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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살수렴(肅殺收斂)
쌀쌀한 가을 기운(肅殺)이 초목을 말려 죽게 하는 것은 거두어 들이려(收斂)는 것이라는 뜻으로, 사람에게도 항상 좋은 때만 있지 않고 서리가 내리는 때가 있으니 대비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肅 : 엄숙할 숙(聿/7)
殺 : 죽일 살(殳/6)
收 : 거둘 수(攵/2)
斂 : 거둘 염(攵/13)
출전 : 청성잡기(靑城雜記)
성대중(成大中)이 청성잡기(靑城雜記)에서 말했다.
草木之肅殺者, 霜也.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은 서리다.
然肅殺所以收斂也.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은 거두어 들이려는 것이다.
物豈能長旺哉.
사물이 어찌 언제나 왕성할 수만 있겠는가.
故非惟草木之有霜, 人亦有之.
그런 까닭에 초목에만 서리가 있지 않고 사람에게도 있다.
癘疫編氓之霜也.
전염병은 일반 백성에게 내리는 서리다.
鞫獄搢紳之霜也.
옥사로 국문하는 것은 사대부의 서리다.
凶荒半國之霜也.
흉년은 나라 절반에 해당하는 서리이다.
兵燹擧國之霜也.
전쟁은 온 나라에 내린 서리다.
人之有霜, 匪惟收斂, 天以警威之也.
사람에게 서리가 있음은 거두어 들이려는 것일 뿐 아니라, 하늘이 경고하여 위엄을 보이는 것이다.
驕溢者, 速之.
교만하고 방종한 자는 이를 재촉한다.
푸른 잎에 서리가 내려 단풍이 된다. 뻗쳐오르던 기운을 거두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날이 꽃 시절이요 단풍철일 수는 없다.
인간에게 내리는 서리는 그간 너무 지나쳤으니 낮추고 돌아보라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하지만 교만하고 방종한 사람들은 이 소리를 무시한다.
여전히 오뉴월로 알고 설치다가 하루아침 된서리에 준비 없이 얼어 죽는다.
김수항(金壽恒)은 늦가을 유감(秋晩有感)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霜露塗草莽, 亭皐木葉下.
서리 이슬 풀덤불에 내리더니만, 정자 언덕 나뭇잎 땅에 떨어지네.
鴻驚水國寒, 蟲弔山窓夜.
기러기는 물가 추위 깜짝 놀라고, 벌레는 산창의 밤 조문하누나.
幽人感蕭晨, 獨坐長歔欷.
유인(幽人)은 소슬한 새벽 느낌에, 홀로 앉아 길게 탄식하노라.
少壯能幾何, 光陰疾難恃.
젊은 시절 간대야 얼마나 되리, 세월의 빠름은 믿기 어렵네.
所憂學不進, 盛衰固恒理.
근심은 배움에 진전 없는 것, 성하고 쇠함은 불변의 이치.
勉勉惜分陰, 毋爲自暴棄.
힘써서 촌음조차 아껴 쓰면서, 자포자기하지는 말아야겠다.
선득한 추위에 깬 새벽잠이 다시 들지 않는다. 나는 너무 늦어버린 느낌이다. 공부에 아무 진전 없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래도 그는 다짐한다. 이제부터라도 더 시간을 아껴 쓰고, 몸을 함부로 굴리지 말아야지.
