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송의 갑질
창립자인 김00씨는 사업에 바빠 체육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어느날 김00씨의 회장 역할에 불만이 있는 50대 회원(후임 회장)이 당사자에게 직접 무슨 말을 한 모양인데 김00씨는 "내가 체육관에 잘 나오지는 못하지만 회장으로써 할 일은 다했다" 고 말하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본인은 회장직을 계속하고 싶은 의사 표시를 해서 임기 중에 그만두게 할 수 없으니 총회때 신임회장을 선출하고 임원진도 모조리 바뀌어 클럽의 분위기는 변해 갔다.
시대회 경기가 있었는데 타클럽은 잔치날 같은 분위기로 북적이는데 덕송은 임원진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점심식사나 간식 심지어 음료수도 제대로 마련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전 임원진은 대부분 본인들이 선수로 경기에 참여했기 때문에 출전선수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마누라가 회장에게 항의하니 "덕송은 내실을 기하는 클럽이니 대외 경기 참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클럽 회칙에 나와 있는 사업 순위 1번을 소홀히 하면서 무슨 괘변이냐고 해도 막무가네 였다. 기가 막히지만 주먹질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경기 출전에 욕심이 많은 젊은 총무와는 이미 여러번 언성을 높여 논쟁을 했다고 한다.
당시 회장과 50대 선수 몇명은 스스로의 배드민튼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내가 여러차례 함께 출전하자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나는 저들에게는 실력이 부족하게 보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들끼리도 단 한번 출전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심리가 하도 궁금하여 직장 동료에게 물어보니 "출전하면 자신의 실력이 들어나 자기가 최고라는 환상이 깨지니까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클럽들이 대외 경기가 있는 달은 클럽의 월례회를 함께 한 것으로 가름하고 활동할 것이다. 덕송은 나중에는 대회가 있는 날은 클럽 체육관에서 월례회를 따로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러면 대회 참여하는 사람과 월례회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편이 갈라지는 것이니 그들에게는 세를 불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나는 클럽의 전용 카페에 항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경기이사 등 임원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회장의 생각을 대변 하였지만 클럽의 사업 우선 순위 제 1번인 배드민튼 대회 경기 참여를 소홀히 하고 대회날 월례회를 하는 등 방해한 일을 어떻게 합리화 할 수 있겠는가? 카페의 논쟁을 말없이 한동안 지켜보기만 하던 회장이 어느날 갑자기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글을 올리고 더 이상 체육관에 나오지 않았다.
(이분은 회장이 된 이후에도 클럽보다는 장애인 체육관에서 운동을 자주해서 그곳 사람들이 수근거린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듣기로는 "클럽에는 자신과 배드민튼을 같이 할 만한 실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회장직을 내려 놓고 홀가분하게 자신과 맞는 실력자들이 있는 장애인 체육관에서 운동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회장을 몰아낸 꼴이 되었다. 그 일은 회장을 추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니 내가 왕따당한 이유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 사건 이후 다음 시대회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출전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덕송은 출전 신청을 한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총무 혼자서 친분이 있는 석우클럽 소속으로 출전한 것을 알게 된 나는 총무를 졸라서 석우클럽으로 이적을 하고 그곳의 씨급선수와 짝을 이루어 시대회에서 3등을 했다. 나중에는 마누라도 이적을 해서 나와 혼복으로 출전하여 3등을 하였는데 그 대회에서 석우 클럽이 2등과 100점의 차이로 클럽 종합성적 1등을 했다. 나와 마누라의 혼복점수를 빼면 석우가 2등이다.
회장의 유고 중에는 생각이 비슷한 총무가 몇달동안 회장 대행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한 이후부터 차츰 상황이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