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이틀째 비가 온다
사실 가을비는 농부에게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긴 가뭄에는 간혹 비가 내려야 하니,가을비는
겨울을 맞는 또다른 윤활유다.
단풍이든 배추든 적당한 비와 날씨가 버무려져
자기나름의 찬란한 오색과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하겠
다. 여름 한달씩 맞는 폭우장마에 피폐해진 도처의
모습을 보면 비의 악마성을 지울수 없으나
이즈음 가을비는 무서리의 겨울을 맞기위한 또 다른
고뇌와 사색을 갖게 하는 소중한 하루하루다.
님께서 환희의 대각 직전에
은둔의 공간에서 깊은 자기응시의 시간을 처절하고도
고통스럽게 갖으셨으니,도피가 아닌 분명한 자기의지
의 소산이셨다. 어찌 피를 토하는 각혈의 지난한 여정없
이 득음의 세계를 이루랴.
삶은 '안목'이다. 정견이라 한다. 어떻게 볼 것인가?
날씨가 좀 서늘해지니 잠깐 문만 여닫으면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모기가 순간을 이용해 들어와 서너번씩
물어뜯다 결국 죽게 된다. 무는 독이 심해 모기액을
뿌리든 모기채로 잡든해야 일상이 가능하다.
모기도 살기 위해 들어온 실내 공간이 죽음의 시공이
될줄을 알았으랴? 그 하루앞을 모르듯,인간 또한 하루
앞을 모른다 하겠다. 다만 우리 님께서는 하루앞을 알수
없더라도 '정견'이라는 현실의 변화무쌍한 가운데 자기
일심을 견지할 것을 고구정녕히 주창하시니,곧 해탈이
다. 시간의 장단은 중요치 않다. 가을비가 온다함은
곧 변화를 예지케 함이요,법신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의
'울적함과 산뜻함,변화와 응시'라는 자기세계 두 양변
의 주시를 가르치시는 거룩한 뜻일진되,가을비와 다가
설 엄동의 계절마저 고매한 축복의 불은임을 이는 일은
긴요하다 하겠다.
6개월전에 실내 문지방 철봉운동을 하다 거꾸로 떨어져
엉덩이 충격으로 큰 고통을 받아 정형외과에 다녀왔고
지금도 우측을 못쓸 때가 자주 온다. 철봉 기계를 점검
하고 조였어야 하는데 착각해 잊고,전신을 철봉에 의지
하다 떨어져 불구가 되는 줄 알았으나 열탕과 스트레칭
으로 절반은 호전됬으나 주기적으로 거동에 불편을
줬다. 경거망동이었다. 근신하지 않고 집중하지 않은
과보치고는 댓가가 컸다. 이제 움직임과 이동,운동과
뒷산 달리기,기도와 섭생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하니
철봉 낙상을 오히려 '근신하라는 부처님 뜻'으로 알고
조심조심 지낸다. 고루 섭취하니 향수ㆍ방향제 알러지
도 30%이상 좋아졌으니,기적이요 불은이라 생각한다.
갈꽃이 도처에 찬란한 뜻은 '곧 지고 사라져 삭풍의 겨울'
이 다가섬을 인식하라는 '찰라의 축제 현장'을 만끽하라
는 것이다. 축제도 찰라요,모기의 흡혈만찬도 찰라요,내
인생도 찰라이니 그 '찰라'에 환희용약하니,곧 영원을
사는 일이 된다. 님께서 '찰라속에 영원이 있다(일념즉시
무량겁)'는 말씀이니,어찌 비오는 가을날,모기 뜯기는
밤 그리고 초로의 우울조차 진수성찬의 가을 저녘 만찬
만큼이나 성스럽고 의미깊은 시간이라 인식하니,깨달음
의 해탈은 이미 성취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바 역시 인식의 세계다
불보살님의 분상에서 어찌 미추가 있고,어찌 장단이 있
으랴? 그러나 부처님세계의 한 화현인 중생세계는 분명
미추과 고저,장단과 흑백이 있으니,이즈음 가을날의
오색단풍과 들꽃 그리고 소스라이 부는 바람과 가을비
조차 부처님세계(불계,불국토)의 한 국토임을 깨닫는
일은 모든 행자들의 당연한 안목이 된다. 즉 이틀째
가을비가 오니 겨울을 준비하는 땅은 겨우내 땅의 정기
를 스스로 보습케하는 윤활유요,뭇 중생들로 하여금
자기사색을 갖고 스스로 무장(정정진,정정)하라는 비로자나부처님의 거룩한 뜻이 있음을 일깨우는 비라 하겠
다.
불기 2568.10.15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