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강해 하경 제5권
[ II. 계사전 등 ]
계사상전
계사하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 계사전 ]
복희씨가 그린 64괘를 글로 설명한, 문왕의 괘사와 주공의 효사를 주역의 경문이라고 하며, 괘사를 '괘계사' 효사를 '효계사'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계사전'이란 괘계사와 효계사가 아닌 공자의 십익 (십익)가운데 총론격인 계사전을 의미한다. 성인이 지은 글은 '경'이고 현인이 지은 글은 '전'이라고 하는데, '계사전'만은 공자께서 지었지만 '전'이라고 하고, 특별히 '역대전 (주역을 크게
전했다)'이라하여 일반 '전'과 구별한다. 성인이 지었는데도 '전'이라고 한 것은 공자가 주역을 찬하시며 "기술은 하되 창작은 아니다 (술이부작)"라고 말씀하신데서 기인하며, 후대에 괘사나 효사밑에 붙여진 다른 십익과는 달리, '계사전'과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등은 총괄적인 설명이므로 독립하여 놓은 것이다.
'계사전'은 상편 (12장)과 하편 (12장)으로 나뉘어졌는데, 각편을 12장으로 나눈 것은 하루가 12시, 1년이 12개월로 된 이치와 같으며, 계사상, 하편도 경문과 마찬가지로 상전이 체 (선천, 자연의 이치)가 되고, 하전이 용 (후천, 인사의 작용)이 된다.
공자께서 십익을 찬하시며 위편삼절을 하신 것은, 주역에 당신의 모든 사상과 경륜을 담아 후세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계사전에 '계사언'이라고 여섯귀절을 붙여 놓았는데, 이는 한 괘가 육효임을 상징하며, 이 여섯귀절 속에 문왕의 괘사와 주공의 효사를 붙여놓은 뜻이 나타나 있다.
#1 계사언하야 이명길흉하며 (상전 제 2장)
#2 계사언하야 이단기길흉이라 (상전 제 8장)
#3 계사언은 소이고야오 (상전 제 11장)
#4 계사언하야 이단기길흉이라 (상전 제 12장)
#5 계사언하야 이진기언하며 (상전 제 12장)
#6 계사언이명지하니 (하전 제 1장)
[ 계사상전 ]
제1장
천존지비하니 건곤이 정의오
비고이진하니 귀천이 위의오
동정유상하니 강유 단의오
방이유취코 물이군분하니 길흉이 생의오
재천성상코 재지성형하니 변화 현의라.
1)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하고, 낮고 높음으로써 베풀었으니 귀와 천이 자리하고, 동과 정이 항상함이 있으니 강과 유가 판단되고, 방소로써 류를 모으고 물건으로써 무리를 나누니 길과 흉이 생하고, 하늘에 있어서는 형상을 이루고 땅에 있어서는 형용을 이루니 변과 화가 나타남이라.
존: 높을 존 정: 정할 정 비: 낮을 비 진: 베풀 진 단: 판단할 단, 끊을 단
류: 무리 류 취: 모을 취 군: 무리 군 현: 나타날 현
2) 뜻풀이
#1 천존지비건곤정의: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므로, 선천팔괘 방위도에서 건은 위에, 곤은 아래에 그려서 높고 낮음을 형상하였다. 천지는 음과 양의 형용과 기운의 실체로, 하늘은 기의 실체이며 땅은 형의 실체이다.
#2 비고이진 귀천위의: 세상은 낮은데도 있고 높은 데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베풀어지며, 낮은 것은 천하고 높은 것은 귀한 까닭에 모든 것이 마땅한 자리를 갖게 된다.
* 고비라 하지 않음은, 존비귀천은 비와 천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지위가 낮은데서부터 올라가니 비고이고, 일단 올라가 벼슬에 있는 사람을 놓고 이야기하면 귀천이라 할 수 있다.
#3 동정유상강유단의: 동하는 것은 양의 상리이고, 정하는 것은 음의 상리이다. 동하는 것은 강하기 때문이며, 정하는 것은 유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음양은 강유의 체, 강유는 음양의 용).
#4 방이유취: '방'이란 동서남북 등 방소를 말하는 것으로, 지역마다 각기 유사한 것을 모아 놓음을 말한다.
