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 외국인 노동자 빛과 그림자 2

[znzn]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블랑카? 아니면 움추린 어깨로 빠르게 곁을 지나가는 모자를 눌러쓴 외국인 노동자? 그들도 따스한 불이 켜진 집으로 돌아가면 한 가정의 가장, 혹은 그 집에 불을 밝히는 아내입니다. 우리와 다른 겉모습으로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한번이라도 그들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걸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들이 사는 세상, 함께 들여다보실래요?

여름 밤이면 골목마다 노래 소리로 가득차는 마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마을. 컨테이너 박스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하지만 ‘앗살라마리꿈’ ‘사와디캄’이라며 말을 건네며 인사를 건네면 고개를 들고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준다. 여름이면 집 앞에 의자를 내놓고 치킨을 시키고 맥주를 마시며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춘다고 한다. 문 앞에 나와 부채를 들고 부치며 웃음 소리와 노래 소리로 여름날의 골목 가득가득 채워진다고 한다.

세월의 흔적을 피해간 듯한 곳이라서 그런지 영화 촬영지로도 많이 고개를 비추었다고 한다. 실제로 독립영화를 비롯한 여러 영화를 촬영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슈퍼 앞의 유리창에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스터와 시멘트 벽에 남겨진 그래피티가 있다.

한국안의 작은 아시아, 그들의 문화가 공존하는 방법.                                                     

그들이 사는 동네의 몇 평 남짓한 슈퍼 하나는 작은 동남 아시아를 옮겨 놓은 것 같다. 타지에서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곳에 찾아 고향 음식과 향신료를 사면서 달랜다고 한다. 어스름한 저녁 골목에 세워진 파란 트럭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동남아 과일과 채소를 사서 저녁을 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태원과 강남에 있는 호화롭고 이국적인 인테리어는 오리엔탈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타국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사는 마을에 있는 방글라데시 음식 전문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기쁜 날, 그동안 조금씩 아껴왔던 용돈으로 그곳에 가서 모처럼의 고향음식으로 외식을 한다.

외국인 노동자 마을 보완관이 들려주는 웃지 못할 이야기                                                 

아이들처럼 장난을 좋아하는 그들. 그 마을 보완관이라고 불리는 샬롬의 집의 복지사 선생님은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련된 대소사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는 그의 핸드폰은 좀처럼 쉴틈이 없다. 한국에서 부당한 일을 당햇을 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항상 그는 대기중이다.

그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일이라면서 그가 꺼냈던 이야기 하나.
어느 날, 새벽 갑작스러운 복통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데려갔다고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큰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환자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원인을 추궁하자 타이어 바람 넣는 기계를 직장에 넣고 바람을 넣어 복통이 시작된 것이라고 자수했다고 했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자 장에 바람이 차서 풍선 같아 시간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바람을 빼서(알아서 이해하시길) 해결하였다고 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힘든일도 많이 겪고 험한 일도 많이 있었지만 어린 아이들 같은 순수한 마음과 기댈곳 없는 그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도 그들의 바람막이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다. 마음이 부자인 그들을 만나다.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났다. 샬롬의 집, 청주 써니들과 함께 '날아라 슈퍼 써니(SKT 대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외국인 노동자 봉사 프로그램이다.)'를 통해 친분이 있는 필리핀 가정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가로등이 없어 어두워 보이지 않는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을 조심스레 내딛고 난간을 올라가 컨테이너 박스의 집을 찾았다. 어서 오라며 자꾸만 주섬주섬 뭔가를 건네준다. 말린 망고, 대추야자 처음보는 음식이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낯선 음식이 머뭇거림 없이 내 입속으로 들어가 맛있다며 대답한다.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는데 그들의 젓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아 쌈을 싸서 건네 주자 "곰아씁니다요. 나는 크리스에요."라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한국에 온지 십년이 되었다는 그는 친해지자 자신을 꼭 빼어 닮은 아들을 안고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작은 집에 우리가 왔다는 말에 낯선 손님을 구경하러 필리핀 이웃 주민들이 모두 모여 늦은 밤 잔치가 벌어진다.

한손에 들려 있는 까만 비닐 봉지 안에 노란 빵이 들어있다. 이름이 "뿌뚜"라고 했다. 백설기 맛이 나는 노란 밀가루 빵이다. 우리가 맛있다고 하자 "그래요? 기뻐요. 이거 만드는 거, 밀가루, 에그, 섞어요. 그리고 불에 익혀요. 만들기 쉬워요."하면서 웃어준다. 그리고 잠시 후 더욱 커다란 뿌뚜를 구워와 우리 앞에 내민다. 너무 서두르느라 안이 채 익지도 않았지만 내 인생에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나눔의 미덕을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마음을 가진 그들은 마음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부자이다. 나누어 줄것이 있어 기쁘다며 환하게 웃는 그들에게 앞에 나는 가진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이 가난한 아이다. 작은 일상의 기쁨을 알고 , 노래와 춤, 음악이 주는 영혼의 치유력을 그들은 알고 있다. 한국안에서 살고 있되 그들의 문화와 뿌리는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간다. 외국인 노동자, 그들이 사는 세상. 그곳엔 작은 아시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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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지현(bg1029@naver.com), 김선영(cu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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