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aver.me/52lgrRzg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헤시오도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옮긴이의 서문/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문헌
헤시오도스의 작품의 이해/ 천병희
《신들의 계보》
옮긴이의 서문
19 우리나라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러한 관심이 일시적인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서양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일차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의 핵심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씌어진 일차 문헌들을 자의적으로 재구성한 신화 연구서들을 흥미 위주로 편집하는 것보다는, 일차 문헌 자체를 충실히 번역하고 이에 필요한 주석을 다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 분야에 관심있는 이들이 관심의 대상을 좀더 정확하고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고대 문헌들로는 서사시를 쓴 두 위대한 시인인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서정시인 핀다로스, 헬레니즘 시대의 대학자인 아폴로도로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작품들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헤시오도스의 『신들 의 계보』 (일명 『신통기』 )는 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관한 한 가장 체계적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헌이다.
목차
1~115행 서사
1~35행 헬리콘 산의 무사 여신들
36~103행 올륌포스의 무사 여신들
104~115행 무사 여신 들과 작별하다
116~122행 최초의 세 가지 힘들: 카오스, 가이아(대지), 에로스
123~125행 카오스의 자녀들
126~138행 가이아의 자녀들
126~128행 우라노스
129~132행 산과 폰토스
133~138행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결혼, 그리고 그 자녀들인 티탄 신족
139~154행 퀴클롭스들과 헤카톤케이레스들
154~210행 우라노스의 거세
[…]
453~500행 제우스 남매들의 탄생
[…]
617~735행 티탄 신족과 벌인 전쟁
[…]
720~735행 티탄 신족을 지하에 가두다
736~819행 하계
736~745행 상계의 토대로서의 하계와 그 엄청난 거리
1~35행
노래를 헬리콘 산의 무사 여신들로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그분들은 크고 신성한 헬리콘 산을 차지하시고는
검푸른 샘과 크로노스의 강력하신 아드님의
제단 주위에서 사뿐사뿐 춤추신다.
그리고 그분들은 페르멧소스 또는 말(馬)의 샘
또는 신성한 올메이오스에서 고운 살갗을 씻고 나서
헬리콘 산의 꼭대기에서 사랑스런 원무를 추신다.
박자에 맞춰 민첩하게 발을 놀리시며.
그곳으로부터 그분들은 짙은 안개에 싸여 앞으로 나아가시되
밤을 거니시며 더없이 고운 목소리로 찬미하신다.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 아르고스의 여주인이신 헤라와
황금 샌들을 신고 걷는 이,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의 따님이신 빛나는 눈의 아테네,
포이보스 아폴론, 활을 쏘는 아르테미스,
대지를 붙들고 있고 대지를 흔드는 포세이돈,
존경스런 테미스, 속눈썹을 잘 깜빡이는 아프로디테,
황금 머리띠의 헤베, 아름다운 디오네,
레토, 이아페토스, 음모를 꿈꾸는 크로노스,
에오스, 강력한 헬리오스, 빛나는 셀레네,
가이아, 위대한 오케아노스, 어두운 밤,
그 밖에 다른 영생불멸하는 신들의 신성한 종족을!
어느 날 그분들은 헤시오도스가 신성한 헬리콘 산기슭에서
양 떼를 치고 있을 때 그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가르쳐주셨다.
여신들은,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의 따님들이신 올륌포스의
무사 여신들은 내게 맨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다. "들에서
야영하는 목자들이여, 불명예스런 자들이며, 배(腹)뿐인 자들이여,
우리는 진실처럼 들리는 거짓말을 많이 할 줄 아노라.
그러나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진실도 노래 할 줄 아노라."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위대하신 제우스의 말 잘하는 따님들은
싹이 트는 월계수의 보기 좋은 가지 하나를 내게 주시며
그것을 지팡이로 꺾어 쓰게 하셨고, 신적인 목소리를 내게
불어 넣어 내가 미래사와 과거사를 찬양할 수 있도록 하셨다.
그리고 그분들은 나에게 영생하는 축복받은 신들의 종족을 찬양하되,
처음과 마지막에는 언제나 그분들 자신을 노래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무나 바위가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68~103행
그분들은 그때 고운 목소리를 자랑하시며 불멸의 노래를 부르시며
올륌포스로 가셨다. 그분들이 노래하실 때 주위에서 검은 대지가 환성을
올리고, 그분들 발 밑에서는 우아하게 발 구르는 소리가 일었다,
그분들이 자신들 아버지에게 걸어가실 때, 그분께서는 하늘의 왕이시니,
그분께서 자신의 아버지 크로노스를 힘으로 이기신 이후
천둥과 불타는 번개가 그분 것이 되었음이라. 그분은 또
불사신들에게 일일이 법도를 정해주시고 명예를 정해주셨다.
