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딛고, 나무를 두드리고, 돌을 만져라!"
미국 서부의 야생에서 국립공원 레인저로서 사막의 생태와 내면의 고독을 관찰한 기록
『사막의 고독』은 저자가 미국 남서부 유타주의 사막 생태계를 관찰한 기록과 과도한 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의식, 그리고 사막에서 직접 겪은 독특한 모험담을 두루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한 개인의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답고 자유롭지만 동시에 잔인하고 고립된, 역설로서의 사막과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로 가득한 ‘철학적 회고록’으로 탄생되었다. 덕분에 『사막의 고독』은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1. 환경운동의 ‘호밀밭의 파수꾼’ 에드워드 애비
『사막의 고독』은 저자가 서부의 황야에서 보냈던 침묵의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콜로라도고원 사막의 생태와 지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성소(聖所)로서의 사라져 가는 야생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명의 미래에 대해 성찰했다.
1968년 『사막의 고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은 미국에서 전국적인 컬트의 대상이 되었다. 반항적이면서도 예민하고, 자극적이면서도 신비롭고, 분노와 사랑을 동시에 일으키는 이 책은 그 모든 것들, 그리고 그 이상을 담고 있었다. 덕분에 『사막의 고독』은 독자들에게 소로의 『월든』과 함께 가장 오래도록 사랑 받는 책이 되었으며, 특히 환경보호 활동가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사막의 고독』은 완전한 고요, 침묵의 치유, 생존을 위한 투쟁, 압도적인 아름다움 등, 자연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경험하고자 했던 어느 은둔자의 특별한 관점을 보여 주었다. 또한 산업적 이익을 이유로 황야를 개발하는 세태에 대항하는 한 남자의 비통한 울부짖음 또한 들려주었다. 다행히도 그의 울음은 외면 받지 않았다. 『사막의 고독』에 이어 1975년 발표된 『몽키 렌치 갱』의 영향을 받아, 1980년 급진적 환경보호 단체인 ‘어스 퍼스트!(Earth First!)’가 결성되었을 만큼 에드워드 애비의 작품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은 컸다.
어스 퍼스트를 창설한 환경운동가 데이브 포먼은 『사막의 고독』에 대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그 내용에 완전히 공감하는 첫 번째 책”이라고 말했으며, 『몽키 렌치 갱』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야생을 공격하는 세력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행동주의 환경운동 세력’ 어스 퍼스트를 결성했다.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에 타협은 없다’는 모토에서 드러나듯, ‘어스 퍼스트’에 ‘에코아나키스트’, ‘과격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데 대해 데이브 포먼은 데릭 젠슨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손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냐고요? 나를 괴팍한 보존운동가로 보지 않겠느냐고요? 천만에요. 그 아이들은 이렇게 물을 거예요. ‘도대체 왜 더 열심히 싸우지 않으셨죠? 왜 더 과격하게 저항하지 않았어요? 왜 더 많은 숲을 구해 내지 못하셨죠?”
2. 국립공원 보존의 기준을 제시한, 지구교도 선언
50년 전 이미 문명의 황혼을 예감한 애비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절박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는 『사막의 고독』에서 자신을 ‘세상이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견해에 적대적인, 지구교도(earthiest)’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에게 지구에 충성할 것을,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동에 시급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에드워드 애비는 전업 작가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때까지, 국립공원 레인저, 산림 감시원, 가이드, 학교버스 운전자, 저널리스트, 교수 등의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다. 특히 16군데 이상의 국립공원과 숲에서 근무했으며, 그곳에서 인적 없는 야생을 배회하며 그것에 대해 글쓰기를 즐겼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사막의 고독』에서 ‘관광산업과 국립공원’이라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국립공원 보존의 3원칙을 제시한다. 1)국립공원에 더 이상 동력장치를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2)국립공원에 더 이상 도로를 건설해서는 안 된다. 3)공원 레인저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 이 논설은 큰 화제를 모았고 실제 30년 뒤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훗날,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리 스나이더는 ‘환경보호를 위한 교수와 학생들의 시위’ 모임에서 에드워드 에비의 이 원칙을 낭독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애비는 『사막의 고독』에서 ‘황야는 사치품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며, ‘문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야생의 세계, 원시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의 원천과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것’이며 이로써 인류는 결국 ‘지구로부터 추방된 망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바람 앞 촛불 같은 이 땅의 자연을 지키는 데 『사막의 고독』이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한국어판의 추천사에서 썼다. 오늘 『사막의 고독』은 인류 앞에 재앙의 불도저가 들이닥치기 전에 ‘바람 앞 촛불’과 같이 위태로운 자연을, 지구를, 우리가 구할 수 있을지를 침묵으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