▶️ 肅(엄숙할 숙)은 회의문자로 粛(숙)의 본자(本字)이다. 巾(건; 수건), 又(우; 손)와 삼수변(氵=水, 氺; 물)部를 뺀 淵(연; 연못)의 합자(合字)이다. 손에 수건을 들고 깊은 못 위에서 일을 한다. 매우 두려워하며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삼가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肅(숙)은 ①엄숙(嚴肅)하다 ②공경(恭敬)하다 ③정중(鄭重)하다 ④정제(整齊)하다(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다) ⑤맑다 ⑥경계(警戒)하다 ⑦엄(嚴)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⑧절하다 ⑨차다 ⑩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⑪가지런한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으로 삼가고 두려워 하는 모양을 숙연(肅然), 엄숙하고 고요함을 숙숙(肅肅), 정숙하게 사례함을 숙사(肅謝), 장엄하고 정숙함을 숙엄(肅嚴), 몸가짐이나 차림새가 바르고 엄숙함을 숙정(肅整), 엄격히 바로잡음을 숙정(肅正), 잘못이나 악인을 없애어 맑게 함을 숙청(肅淸), 맑고 깨끗함 또는 맑고 깨끗하게 함을 숙징(肅澄), 삼가 존경함을 숙경(肅敬), 깊이 생각하여 계략을 짜냄 또는 그러한 계략을 숙백(肅白), 쌀쌀한 가을 기운이 풀이나 나무를 말리어 죽임을 숙살(肅殺),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숙상(肅霜), 뜻을 삼감을 숙지(肅志), 삼가 살핌을 숙찰(肅察), 소리를 높이어 부름을 숙창(肅唱), 엄숙하게 들음을 숙청(肅聽), 삼가 받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편지의 첫머리에 쓰는 인사말을 숙정(肅呈), 삼가 아뢴다는 뜻으로 편지의 첫 머리에 쓰는 말을 숙계(肅啓), 삼가 정숙하게 절합니다의 뜻으로 경의를 표하여 편지의 끝에 쓰는 말을 숙배(肅拜), 삼가 조심함이나 공경함을 근숙(謹肅), 경건하고 엄숙함을 건숙(乾肅), 공경하는 뜻으로 조심스레 삼가서 조용하고 엄숙함을 경숙(敬肅), 단정하고 엄숙함을 단숙(端肅),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장엄하고 정숙함을 엄숙(嚴肅),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자숙(自肅), 충성스러워서 삼가는 마음이 깊음을 충숙(忠肅), 무섭거나 두려워서 떨며 삼감을 진숙(振肅),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 스스로 삼가고 경계함을 자숙자계(自肅自戒) 등에 쓰인다.
▶️ 殺(죽일 살/감할 살, 빠를 쇄, 맴 도는 모양 설, 윗사람 죽일 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杀(살; 나무와 풀을 베다)와 때려 잡는다는 殳(수)의 뜻이 합(合)하여 죽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殺자는 '죽이다'나 '죽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殺자는 杀(죽일 살)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杀자는 짐승의 목에 칼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죽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죽이다'라는 뜻은 杀자가 먼저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殳(몽둥이 수)자가 더해지면서 '죽이다'라는 뜻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殺(살, 쇄, 설, 시)은 ①죽이다 ②죽다 ③없애다 ④지우다 ⑤감하다 ⑥얻다 ⑦어조사(語助辭) 그리고 ⓐ감하다(쇄) ⓑ내리다(쇄) ⓒ덜다(쇄)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쇄) ⓔ빠르다(쇄) ⓕ매우(쇄) ⓖ대단히(쇄) ⓗ맴 도는 모양(설) ⓘ윗사람 죽일(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일 도(屠),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육(戮), 다 죽일 섬(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남의 생명을 해침을 살해(殺害),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살상(殺傷), 사람을 죽임을 살인(殺人), 살해를 당함을 피살(被殺),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있는 것을 아주 없애버림을 말살(抹殺), 때려 죽임을 박살(樸殺), 남에게 당한 죽음을 타살(他殺), 죄다 죽임을 몰살(沒殺), 참혹하게 마구 무찔러 죽임을 학살(虐殺), 보고도 안 본 체, 듣고도 안 들은 체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을 묵살(默殺), 얄망궃고 잔재미가 있는 말씨와 태도를 와살(瓦殺), 낙인을 지워 없앰을 쇄인(殺印), 세차게 몰려듦을 쇄도(殺到), 덜어서 적게 함을 감쇄(減殺), 몹시 괴롭힘을 뇌쇄(惱殺), 수습하여 결말을 지음을 수쇄(收殺), 등급을 아래로 낮춤을 강쇄(降殺), 몹시 놀람을 경쇄(驚殺),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절개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살신입절(殺身立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세속오계의 하나로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죽일 것을 이르는 말을 살생유택(殺生有擇),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변고를 일컫는 말을 살육지변(殺戮之變), 음악에서 곡조가 거세고 급하여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일컫는 말을 살벌지성(殺伐之聲),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폐단을 일컫는 말을 살육지폐(殺戮之弊),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말을 