놓곤 한다.
학교 규칙으로 학교 마당과 숲 속 놀이터에서 야구나
축구 같은 공놀이를 하지 않기로 정했는데,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늘 불만이지만 잘
지켜왔다.
그런데 방학 때 집에서 자유롭게 하던 것이 익숙해
개학해 학교에 오니 다시 불만이 나온다.
이번에는 채민이가 아주 작정하고 학교 마당과 숲 속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야구를 하도록 바꾸자고 제안하고 끈질기게 이야기를 꺼내는데,
규칙이 알맞은 탓에 마음대로 야구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약해 조금 억지스럽게 되어 선생님들이 안전 때문에 뭐든지 못하게 한다는 말로 번져 간다.
학교 앞 공동주택에 사는 세화와 세화아버지가 학교
마당에서 야구하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우리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모든 사람이 야구하고 싶을 때 하도록 규칙을 바꾸자
한다.
세화네는 학교 마치고 자기 집 앞이라 하는 것이니
학교에서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어린이들도 자기 집 앞에서 하는 건 자유
아니냐는 말에는 다른 대꾸를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껏 야구하고 싶다는 말을 줄곧 하니 야구
좋아하는 윤태가 거들고 나섰다.
학교에서 위험하다고 안전을 위해 못하는 게 너무
많다고 한다.
아이들 처지에서는 그 말이
맞다.
자치기도 돌을 어미자로 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서
안전 규칙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자치기를 하지 않기로 한 적은 없다.
그런데 그런 게 모아져 놀 게 없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인데 진짜 마음은 야구를 하고 싶은 게 가장 크다.
숲 속 놀이터와 학교 마당에서
술래잡기,
깡통차기,
비석치기,
자치기,
사방치기,
줄그네 타기까지 늘 놀이로 즐겁게 놀면서도
그렇다.
봄 여름학기에 자치기를 얼마나 했던지
6학년들과 나는 없어진 어미자와 새끼자를 만들기 위해 늘 톱을 들곤
했다.
야구를 하지 않기로 한 규칙이 나온 데는 까닭이 많다.
마을 주민들이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 안전을 걱정해
연락을 주신 적도 많고,
실제 공이 찻길로 나가고 공을 찾으러 뛰어나가는
어린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
또 좁은 공간에서 야구를 하면 야구를 하지 않는
어린이들이 놀 곳이 없고 지나가다 맞거나 다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엔 야구를 편을 짜서 하던 게 못하게
되고,
공을 주고받기만 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둘레 사람이
다치고 위험하다는 말이 여러 곳에서 들려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게 안타까운 선생들이 쇠날 긴 점심시간에 남태령
옛길 농구장으로 야구하고 싶은 어린이들을 데려가서 야구를 하도록 도왔는데,
올해는 농구장 공사 예정과 긴 점심 때 선생들이
줄곧 어린이들을 세 곳(숲 속 놀이터,
밧줄놀이터,
농구장)에서 돌봐야 되는 부담 때문에 중단했다.
여지껏 공사를 하지 않으니 가을에는 이 주에 한
번씩 다시 가기로 했는데 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만이다.
야구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현우아버지가 물날 야구
동아리 활동을 돕고,
방과후 어린이들과 야구 경기를 열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애를 쓰지만 끝내는 운동장 없는 서러움
속에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래서 이년 전에는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던
어린이들과 글쓰기를 하며 축구장 노래를 부르며 마을에 작은 축구장이라고 할 만한 곳을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고,
다행히 우리는 작은 축구장과 농구장이 있는
마을공원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아이들은 운동장 없는 서러움을
털어놓는다.
그때는 축구더니 이번에는
야구다.
참 미안한 일이지만 현실은 어찌할 수
없다.
길게 보면 과천동과 마을을 위해 체육관이나 넓은
운동장이 필요한 것이기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애써보겠지만 조금 먼일이라 당장은 그나마 가까운 관문체육공원으로 가서 공놀이를
하고,
부모와 선생들이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는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학교 마당과 숲 속 놀이터 규칙을
지켜가도록 이야기해야 하며 어린이들 원망을 받아내야 하는 몫도 있다.
어린이들 안전과 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예절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니 날마다 어린이들에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줄곧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며 공놀이 대신 할 수 있는 다양한 마당놀이와
전래놀이를 꺼내 놓고 일부러 바람을 일으킨다.
숲 속 놀이터 도르레줄타기(짚라인)도 그래서 더 이 년 반 동안 애를 쓴 끝에 예산을 구해 설치한
것인데,
날이 궂어 그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어서 날이 좋으면 어린이들과 신이 나게 웃으며
도르레줄타기를 하며 야구 못하는 서러움을 날려버리기를.
높은샘회의 결과는 물론 네 어린이 빼고 모든
어린이들이 지금 규칙대로 살자는 데 찬성했다.
그런데 야구를 쉬는 때마다 마음껏 하고 싶은 네
어린이 마음이 전해져 안타깝다.
재미나고 신나는 몸놀이를 일부로 꺼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