#5 물이군분: 그 모인 물건마다 또 나눠져서 조수류, 어패류 등으로 나뉘고, 사람마다 종과 족이 다름을 말한다. 주역의 괘 배열도 순양괘인 건과 순음괘인 곤을 처음에 놓고, '방이유취 물이군분'이 가장 잘된 기제와 미제를 끝에 놓았다.
#6 길흉생의: 처해있는 방소와 나누어진 종류에 있어, 있을 곳에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길과 흉이 달라진다. 물건이 모이고 나눠지는데서 길흉이 생하는 것이다.
#7 재천성상재지성형: 하늘에는 일, 월, 성, 신이 각기 도수에 따라 운행하며 변화하고, 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가 있다. '변'이란 음이 양이 되는 과정이며 나아가는 것이고, '화'란 양이 음이 되는 과정이며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음변양화).
* 이상은 천지자연의 자연스런 이치로 괘를 그리기 전의 역, 즉 '천역 (자연지역)'을 설명한 것이다. 천역의 체는 '상과 형'이다.
시고로 강유 상마하며 팔괘 상탕하야
1) 이런까닭으로 강과 유가 서로 마찰하며, 팔괘가 서로 움직여서 (변해서),
마: 마찰할 마 탕: 변할 탕
2) 뜻풀이
#1 천지자연의 역을 보고 성인들이 역 (서역)이라는 틀 속에 그 이치와 상을 담았다.
#2 강유상마: 양은 강이라는 실체로 작용하고, 음은 유라는 실체로 작용한다. 즉 태극에서 음양이 나온후 서로 부딪쳐서 사상, 팔괘, 64괘로 분화하는 것이다. 태극 -> 양의 -> 사상 -> 팔괘 (태극에서 음양이 나와 서로 상마하니, 일생이법에 의해 사상이 나오고 이어 팔괘가 된다.)
#3 팔괘상탕: 태극에서 8괘까지 분화는 일생이법에 의해 음양의 분화가 되지만 (강유 상마), 8괘라는 성정과 상을 갖춘 존재가 된 후는, 분화가 아닌 서로간의 사귐에 의해 생성한다. 즉 일정팔회에 의해 64괘를 생성한다. (각주: 일정팔회: 한 괘가 여덟가지씩 변함. 즉 팔괘중 하나를 아래에 놓아 근본을 삼고, 그위에 8괘를 차례로 올려 놓으면, 한 괘당 8괘씩 모두 64괘가 나온다 (8*8=64). 물론
일생이법에 의해 분화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림 생략)
고지이뢰정하며 윤지이풍우하며 일월이 운행하며 일한일서하야
1) 우뢰와 번개로써 고동시키며, 바람과 비로써 윤택하게 하며, 일월이 운행하며, 한 번 춥고 한번 더워서,
고: 두드릴 고 뢰: 우뢰 뢰 정: 우뢰 정, 번개 정 윤: 불어날 윤 한: 찰 한
서: 더울 서
2) 뜻풀이
세상은 계속하여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동 진작시키고, 적셔서 불어나고, 해와 달이 교대하고, 추웠다 더웠다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본떠서 팔괘의 상을 그린 것이다.
이를 선천팔괘 방위도에 따라 도면화하면 다음과 같다.
--------------------
(그림 생략)
고지이뢰정: 뢰 () 정()
윤지이풍우: 풍 () 우()
일월운행: 일 () 월 ()
일한일서: 한 () 서 ()
--------------------
건도 성남하고 곤도 성녀하니
1) 건의 도가 남자를 이루고, 곤의 도가 여자를 이루니,
2) 뜻풀이
건은 노양괘이고 곤은 노음괘로 각기 음양을 대표하며, 건곤의 조화로 만물이 나오는 것이다. 또 만물의 대표로써 사람을 들어 남과 여로 나눈 것이다.
건지대시오 곤작성물이라.
1) 건은 크게 시작하는 것을 주장하고, 곤은 물건 이룸을 지으니라 (맡았느니라)
작: 지을 작
2) 뜻풀이
#1 음양의 도는 양은 시작하고 음은 마치며, 양은 베풀며 음은 그것을 이어 행하는 것이다.
#2 지: 주장한다는 뜻이다.
