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미님은 남자에여? 여자에여?
티미님이 쓰신글을 읽고 왠지 지나칠수가 없어 이렇게 리플 답니다
땅게로라면 저와 함 추자구여...
전 8기 제부슈까입니다
--------------------- [원본 메세지] ---------------------
한국인 최초의 전미탱고 솔로투어가 장장 2년째를 맞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들어가 보니, 한국에서도 탱고 붐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2년전만 해도 한국은 탱고 불모지나 다름 없었는데..... -.,-
한국에선
더 이상 배울 것도, 더 이상 나의 적수도 없다고 판단하고
전미투어를 결심한지 어언 2년....
이제 2년하고 또 한 달이 지난다.
앞으로 투어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비는 떨어진지 오래고 빚내면서 강행중이다.
그러나
작업량이 채우기 전까지는 고국의 땅을 밟지 않겠다는 최초의 결심은 아직 유효하다.
단지 이쯤에서 한 번 매듭을 지어 주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기는 하다.
우선 여기 탱고는 무척 버라이어티하다.
색깔별, 연령별, 국적별, 경력별, 사이즈별로 천차만별이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는 점이 두드러 지는데 모두 우리 져스트님처럼 곱게 늙으셨다.^^
또 한가지는 어디가나 장대 같은 여자들이 꼭 몇 명씩 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돈후안님의 조언처럼
대형차를 모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운전해보니 나중엔 그럭저럭 재미가 솔솔했다.
탱고도 각양각색이다.
잘 추는 탱고도 물론 많지만 반대로 우리보다 못 추는 탱고도 꽤 많다.
참고로 팀 탱고는 어디가서 그냥 껴서 놀 정도는 된다.
단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밀롱가는 우리보다 확실히 한 수 위다.
그러나 별 기죽을거 없다.
여기서도 살사나 메렝게를 가끔 틀어주는 곳이 있는데 대부분 아니었다. ^^
탱고문화도 잠깐 살펴보자.
얘네 문화가 안아주고 안기고 뽀뽀하고 뽀뽀 받는 것을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탱고동호인들은 특히 심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당황했지만,
요즘에는 깊은 허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뽀뽀는 아직까지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좀 더 노력해서 몸에 완전히 익힌 뒤 귀국해서 모든 거얼들에게 써먹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Close Embrace'를 말하고 싶다.
쉽게 말해서 꽉 껴안고 춘다는 뜻인데
여기서 꽉의 정도는 배꼽부터 이마가 '착' 달라붙는 것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도 이쪽에는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었다고 내심 자부했는데
여기오니까 나의 임브레이스는 참 건전했다.
여기서는 한두곡 파트너와 조율 하다가 사이클이 맞으면
그 다음엔 서로 붙는데 이 때 심하면 꺜?하고 소리가 난다. - 좀 심했나? -.,-
무물론 처처음엔 너너무 조조좋았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발생되었다.
첫째, 파트너와 워낙 달라 붙어있기 때문에 기본 동작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써먹을 패턴이 없다.
즉 연마했던 대부분의 기술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완벽히 소화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소화했더라도 오픈 상태에서 연습한 동작들은 여기선 통하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꺚塤?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밀롱가에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은 울며겨자 먹기로 내가 오픈을 고집할 때도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이것을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우리끼리니까 털어놓겠다.
파트너와 밀착하게 되면, 남자인 나는 처음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 번 흥분되면 좀처럼 가라않지 않는다.
이제 나는 짐승으로 낙인찍히고 귀국해도 아무도 나랑 춤 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을 어떻하란 말인가!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내 자신이 열나 X팔리고 너무 밉지만 그랬었다.
오죽했으면, 오밤중에 WBtango님께 고해성사까지 했을까..........
그러나 변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킨쉽 문화가 없는 곳에서 자란 내가 고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동요하지 않겠는가?
단언컨대 솔땅의 많은 땅게로들도 이 곳에 오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특히 춤을 춤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배, 반도, 엑수 등등..
이 양반들은 이 말을 듣고 보나마나 만사제쳐놓고 이리로 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다행히 밀롱가를 계속 다니면서 이런 야만적 증상은 점차로 사라졌고
이제는 거의 치유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성적인 것을 넘어선 어떤 새로운 흥분을 만끽하게 되었다.
팔과 팔이 이어지고,
가슴과 가슴이 닿고,
이마와 이마가 포개지는 것.
이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소중한 경험이다.
성적인 것이 배제되었다고 말할 순 없어도
그 곳에는 분명 그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그 속에서 짧은 순간이나마 모든 인간적 갈등과 욕망은 사라진다.
섹스는 한 끝 차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을 증폭시켜주고
결국 우리를 허무의 나락으로 몰고 갈 뿐이다.
내 팔이 그녀의 가슴으로 옮겨가거나 그녀의 이마가 내 가슴 밑으로 내려오는 것.
이것은 반칙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은 음악을 듣는 것. 흔한 일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이 춤추는 것. 흔하지 않지만 나이트장에선 가능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숨소리를 공개하는 것. 이것은 탱고디아에서만 가능하다.
(스탱2팀에서 사용했던 탱고디아3의 음악이 흐르면서 마무리된다.)
: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으음... 사실 요즘 좀 헝그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
밀롱가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갑니다.
처음에는 레슨도 참가해 보았는데 저의 투어가 3-4일 주기로 계속 이동중이고,
연습 장소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 여기는 바닥이 다 양탄자네요. -
레슨이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밀롱가 위주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팀 탱고는 늘었다기보다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그래도 여러 지역의 밀롱가를 다닌 것이 소중한 경험이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밀롱가를 다니면서 가졌던 생각을 간단히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이미 외국을 많이 다니시는 분들에게는 별 것은 아니지만,
그러지 못한 분들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