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얘긴 돋아나는 꽃을 통해...
어느날 갑작스레 찾아 온 암이란 불청객을 손님 아닌 식구로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어마 누구라도 당황스런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익숙지 않은 불편함에 불만이 쌓이고 그를 온전히 내 식구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불시에 찾아온 이 불편한 손님을 소중한 인연으로, 더 나아가 온전한 식구로 받아들인 사회 저명인사 세 명이 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법정스님, 최인호 작가, 이해인 수녀다.
이들 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암이란 질명을 병마로만 치부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또 다른 인연으로 승화시키고 있더. 암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들 3인의 암 투명 스토리를 취재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무소유의 사전적 의미는 '가진 것이 없다'지만 법정스님에 의해 이렇게 새롭게 정의됐다. 무소유의 새로운 의미를 곱씹으며 독자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게 됐다.
대중에게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 준 불교계의 큰 어른 법정스님이 병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폐암으로 몇 차례 수술을 받은 법정 스님은 지난 1월 13일 자신이 창건한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서 열린 개원법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1996년 김영한 씨가 7,000평이나 되는 대원각 부지를 조건 없이 시주한 이래 법정스님은 매년 개원일에 기념법회에서 대중 법문을 해왔다.
지난해 4월 몸이 좀 나아진 법정스님은 길상사에 법문을 통해 "봄날은 간다. 덧없이 간다. 이 자리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이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 들어라."는 말과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해 불교계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법정스님은 와병 중에 쓴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며 아름다운 마무리란 곧 새롭게 거듭나는 것임을 전했다. 기자는 법정스님의 병세 등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1월 13일 실상사를 방문했다. 길상사의 한 스님은 "법정스님은 깐깐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분이나 위트가 있고 무소유의 삶을 스스로 실천하신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올 겨울 들어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셨다"며 안타까워움을 표했다.
취재 결과 현재 법정스님은 제주도 서귀포의 한 신자 집에 머물면서 류시화 시인등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어느 날 날 갑자기 나를 덮친 암이라는 파도를 타고 다녀온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이해인 수녀는 아픔 속에서 만난 희망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1월 15일 출간된 <희망은 깨어 있네>라는 시집을 통해 수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느낀 감사와 희망을 진솔하게 담아내 잔잔한 감동을 던저주고 있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2,008년 암 수술을 받은 후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가끔 서울에 올라오곤 한다.
그는 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출간 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사랑할 땐 별이되고> 등 수십 권의 책으로 종교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그는 <희망은 깨어있네>란 시집에서 암이란 불청객이 자신을 찾아온 후의 시간들에 대해 '희망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러야만 오는 것임을, 내가 조금씩 키워가는 것임을, 내가 곁에 있어도 살짝 깨워야만 일어나 달려오는 것임을 다시 배워가는 날들'로 표현하며 아픈 사람들에게 이 시집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해인 수녀는 최인호 작가와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최 작가는 최연소 신춘문예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가장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작가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등 한국 문단에서 이색 기록을 많이 보유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린 최 작가는 컴퓨터에 쓰여지지는 글은 '생명력 없는 메마른 글이라며 아직까지도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35년간 연재를 계속하다가 1월<샘터>402호) 막을 내린 <가족>은 최 작가 자신의 가족생활을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7년 봄 침샘암을 발견하고, 수술과 항암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2,008년 8월부터 7개월간 집필 활동을 중단한 채 통원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말에 <가족> 연재 종료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해인 수녀와 최 작가의 인연은 1985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샘터사 다방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두 사람은 나이가 같아 동무 같은 친근함으로 쉽게 친해졌다고 한다. 최 작가는 자신의 에세이 <인연>에서 이해인 수녀와 처음 만나 커피를 마셨던 그 날을 회상하며 "이해인 수녀님은 평생을 다 바쳐 사랑하는 님을 가진 사랑하는 여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소녀처럼 보았다"고 서술했다.
최 작가는 현재 지방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채 치료 중이며, 이해인 수녀 역시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부산 성 베네딕트 수녀원에서 집필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인 수녀는 기자와 주고받는 메일에서 "최인호 작가와는 근래에 통 연락도 되지 않고 있답니다. 오래된 인년이기도 하지만 같은 환자의 입장에서 서로 기도하고 있지요. 그리고 30여년 샘터애 연재하던 <가족>의 독자였는데 연재를 중단하시니 저도 독자로서 안타깝네요"라며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처럼 세 사람은 아픈 몸과 마음에 문득문득 엄습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수많은 독자들이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 이해인 수녀의 시 구절처럼 '주므로 아름다운 행복이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들이다.
글 : 일요신문의 정유진 기자.
Cantata BWV.147 (예수님은 우리의 소망 기쁨) / 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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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분 소식 잘 읽었읍니다
세분의 글을 좋아합니다. 풍문으로 투병 중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요신문에 그분들의 근황에 대한 글이 실려
여러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
나름대로 그림과 음악 구성해 본 것입니다.
SK 건강하시게.
암은 사람이 죽는 방법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풍이나 치매보담은 윗길이고 심장마비보다는 고약할 뿐입니다. 저는 암선고를 받는 순간 피식 웃었습니다. 수양이 되서 그런게 아니고 더디어 내가 죽는데 그방법은 암 일찌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서 였습니다. 이겨울 미국와서 손녀의 출생보다 형제중 하나의 폐암소동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의료기록을 미국병원에 아들 시켜 보내고... 다른일은 서천 뒷전으로 한달을 보냈습니다. 암도 참 여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이도 무서운거고...위 세분의 마지막도 암을 원망 하지 않고 친구처럼 여기고 가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