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에서 5일(2-1)
瓦也 정유순
2-1. 중국 태산(2023년 8월 3일)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泰山雖高是亦山)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登登不已有何難)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世人不肯勞身力)
뫼만 높다 하더라(只道山高不可攀)
-양사언 陽士彦-
<중국 태산 입구 - 2015년 11월>
태산 하면 떠오르는 “태산이 높다하되”로 시작하는 양사언(陽士彦)의 시조다. 중국 산동성 태안시(泰安, 타이안)의 북부에 있는 태산을 가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다. 치박[淄博(쯔보)]에서 출발한 버스는 약 두 시간 가량 달려 태산 아래 도착한다. 돌기둥이 나열한 입구를 지나면 거대한 성채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입산 수속을 밟은 후 셔틀 버스로 20여분을 달려 중천문에 도착하여 케이블카로 15분 정도 기어오르면 남천문에 당도한다.
<태산도화욕케이블카 승강장 입구>
태안(泰安)시는 중국 산동성 서부에 있는 시로, 태산을 중심으로 하는 이 도시는 북쪽으로 성도 제남(齊南, 지난), 동쪽으로 치박(淄博, 쯔보), 남동쪽으로 임기(臨沂, 린이), 서쪽으로 요성(聊城, 랴오청), 남쪽으로 제령(濟寧, 지닝)과 접해 있다. 서쪽으로 태안(타이안)은 황하를 경계로 하남성(河南省, 허난성)과 분리 되어 있다. 인구는 약 5백만 여명이며, 행정구역은 2개의 구, 2개의 현급 시, 2 개의 현 등 6개의 현(縣)급 구역으로 되어있다.
<중국 태산 케이블카>
“태산에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10년이 젊어진다.”는 속설 때문인지 이곳을 찾아온 중국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長蛇陣)을 이루는데, 그들만의 독특한 억양으로 주변이 조금 소란스럽다. 중국 사람들은 태산 등정을 평생숙원으로 삼아서 그런지, 아니면 역시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남녀노소가 가족·친구·연인끼리 모여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태산을 찾은 인파>
케이블카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태산 올라가는 길 양편으로는 건물들이 줄지어 거리를 조성한다. 태산 정상부에 이런 거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거리 이름이 천가(天街)로, 말 그대로 하늘거리다. 이 건물들은 대부분 숙박시설로 태산을 도보로 오르는 경우에는 여기에서 숙박을 한 후 아침에 일출을 본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일출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에도 사방을 가리는 운무(雲霧)는 나의 시야를 어둡게 한다.
<천가(天街)입구 문>
몰려드는 인파에 떠밀려 저절로 정상으로 향한다. 태산(泰山, 1,545m)은 도교와 불교의 성지이며, 중국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산으로 누구든 오르기를 소원하는 산으로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수많은 발길에 닳고 닳아 반질반질하다. 산 중턱에는 진시황(秦始皇)이 태산을 오르다 폭우를 피한 소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오송정이 있다고도 전한다.
<천가(天街)>
태산은 중국의 대표적인 산 가운데 하나이고, 산동성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최고봉은 옥황봉(玉皇峰)이다. 태산에는 22채의 사찰, 97개의 옛터, 819개의 비석, 그리고 절벽과 바위에 새겨진 비문 1,018개가 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곳에는 옛사람들이 세상의 통치자라 믿었던 옥황상제의 옥황정(玉皇頂)이 있다. 옥황정 앞에는 글자가 없는 비석인 무자비(無字碑)가 서 있는데, 제안된 비문이 황제의 마음에 차지 않아 텅 빈 채로 남았다고 한다.
<태산 서신문(西神門)>
옥황상제(玉皇上帝)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으로 하늘에 있는 신령들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신이며, 고래(古來)로 농경민족의 가장 큰 소망인 풍년을 기원하는 제천의식(祭天儀式)에서 섬긴 신이다. 옥황상제를 묘사한 무신도를 보면 용포(龍袍)에 관을 쓰고, 희고 긴 수염을 기르고 두 손을 가슴에 모아 홀(笏)을 들고 있는 할아버지 모습으로 그려진다. 도교에서 받드는 최고신이다.
<옥황정(玉皇頂)>
<옥황상제>
태산은 동쪽의 동악(東岳)으로 서악인 화산(華山), 남악인 형산(衡山), 북악인 항산(恆山), 중앙의 숭산(嵩山) 등 중국 중원의 다섯 명산인 오악 가운데 으뜸이라 오악독존(五嶽獨尊)이라 했다. 예부터 중국의 창세신(創世神)인 반고(盤古)가 죽으면서 왼쪽 눈은 태양이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되고, 몸과 머리가 나뉘어 5개의 산이 되었는데 그 중 머리가 태산이 되었다고 믿어 신령한 산으로 여겼다.
