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책 개정판이 나가게 되었는데 출판사에서 어머니 사진들이 더 있으면 보내 달라고 해서 갑자기
서울 친정 집에 갔다. 가는 길에 간병하러 가면서 늘 들렸던 빵집과 떡집앞을 지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마당에 들어서니 쓸쓸한 마당에도 봄볕이 따뜻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어머니 방문을 여니 싸한 찬 공기만 느껴질 뿐, 늘 반겨 주시던
어머닌 안 계시다. "바쁜데 어떻게 왔냐?"며 어린애 처럼 좋아서 웃으시던 어머니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방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엄마를 부르며 펑펑 울었다.
어머니가 3년가까이 누워 계셨던 침대를 어루만지니 차디찬 느낌이 코허리를 시큰하게 한다.
▲ 어머니가 누우셨던 환자용 침대
▲ 어머니를 태우던 휠체어
저 휠체어는 시어머님께 우리 작은 아들이 사 드렸던건데 몇번 타보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새것이라 보관했던 걸 친정 어머니가 쓰시게 되었다. 두 어머니께서 쓰시던 휠체어를 보니 가슴이 저리다.
저 휠체어를 타고 밖엔 한 번도 나가 보시지 못했다.
▲ 어머니 방에 걸려 있는 시계
어머니가 밤새 통증으로 시달리실 때 저 시계를 수도 없이 올려다 보며 날 밝기를
기다렸었는데 어머니 가시니 저 시계 보며 기다릴 일이 없게되었다.
▲ 어머니가 입으시던 잠옷
원래 내 잠옷이었는데 100% 순면이어서 촉감이 좋아 어머니 환자복으로 입혀 드렸었다,
다 낡은 것이지만 어머니가 입으시던 옷이라서 내가 갖다 입으면 어머니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같아 다시 가져 왔다.
▲ 어머니 앨범에서 찾아 낸 옛날 사진. 아마 저때가 70대쯤이었을 것같다.
카메라 앞에서 멋적으셨는지 과꽃 이파리를 살짝 만지고 계시다.
저렇게 연세가 드시고도 여성스러운 자태를 보이시다니.....
고운태가 남아 있는 어머니 사진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 마당에 심어 놓은 둥글레
▲ 아직 다 피지 못한 철쭉
▲ 어머니 떠나시니 어머니 손길 가던 화초 한 포기마다 눈물겹다.
▲ 윤기 흐르던 장독도 주인을 잃으니 먼지가 쌓였다.
해마다 육남매의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가 주셨다.
▲ 어머니가 3년전 씨앗으로 남겨 두셨던 찰옥수수, 차마 버리지 못하고 뒀더니 저렇게 벌레 먹고 썩었다.
이맘때는 일동 밭에 어머니가 뿌린 옥수수며 콩, 팥, 호박들의 새싹이 올라 오고 상추와 쑥갓, 아욱,
시금치들이 자라고 있었을텐데 이젠 그 밭도 묵히는 밭이 되어 버렸다.
▲ 어머니 계실때 친정집 마당을 돌아다디던 어미 고양이는 죽고 새끼 고양이만 남았다고 한다.
길고양인데 안됐어서 먹이를 줬더니 우리집 근처를 떠 돌아 다닌다.
▲ 아버지가 만드셨던 나무 의자.
어머니께선 감나무 아래 놓인 저 의자에 자주 앉으셨다.
아마 저 의자에 앉으실 적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을 하셨을 거다.
계절따라 저 의자 위엔 꽃잎이.... 낙엽이 .... 눈이 쌓이고 의자는 삭아 간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져보고 싶어도 만져 볼수 없다.
"엄마!"하고 불러봐도 대답은 없고 허공을 맴돌 뿐이다.
이게 바로 죽음인 것이다.
동생이랑 식탁에 앉아 차 한잔을 마셨다.
어머니 계실때는 엄마를 휠체어에 앉혀서 커피를 함께 마셨었다.
"엄마, 커피 드려요?" 여쭤보면 환하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손을 쓰시지 못해 숟갈로 떠 넣어 드리면 아주 달게 드셨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해맑게 웃으시며 "너도 마셔!"하셨었다.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문득문득 엄마 생각이 나면 막을 새도 없이, 후두둑
눈물이 쏟아진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눈시울이 화끈해진다.
"엄,마~!" 글씨가 안 보인다.
첫댓글 주말 아침..눈물 가득 고입니다.
주인 잃은 나무의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아침입니다.
오늘은 밤새 쉬지않고 내린 비때문에 안개가 그윽하게 내려앉아
수묵화를 그린듯한 풍경을 만들고 있는데.....
저도 우이동에 엄마보러 올라갑니다. 제가 태어난 주택 그집이 이제 너무 낡아서 매번 이사좀 가서 편히 살라고 하는데...오늘 그집 지키는 엄마가 고맙습니다. 이제 울지 마세요.엄마가 다 보고계시잖아요.
흐르는 노래와 함께 안나님 글을 읽으니 돌아가신지 이미 32년이 지난 울 엄마 모습과
그때 장사 지내고 와서 느꼈었던 빈집의 허전함과 막막함도 함께 떠 올라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네요.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저도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많이 그리워지네요...
저희 어머니는 49세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너무 젊은 나이에 우리곁을 떠나셨습니다....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그리움!!저도 바쁘게 살아왔는데 1년 기제사가 내일이네요~~~벌써 일년이 되었는데 저는 이룬게 없어서 또 가슴이 에입니다 안나님!!!많이 그리우시지요
비 내리고, 내 안에도 비 내리고, 안나님 따라 엉엉 울고 싶어지는 봄 끝물
엄마! 그 한마디가 마음이 짠하다못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안나님께
70살만 되어도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씀하셨다는 생각이 나네요
씨앗을 조금 조금씩 싸두고서 이름까지 적어둔
그 씨앗들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참 단정하시고 반듯하셨지요
어머니 생각하면 ... 저도 눈물 부터 쏟아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