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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중국 베이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2021년 말 상장으로 퇴역한 태자당 출신 류야저우(劉亞洲)가 체포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올해 들어 홍콩 언론들이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지금까지 공식 발표는 없다. 중화권 매체들은 군심 동요를 피하기 위해 비공개로 은밀히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해석한다. 부패한 장성들을 척결하고는 있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과의 대치, 대만 통일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군심을 안정시키려는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최근 ‘군 지도간부’의 사회적 교류 행위에 관한 문서를 발행했다. 간부들에게 “사교권, 생활권, 친구권을 지속적으로 정화하라”는 내용이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내용인데 군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프리고진 사태는 군부에 대한 시진핑 정권의 경각심을 일깨울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국민당, 일본과의 전투를 치른 야전사령관이었기 때문에 군부가 든든한 우군이었다. 하지만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진핑은 최고지도자가 되기 전까지 군 경력이 없었다. 3연임까지 성공시킨 시진핑의 권력체제가 얼마나 단단한지 곱씹어볼 만한 사건이 터진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제2의 반란 또다시?…"푸틴의 가장 큰 전투상대, 따로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주 데르벤트에 있는 나린-칼라 요새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년 푸틴 철권통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무장 반란이 일단락된 이후 서방의 가장 큰 관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서방의 주요 외신과 각종 싱크탱크는 최악의 위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래를 놓고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푸틴 체제의 종말을 점치는 시각부터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미 외교협회(CFR)의 리아나 픽스 유럽담당 연구원과 미 가톨릭대 마이클 키마개 역사학 교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푸틴 종말의 시작’이란 제목의 글에서 푸틴 통치 체제의 균열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프리고진의 동기와 의도가 무엇이든 그의 반란은 푸틴 정권의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의 프리고진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푸틴 정권에 대한 첫 번째 주요 도전일 수 있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면서다.
미국 외교협회(CFR) 리아나 픽스 유럽담당 연구원과 미 가톨릭대 마이클 키마개 역사학 교수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푸틴 종말의 시작’이란 제목의 글. 사진 포린어페어스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또 “푸틴의 권력 기반은 친푸틴 성향, 또는 최소한 수동적인 러시아 국민이었다. 이 견고한 기반 위에 푸틴은 엘리트와 국가안보 담당 세력 간 파벌 경쟁 구조를 유지해 왔다”며 푸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지배 구조를 ‘카드의 집’에 비유했다.
이어 “푸틴은 수년간 체스의 달인처럼 능숙하게 말을 움직이고 모든 것 위에 설 수 있었지만 누군가 나와 체스판을 던져 버렸다”며 “전쟁을 통해 배양된 톱다운식 민족주의는 푸틴 정권에 대항할 수 있었으며 프리고진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허드슨연구소 루크 코피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관점을 보였다. 그는 포린폴리시에 실은 ‘워싱턴은 러시아의 혼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러시아 군사 반란이 철회됐지만 이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프리고진이 사실상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것은 푸틴의 몰락과 내전을 포함한 모든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코피 연구원은 특히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러시아 전역에서 독립 또는 자치권 요구가 나타나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상 가능한 상황을 짚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주제로 한 연설을 마치고 돌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짓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8일 “이번 반란으로 푸틴의 힘이 약화됐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물론”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고령의 바이든(80) 대통령은 말실수하기도 했다. 그는 “푸틴은 분명히 이라크 전쟁에서 지고 있다. 국내 전쟁에서도 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침공하며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라크 전쟁’으로 잘못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장악한 크렘린 통치의 미래와 관련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이 여전히 많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지난 주말 무장 반란과 혼란스런 사태의 여파는 푸틴의 독재적 권력, 러시아의 안정 등에 대한 많은 가정을 뒤흔들면서 러시아의 이미지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면서도 “사건이 아직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의 입지가 얼마나 심각하게 약화됐는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분석가들의 경고”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과의 대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른 실패의 내부적 측면을 보여주는 마지막 에피소드(무장 반란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하지만 이것이 어디로 갈지, 언제 마지막에 도달할 것인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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