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미국 트럼프 캠프에는 적막감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그리고 무난히 재선될 것이라고 여겼던 대선에서 상대인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후보와 참모진은 긴급 회의를 엽니다. 그동안 부정선거의 흔적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몇개가 모이자 미국의 딥스테이트들이 작당해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이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습니다. 대신 이번 선거는 불법선거이고 불법 개표의 흔적이 많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장 점거합니다. 미국 역사상 유래가 없고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에도 그런 경우가 없는 패륜행위였습니다. 하여튼 며칠동안의 대소란은 끝나고 패배자 트럼프는 그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두문불출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기간을 복기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패배의 원인인지를 면밀히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반드시 재도전한다 그리고 기필코 승리한다라는 각오를 다집니다. 그리고 그가 집권당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과 재집권할 경우 필히 해야할 것 등을 자세히 메모합니다. 자신을 도와 새로운 시작을 할 인물들을 생각해 내고 그들과 접촉을 통해 그의 구상을 이야기합니다. 상대 인물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그를 위해 충성하겠다는 생각을 굳힙니다. 그런 식으로 트럼프는 4년후를 기약하고 드디어 2024년 11월에 재집권에 성공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유세가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러우전쟁을 언급합니다. 취임하자마자 당일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합니다. 그의 다소 무모하다시피하는 공언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는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그의 공언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동안 러우전쟁을 면밀히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해온 키스 켈로그를 러우전쟁의 특사로 임명합니다. 아마 켈로그는 이미 미국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책임자들과 접촉을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취임하려면 1달 18일이 남았는데 말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에 신경쓸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은 아닙니다. 그의 머리속의 대부분은 아마도 중국을 겨냥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임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망쳤다고 평가되는 2개의 전쟁을 조속히 종식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을 향한 작전을 전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의 조기마감이 선결과제입니다. 그래서 취임하기도 전에 그의 특사들을 현지로 급파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단지 중국만을 겨냥한 외교전략을 꾸미지는 않습니다. 지금 최대의 관심지인 동북아지역의 외교 판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그의 관심사가 쏠려 있습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중국 타격을 위해 미국만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런 배경에는 러시아가 존재합니다.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마초적인 기질에 세상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성향도 비슷합니다. 한때 미국과 소련으로 나뉘었던 그런 구도를 그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모적인 미소대립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미국에 대단히 이득이 되는 방향에서 미러 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이고 푸틴의 구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러중관계가 협력관계라고 하지만 미국의 행동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는 것이 러중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동북아 구상에 당연히 북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번 인선에서 국무장관에 대중 대북 강경론자인 루비오 상원의원이 임명됐고 국가안보보좌관에 왈츠 하원의원이 지명됐지만 트럼프는 또 다른 구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론자들로 일단 북한 김정은과 협상을 진행시키고 난관에 봉착한 듯 보이면 자신이 등장해 해결하는 그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김정은이 핵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미 북미 접촉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미국이 그런 의도로 접근할 경우 성과는 전무할 것이다라는 엄포를 놓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 혈맹관계로 격상된 러시아로부터 더 향상된 핵무기 기술을 전수받을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당장 미국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북한 핵문제도 나름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의 소유자입니다. 몇달전부터 IAEA 사무총장이 북한은 핵보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감안할 때 트럼프 당선인도 무작정 북한을 향해 핵 포기하는 조건만을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을 강타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확답과 의지 그리고 행동을 보이고 최소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선에서 머무른다는 확신이 설 경우 북한 핵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럴 경우 미국과 북한의 수교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교가 될 경우 북한내에 미국 사업체가 들어갈 것이고 그런 분위기속에 미국은 물론 북한은 대단한 경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중국을 배제한 채 이런 계획은 진행될 것입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미국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러시아 북한 일본을 잇는 라인이 형성되고 그 라인은 중국을 왕따시키는 방향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한반도에 있어 북한의 위협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면 북한의 의사에 따라 주한미군을 점차적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중국을 겨냥한 공군과 해군 병력들은 남겨둘 수도 육군과 함께 철군할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트럼프의 언급은 과대포장되는 면이 있어 설마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4년동안 낭인생활을 하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구상하고 고치고 또 구상한 그런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결코 허언에 끝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그가 유세중에 북한 김정은과 관련된 말을 많이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북한 핵은 관심분야밖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김정은에게 알려주었다는 데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 영어가 되니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트럼프와 김정은은 전화통화가 가능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당연히 이름을 올릴 것이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전세계를 자신의 휘하에 둔 지구상 유일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한국정부는 미국 대선기간동안 트럼프 후보와 관계를 맺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집권시절 한국도 여러번 찾아왔고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도 여러번 개최했지만 그동안 트럼프 진영과 연을 맺은 사람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시절 사람들입니다. 현 한국의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에 일을 시작했으니 바이든 정부관계자들만 관련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관계 등으로 트럼프 후보를 찾는 일은 아마도 매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동맹국을 내세우는 바이든 몰래 트럼프를 만나는 것도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본의 경우 전 총리인 아소 다로가 트럼프를 찾아 사진도 찍으면서 우의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트럼프는 대단히 자신을 내세우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선거기간중에 바이든의 견제를 물리치고 찾아준 인물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해나가는 과정에 한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정 부분 참여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방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갈 지는 오로지 트럼프 당선인밖에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은 그다지 한국이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의 현정부와 너무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입니다. 남북은 대단한 갈등구도를 빚고 있고 러우전쟁을 둘러싸고도 그런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일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 정부는 참여를 하려고 하겠지만 아마도 북한측에서 정중하게 사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현 정권의 지지세력은 북한을 매우 적대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그야말로 가상적이고 그동안의 트럼프 당선인의 행적을 감안해 추론해 본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록 싫더라도 모든 방향의 문을 열어놓고 대책을 강구해야 옳은 외교적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직된 자세로는 얻을 것이 거의 없는 것이 국제외교입니다. 때로는 비굴하게 보여도 외교적 언사를 행해야 하고 비록 마음과는 달리 엄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이 바로 외교 아니겠습니까. 트럼프 당선인이 구상하는 동북아 지도에 한국은 어떤 모양으로 남게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2024년 12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