건지대시: "대재라 건원이여 만물이 자시하나니 (건괘 단전)"라 하였으니 건은 시작을 주장하는 것이고,
곤작성물: "지재라 곤원이여 만물이 자생하나니 (곤괘 단전)"라 하였으니 곤은 건의 도를 이어 만물을 길러내는 것이다.
* 이상은 천역을 책에 담은 것으로 (서역), 팔괘에서 64괘의 생함과 건도와 곤도에서 만물의 자웅이 나와 생명활동이 시작함을 말하였다. 서역의 체는 '변'과 '화'이다.
건이이지오 곤이간능이니
1) 건은 쉬움으로써 주장하고, 곤은 간단함으로써 능하나니,
이: 쉬울 이 간: 간단할 간
2) 뜻풀이
#1 천역, 서역에서 이어서 인역을 말한 것으로, 사람이 역을 배워서 실천하는 문제를 말했다. 건이 쉬움으로써 주장하여 시작하면, 곤은 간단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여 이룬다. 즉 음양의 도는 배움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저절로 알아지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역은 이간지학
이: 자연의 이치가 쉬움을 말함 (하늘, 남자)
간: 자연의 이치는 간단하게 이룸을 말함 (땅, 여자)
#2 이간의 사상은 학문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아인쉬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세우고, 생각하기를 "자연은 아름답고 간단한 것인데,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만 이론이 성립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보편적인 이론이 있을 것이다."라는 문제의식에서 보다 보편적이고 간이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시킨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즉이지오 간즉이종이오 이지즉유친이오 이종즉유공이오
유친즉가구오 유공즉가대오
가구즉현인지덕이오 가대즉현인지업이니
1) 쉬우니 쉽게 주장하고 (알고) 간단하니 쉽게 따르며, 쉽게 주장하니 친함이 있고 쉽게 따르니 공이 있으며, 친함이 있으니 오래할 수 있고 공이 있으니 클 수 있으며, 오래하니 현인의 덕이 되고 클 수 있으니 현인의 업이니,
종: 따를 종 구: 오랠 구 업: 업 업
2) 뜻풀이
건곤의 이간에서 시작하여 현인의 덕업으로 맺은 것은, 성인이 만든 이를 배움으로써 누구나 건곤의 '시성'하는 도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이다. 이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건 (대시) -> 이지 -> 이지 -> 유친 -> 가구 -> 현인지덕 (형이상적)
곤 (성물) -> 간능 -> 이종 -> 유공 -> 가대 -> 현이지업 (형이하적)
건곤의 덕 사람이 받아 들이는 덕
#1 현인의 덕과 업을 내외로 보면, 안으로는 덕을 쌓고 밖으로는 구체적인 사업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2 유친과 유공: 알기가 쉬우면 뜻을 같이하는 자가 많아지므로 친함이 있게 되고(동심자다고유친), 따르기가 쉬우면 협력하는 자가 많아지므로 공이 있게 된다 (협력자중고유공).
이간이천하지리 득의니 천하지리 득이성위호기중의니라.
1) 이간하여 천하의 이치를 얻으니, 천하의 이치를 얻음에 위가 그 가운데서 이루어지느니라.
득: 얻을 득 리: 이치 리
2) 뜻풀이
사람이 천지 가운데 위를 얻어 당당히 삼재의 일원이 되었으니, 천지와 더불어 만물을 경영하는 것이다 (여천지합기덕). 즉 하늘이 위에서 한 위가 되고, 땅은 아래에서 한위가 되며, 사람이 그 가운데서 한 위를 이루는 것이니, 사람이 하늘과 땅의 이간의 도를 체득하여 천지의 도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삼재의 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1 소주역이라고도 하는 '중용'의 "치중화면 천지위언하며 만물육언이니라 (중과 화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바로 하고 만물이 생육되니라: 1장)"와 상통한다.
* 이간은 인역의 체이다. 천역의 체인 상과 형, 서역의 체인 변과 화의 도를 인역의 체인 이와 간으로 이으며, 삼재의 일원으로써 대자연의 도에 당당히 참여하는 것이 주역의 도인 것이다.
우제일장
우: 옛적의 책은 종서로 되어있으며, 그 순서가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쓰여졌다.
따라서 '우제일장 (오른쪽이 제1장)'이라함은 지금까지 읽어온 내용이 1장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