살활지권(殺活之權), 살기가 얼굴에 잔뜩 올라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살기등등(殺氣騰騰), 살기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살기담성(殺氣膽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킴 또는 사물의 급소를 찌름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자기의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스스로 끊음을 일컫는 말을 분신자살(焚身自殺),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증삼살인(曾參殺人), 사람을 죽이기를 꾀하다가 이루지 못한 행위를 일컫는 말을 모살미수(謀殺未遂), 살리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함 또는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활살자재(活殺自在),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
▶️ 收(거둘 수)는 형성문자로 収(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丩(구, 수; 모으다, 세게 졸라 매다, 매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收(수)는 잡다, 거두어 들이다의 뜻으로 ①거두다 ②익다, 곡식(穀食)이 여물다 ③정제(精製)하다, 거두어 들여 정리하다 ④쉬다, 그만두다, 그치다 ⑤등용(登用)하다 ⑥모으다 ⑦긷다, 물을 긷다 ⑧잡다 ⑨빼앗다, 약탈(掠奪)하다 ⑩시들다, 오그라들다, 쇠하여지다 ⑪불이 꺼지다, 사라져 없어지다 ⑫수확(收穫) ⑬관(冠)의 이름 ⑭수레 뒤에 가로로 댄 나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떨기 총(叢), 약할 약(弱), 부를 징(徵), 주울 습(拾), 거둘 철(撤), 거둘 렴(斂), 부드러울 유(柔), 거둘 확(穫), 연할 연(軟), 모을 집(集),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지탱할 지(支), 줄 급(給)이다. 용례로는 돈을 추렴하여 모아 거둠을 수렴(收斂), 어수선한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음을 수습(收拾),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 또는 그 물품이나 돈을 수입(收入), 곡식을 거두어 들임을 수확(收穫), 이익을 거두어 들임을 수익(收益), 물품을 걷어 감을 수거(收去), 일정한 곳에 받아들임 또는 범법자 등의 특정한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가둠을 수용(收容), 옥에 가두어 놓음을 수감(收監), 일정한 계통의 것 등을 모아서 적음 또는 그 기록을 수록(收錄), 어떤 물건이 오그라들거나 줆을 수축(收縮), 거두어 모음을 수집(收集), 강제로 빼앗음을 수탈(收奪), 물건을 거두어 사 들임을 수매(收買), 빨아서 거두어 들임을 흡수(吸收), 거두어 들임을 철수(撤收), 다시로 거두어 들임을 환수(還收), 나라에서 세금이나 그밖의 돈이나 물건을 거두어 들임을 징수(徵收), 도로 거두어 들임을 회수(回收), 물건을 사들이기 또는 금품 따위로 남을 꾀어 제편으로 끌어 들임을 매수(買收),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둬 들이는 일을 추수(秋收), 수입이나 농작물의 수확이 적어짐을 감수(減收), 물건 따위를 모조리 거둬 들임을 몰수(沒收),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어찌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복수불수(覆水不收),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뜻으로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반수불수(反水不收), 봄에 농사를 지어 가을에 거두어 들임을 이르는 말을 동작서수(東作西收), 짐짓 체면이 서도록 하는 치레를 이르는 말을 이면수습(裏面收拾) 등에 쓰인다.
▶️ 斂(거둘 렴/염)은 형성문자로 敛(렴), 歛(렴)은 통자(通字), 敛(렴)은 간자(簡字), 殓(렴), 殮(렴), 裣(렴), 襝(렴)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僉(첨, 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斂(렴/염)은 ①거두다 ②넣다, 저장(貯藏)하다 ③모으다 ④감추다, 숨기다 ⑤염(殮)하다 ⑥장사(葬事)지내다 ⑦단속(團束)하다 ⑧오므리다 ⑨험(險)하다 ⑩거의, 대략(大略) ⑪줄잡아 ⑫최소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둘 수(收), 모을 취(聚), 모을 집(集),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흩을 산(散)이다. 용례로는 삼가 옷깃을 바로잡고 정숙히 함을 염금(斂襟), 머리를 쪽지거나 틀어 올림을 염발(斂髮), 종적을 감추는 것이나 어떤 일에서 발을 빼는 것을 염적(斂跡), 군사를 거두어 들임을 염병(斂兵), 하던 일에서 손을 뗌 또는 아예 손을 대지 아니함을 염수(斂手), 자숙하여 조심스러운 몸가짐을 함을 염용(斂容), 돈을 거두어 모음 또는 그 돈을 염전(斂錢), 조세 등을 가혹하게 징수함을 가렴(苛斂), 조세를 정한 것보다 더 거두어 들이던 일을 가렴(加斂), 돈을 추렴하여 모아 거둠을 수렴(收斂), 노래 곡조 끝에 붙이어 되풀이하여 부르는 짧은 몇 마디의 가사를 후렴(後斂), 정규적이 아닌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추렴을 잡렴(雜斂),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물품을 거두어 들임을 추렴(抽斂), 재물을 거두어 들임을 추렴(揪斂), 재물을 함부로 거두어 들임을 망렴(妄斂), 염을 다시 함을 개렴(改斂), 탐욕을 부리어 재물을 마구 거두어 들임을 탐렴(貪斂), 무릎을 거두고 옷자락을 바로 하여 단정히 앉음을 이르는 말을 염슬단좌(斂膝端坐),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음을 이르는 말을 가렴주구(苛斂誅求)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