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32「파란 파도 하얀 파도」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파도는 신이 나서 휘파람 불며온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와 하고 손뼉친다
뜀뛰기 두 발 모으고 흉내내다 꽈당탕
- 김정수의 「파란 파도 하얀 파도」
파도를 아이들로 환치시켰다. 파도는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며 온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와 하고 손뼉까지 치며 온다. 두 발 모으고 뜀뛰기 흉내를 내다 꽈당탕, 갯바위에 그만 부딪히고 만다. 과욕을 부리면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파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욕심을 부리지 말라.”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뜻을 다 안다. 파도 속에 깊숙이 숨겨둔 명약이 있다. ‘꽈당탕’이다. 이것이 시조이다.
시조는 숙성되어야 감동을 줄 수 있지 억지 부려서 될 일이 아니다. 부딪히고 부서져야 색도 의미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의 삶도 하나 다를 게 없다.
씨앗만
떨궈준다면
어디서든 필거야
햇살만
스며든다면
온 힘으로 살거야
조금만
기다린다면
밥상으로 갈거야
- 김금희의 「그 상추」
씨앗이 떨어지기만 하면 햇살이 스며만 든다면 싹을 티우고 최선을 다한다는 얘기이다.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밥상에 가서 밥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짧은 시조 석 줄에 인간의 삶을 다 담아냈다.
빵과 포도주 같은 성찬이다. 바로 우리가 늘 먹는, 위대한 밥상이다. 씨앗과 햇살과 기다림, 이 성찬의 전례 같은 여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이 세 가지는 인생의 지표로 삼아도 될 것 같다. 위대한 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