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숨을 준비는 되었겠지?
째깍
매직타임 워터랜드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얼떨결에 대답한 연지.
그렇게 덜컥 이상한 물속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연지는 오빠를 찾는 꼬마와 함께 오빠를 찾아다니며 각종 미션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과 마주하게 되는데…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심스레 전하는, 작지만 간절한 위로
목차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
뒤죽박죽 매직타임 워터랜드
구불구불 미로 여행
방울방울 방 탈출
째깍째깍 시계탑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문은아
밤송이처럼 까슬까슬한 이야기, 재채기처럼 간질간질한 이야기, 노을처럼 울컥울컥한 이야기, 바다처럼 두근두근한 이야기, 우주만큼 커다래지는 좁쌀 이야기들을 짓고 싶습니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노는 건 더 좋아합니다. 쓴 책으로 10회 5·18문학상을 받은 『이름 도둑』과 『오늘의 10번 타자』 등이 있습니다.
그림: 이명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듭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난 상상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바람에 날아갔어』, 그린 책으로 『초코칩 쿠키, 안녕』, 『우리 건국 열 가지 이야기』, 『아멜리아 에어하트』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숨을 준비는 되었겠지?
째깍
“숨을 준비는 되었겠지?” 매직타임 워터랜드에 놀러온 연지가 물 미끄럼틀을 타려는데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요. “응!” 연지는 무심코 대답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갑니다. 잠시 뒤 물속에서 눈을 뜬 연지. 그런데 이상해요. 워터랜드에서 놀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연지 혼자뿐이에요. 그뿐이 아니에요. 시곗바늘이 멈추고, 물속인데 숨이 저절로 쉬어져요. 벌써 숨바꼭질이 시작된 걸까요? 그때 흔들리는 물속에 잠긴 것처럼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아이가 연지를 향해 걸어옵니다.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한 연지는 물속아이에게 이것저것 묻지만, 물속아이는 “어서 숨어, 곧 나타날 거라고.”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 채 오빠를 찾아야 한다며 어딘가로 뛰어가 버립니다. 엄마도 안전 요원도 없는 낯선 물속에 혼자 있기 싫었던 연지는 물속아이를 따라 뛰기 시작해요!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둔 기억을 마주할 용기
물속아이와 함께 오빠를 찾기로 한 연지.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오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아이가 기억하는 건 오빠가 검은 안경을 썼다는 것과 째깍상어가 나타나기 전에 오빠를 찾아서 함께 숨어야 한다는 사실뿐입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오빠를 찾으려 이름도 모르는 아이와 함께 물속 세상 곳곳을 누비며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연지의 깊은 곳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부서진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연지는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왜 자신에게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는지 깨닫게 되는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온 국민이 우울에 빠질 정도로 슬퍼하던 사건이 어느덧 애써 기억해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외면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괴롭고 아프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가 때때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떠올라 마음속을 헤집어 놓을 뿐이죠. 전문가들은 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상처를 끄집어내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서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고통을 기억해야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또다른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망각은 신의 선물, 기억은 인간의 의지라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문은아 작가는 주인공 연지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 둔 기억을 마주할 것을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그저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잘 ‘기억’해 더 이상 같은 비극을 겪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만 비로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세월호에서 시작한 숨바꼭질의 끝이 우리 모두가 품은 생명 바다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이 책이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그 집단 기억을 토대로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내가 저 비상문을 열지 않으면 어떻게 돼?”
연지가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어.
“영원히 숨어 있을 수 있지. 그럼 째깍상어한테 쫓기지 않아도 돼. 시간이 멈췄으니 숨이 찰 일도 없고. 하지만….”
버블맨이 뒷말을 삼켰어.
“하지만 뭐?”
“숨바꼭질은 끝나지 않을 거야. 네가 숨어 있는 동안은.”
-본문 62쪽 중에서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외면하지 말고, 모르는 척하지 말고, 쓰리지만 그 상처와 마주하면 어떨까요.
…
상처는 불쑥불쑥 알 수 없는 몸의 증상을 내보이며 호소합니다. 나를 마주해 달라고, 나를 치유해 달라고 말이죠. “처리되지 않은 기억을 다루는 데 결코 너무 늦은 때는 없다. 그것은 어느 나이에든 가능하다.” 트라우마 관련 서적에서 읽은 이 문장이 저를 나아가게 해 주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낯선 물속 세상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판타지 모험과 성장담
상처 입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
이 책은 2021년 4월, 세월호 7주기 때 제주 세월호 기억관 낭독회에서 첫 선을 보이고, 이듬해 낭독 뮤지컬로 제작되어 또 한 번 무대에 올랐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을 동화로 새롭게 다듬어 쓴 것입니다.
글을 쓴 문은아 작가는 세월호 침몰 후 모두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고래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미 고래는 아기 고래가 죽어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하면 온몸으로 죽은 아기 고래를 물 밖으로 꺼내려고 애를 쓴다죠. 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살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우리와 같은 포유류이기 때문입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권혁규 어린이와 홀로 구조된 여동생의 사연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작가는 아기 고래를 물 밖으로 꺼내려 애쓰는 어미 고래의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글을 시작한 마음은 다소 무거웠지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낯선 물속 이상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판타지 모험과 주인공 연지의 성장담이 재미와 함께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지요. 권혁규 어린이의 여동생을 비롯한, 남은 이들이 부디 상처를 이겨내고 고요히 살아내기를 바라며 쓴 이 책이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이 304번이나 반복되는 것을 보며 상처 입은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초등 교과 연계
3학년 1학기 국어 6. 일이 일어난 까닭
3학년 1학기 국어 10. 문학의 향기
3학년 2학기 국어 9. 작품 속 인물이 되어
4학년 1학기 국어 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4학년 1학기 국어 4. 일에 대한 의견
4학년 2학기 국어 1. 이어질 장면을 생각해요
5학년 1학기 국어 2. 작품을 감상해요
5학년 2학기 국어 1. 문학이 주는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