바로 이것을 노래 하셨다, 올륌포스의 집들에 사시는 무사 여신들은,
위대한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아홉 딸들인 클레이오,
에우테르페, 탈레이아, 멜포메네,
테릅시코레, 에라토, 폴륌니아,
우라니아, 칼리오페는. 칼리오페는 그분들 모두 중에서
가장 빼어나셨으니, 존경스런 왕들과도 함께하신다.
제우스께서 돌보시는 왕들 가운데 누구든 위대한 제우스의 따님들이
명예를 높여주시고 그가 태어날 때 눈길을 주시면,
그분들은 그의 혀 위에 감미로운 이슬을 떨어뜨리시고,
그러면 그의 입에서 달콤한 말이 흘러 나온다.
그러면 그가 곧은 판결로 시비를 가릴 때
만백성이 그를 우러러본다. 그는 동요함 없이 말하고,
큰 분쟁도 능숙하게 금세 해결한다.
현명한 왕들이 존재하는 까닭은, 백성들이 거래에서
손해를 보았을 때 그들이 부드러운 말로 설득하여
힘들이지 않고 이들에게 손해 배상이 이루어지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집회에 가면, 백성들은 그가 신인 양 감미로운 공경으로
그의 호감을 구하게 되고 그는 모인 자들 중에서 걸출하니,
무사 여신들은 그런 신성한 선물들을 인간에게 주신다.
왜냐하면 가인들과 키타라 연주자들이 지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사 여신들과 멀리 쏘는 아폴론에게서 비롯되고,
왕들은 제우스에게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무사 여신들이
사랑하시는 자는 누구나 행복 하도다. 그의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최근에 불상사를 당하여
그 슬픔으로 마음이 시들어간다 하더라도, 무사 여신들의
시종인 가인이 옛사람들의 영광스런 행적과
올륌포스에 사시는 축복받은 신들을 찬양하게 되면 그는 금세
슬픔을 잊고 더 이상 자신의 불상사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 이다.
여신들의 선물이 금세 그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114~128행
내게 이것들을 처음부터 말씀해주소서, 올륌포스의 집들에 사시는
무사 여신들이여, 그들 중 어떤 것이 처음 생겼는지 말씀해주소서.
맨 처음 생긴 것은 카오스고,
그 다음이 눈 덮인 올륌포스의 봉우리들에 사시는 모든 불사신들의
영원토록 안전한 거처인 넓은 가슴의 가이아와
[길이 넓은 가이아의 멀고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라와]
불사신들 가운데 가장 잘생긴 에로스였으니,
사지를 나른하게 하는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이성과 의도를 제압한다.
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와 어두운 밤이 생겨나고
밤에게서 다시 아이테르와 낮이 생겨났으니,
밤이 에레보스와 사랑으로 결합하여 이들을 낳았던 것이다.
가이아는 맨 먼저 자신과 대등한 별 많은 우라노스를 낳아
자신의 주위를 완전히 감싸도록 함으로써 우라노스가
영원토록 축복받은 신들에게 안전한 거처가 되게 했다.
713~726행
선두 대열에서 참혹한 전투를 불러일으킨 것은
콧토스, 브리아레오스, 전쟁에 물리지 않는 귀게스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억센 손에서 삼백 개의 바위를 일제히 날려 보내
티탄 신족의 하늘을 자신들의 날아 다니는 무기로 어둡게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티탄 신족을 길이 넓은 대지 아래로
보내 이들이 비록 오만하기는 해도 자신들의 손으로
이들을 이긴 다음 쓰라린 사슬로 묶었다, 하늘이 대지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대지에서 저 아래로 떨어져 있는 곳에다.
대지에서 안개 낀 타르타로스까지는 그만큼 멀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 떨어진 청동 모루가 아홉 밤
아홉 낮을 지나 열흘째 되는 날 대 에 닿고,
다시 청동 모루가 대지에서 아홉 밤 아홉 낮을
떨어져야 열흘째 되는 날 타르타로스에 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