<오악지도 비석>
도교(道敎)는 고대 중국에서 발생한 중국의 민족 종교로, 신선 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음양·오행·복서·무축·참위 등을 더하고, 거기에 도가(道家)의 철학을 도입하며, 다시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도 계통의 종교다. 도교는 하나인 도(道)의 세 가지 모습인 옥청(玉清, 원시천존)·상청(上清, 영보천존)·태청(太清, 도덕천존)의 삼청(三清)을 최고신으로 한다.
<태산정상 표지>
경전으로는 도교 성전의 집성인 <도장(道藏)>이 있다. 도교의 신자를 도교인 또는 도교도(道敎徒)라고 하며, 우화등선(羽化登仙)을 목표로 하는 무리라는 뜻에서 우류(羽流)라고 하기도 한다. 도사(道士)는 도교의 전문적 종교가이며 여성 도사는 여관(女冠)이라고 한다.
<오악독존(五嶽獨尊)>
밀물처럼 인파에 밀려 촘촘히 볼 겨를도 없이 옥황정 아래에 있는 공자묘로(孔子廟) 내려온다. 공자묘 입구를 지나 중문 위 편액에는 ‘만세사표(萬世師表)’라는 글씨가 새겨있다. 아마 중국엔 많은 스승이 있지만 공자(孔子)와 견줄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만세의 스승, 즉 영원한 스승’이란 뜻으로 ‘만세사표’란 칭호가 공자에게 부여된 것 같다. 태산의 공자묘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으로 영정과 함께 모셔져 있다.
<공자묘>
케이블카로 태산을 내려와 태안시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태산의 산신전인 대묘로 향한다. 동악태산지신위(東嶽泰山之神位)를 모신 태산의 대묘(垈廟)는 태산신(泰山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진시황(秦始皇)이나 전한무제(前漢武帝), 후한광무제(後漢光武帝) 등이 천하가 평정되었음을 하늘에 알리는 봉선의식(封禪儀式)을 거행한 장소다. 황제가 태산에 왔을 때 머물던 곳이어서 정식 이름은 ‘태산제일행궁(泰山第一行宮)’이다.
<고자묘 입구의 만세지표(萬世師表)>
봉선(封禪)은 하늘과 산천의 신에게 제왕(帝王)이 드리는 제사를 말하며, 일정한 장소에서 봉과 선을 행하였다. 보통 봉(封)은 태산(泰山)에서 행하였고, 선(禪)은 양부산(梁父山)에서 행하여 중국 각지의 명산에서 선을 행하였는데, 주로 전국시대의 제(濟)나라나 노(魯)나라지역에서 행하였다. 이는 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황로사상(黃老思想)에 영향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태산제일행궁>
대묘(행궁) 안에는 ‘출산과 새벽’을 상징하는 도교의 여신 ‘태산노모벽하원군 지신(泰山老母碧霞元君 之神)’이 모셔져 있는데, 역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11세기 초, 중국에서 북송(北宋)의 진종(眞宗)이 여신을 봉하여 동악태산천선옥녀벽하원군(東岳泰山天仙玉女碧霞元君)이라고 했으며, 이후 이 여신을 가리키는 가장 표준적인 호칭이 ‘벽하원군’이 되었다.
<태산노모 벽하원군 상>
가장 크고 완벽한 건물은 진나라 때 처음으로 지어진, 태산의 산신전 대묘다. 경내의 천황전은 북경자금성의 태화전, 곡부의 공자묘의 대성전과 함께 중궁의 3대 전각으로 꼽힌다. 태산은 1987년도에 세계자연 및 문화유산 명부에 등록하였고, 2006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하였으며, 국가 첫 중점 절경명승구와 국가5A급 관광절경구 그리고 중국 10대 문명절경관광구역으로 지정 되었다.
<태산 대묘>
행궁에 편액으로 걸려 있는 ‘등태산기점(登泰山起點)’은 ‘이곳부터 태산으로 올라가는 시작점’이고 7,412개 계단의 시작점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태산과 관련된 말들이 있다. 양사언의 시조 외에도 “걱정이 태산,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도 있고, “티끌 모아 태산,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 등의 속담이 있어 매우 친숙한 산이다. 태산을 올라갔다 내려온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 한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
<태산 산행 기점(등태산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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