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격이 돌직구라
이 노부인을
그 자리에서 혼내줄까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님다.
평소 나의 성향으로 본다면
200% 그 자리에서 그 노부인을 혼내줍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내가 돌직구라 해서
생각까지 얕은 편은 아님다.
노구를 이끌고 고국 찾아 먼 길 와서~
뜻있고 유익한 시간을 가져야 할 사정.~
나두
신사 흉내 내면서
카페에서 잘난 체 하고 노는 판국에~
이보쇼.~
그 무슨 되먹지 못한 썡뚱맞은 소리요?
내 키가 175가 아니고 200 정도면 어따 쓰실라구요?
노망끼 의심되니 고궁 투어를 갈 일이 아니라
병원 가서 치매 검진이나 받아보시오.
이런 우수마발 같은 소리를 퍼부었으면~
그 장면이 뭐가 될까욤.~
흐흐흐~
걍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별다른 대꾸없이, 제 차에 오르시죠
하면서 차문을 열어 주었슴다.
그랬더니
조수석에 타겠다고~
ㅎ
일산에서 자유로를 이용하여 서울로 진입~
이어지는 77번 강변북로를 따라 서울로 들어오는데~
목적지는 한양도성,
경복궁 옆에 있는 창덕궁이었슴다.
조선은 이궁 체제라 정식 궁궐이 두개인데
하루에 두개 궁궐을 모두 관람하는 건
통상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대궐만 보는 단조로운 투어를
권하지 않는 것이죠.
비원도 있고 해서 내가 창덕궁을 선택했습니다.
77번 강변북로는 언제나 번잡하죠.
차가 서행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차 창문을 활짝 열고~
한강뷰를 보면서 사진을 철컥철컥~ ㅎ~
가만 보니
애플 노트패드~
화면 크기가 노트북과 비슷하죠.
그걸로 마구 찍어~
ㅋ~
노안이 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만
사진을 잘 찍고자 한다면 불편함다.
그래서
허벌나게 큰 화면으로 보면서~
마구 철컥철컥~
하핫~
예정대로 고궁투어를 알차게 진행했죠.
머 차도 마시고~
맛난 점심도 먹고~
근데~
나랑 함께 사진을 찍자고~
휴~
가이드가 사진까지 같이 찍어야 하나~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적잖게 불편했음.
주변을 둘러 보면서 찍사 도우미를 찾았죠.
가장 가까운 바로 옆~
5명 한 팀의 여자들이 있더군요.
가만 보니
모두 품위있게 차려입었고
구경보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절친들로 보였고
혼인하지 않은 혼인적령기의 아가씨들로 보여짐.
그들에게 접근~
사진촬영을 부탁했죠.
그런데~
내가 부탁을 한 그 순간부터
그들이 일제히 나를 보는 눈빛이 매우 특별했슴다.
그 눈빛들이 너무 확연하게 티가 나더라효.
노부인도 당연히 그 눈빛들을 크게 느끼는 듯~
그 다섯 명의 눈빛~
지금도 생각남.
ㅋ~
날이 서늘한 수준이어서
재킷 위에 코트를 걸친 나의 복장.~
그 코트는 순모코트~
옷배에 윤기가 흘러 비싼 티가 줄줄 흐르는 옷~
무슨 관광가이드가 일할 떄 그런 옷을 입고 일을 하냐고욤.
외견으로 내가 가이드가 아니라는 티가 확연했음.
사진촬영을 부탁한 그 순간의 장면이
예상밖으로 너무 어색해져서~
난 걍 시종일관 뜻모를 미소만 띄고 있었음.
내가 느낀
그 다섯 눈빛을 한 번 씹어볼까욤.~
1 가족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이는데~
저 아저씨, 할머니 털어먹을라고 작업중인 재비?
요런 눈빛 2명.
2 어딜 봐도 이해불가.
아저씨 허우대 꼴을 보니 정말 괴이한 일이다.
요런 눈빛 1명.
3 아저씨야 궁하다고 그러는 거 아니다.~
나도 있잖아...
요런 눈빛 2명.
ㅎㅎㅎ~
이 다섯명의 아가씨들이 우리와 멀어져 가면서
내내 우리를 거듭거듭 뒤돌아 보았는데효.
너무나 어색한 순간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남.
머 그렇게 저렇게 고궁 투어를 끝내고
다시 일산으로 갔고~
일산 애니골에서
한정식전문 한옥집으로 모셨음.
24첩 반상에
추가 옵션 모두 포함하고
달달한 동동주도 곁들여서~
분위기 넉넉하게 접대를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가는 타임.
하루를 같이 다니면서 봤는데~
소회가 없을까욤?
걍 간명하게 함축하여 말하면~
그 노부인은
나에게 빚을 받으러 온 사람 같았음.
보통 조건없는 접대를 받으면
일단 조금이라도 고마운 내색을 하는 게
일반적인 행동양식이죠.
근데 그런 내색이 하루 종일 1도 없었고,
당연한 권리의 대접을 받는다는 태도였음.
그 노부인이 그렇게 했어도
저녁식사를 끝낸 그 자리에서
나는 그 날 최고의 접대 맨트를 드렸슴다.
정한 숙소는 있는지~
없다면 내가 숙소를 잡아드리겠다고~
거기에 더하여~
상호 농담임을 충분히 인식하는 가운데~
웃으면서 말했슴다.
나와 함께 주무시고자 한다면~
난 그리 해도 괜찮다고~
ㅋㅋㅋ~
노부인 왈~
정한 숙소가 있다고 하고~
그리로 가겠다고 해서
즉시 식사를 끝낸 자리를 파하고
노부인이 원하는 장소에 모셔다 드렸슴다.
암튼~
하루지만 나로서는 힘들게~
컬리티 높은 시다바리를 했슴다.
이게 다 내 주둥이 업보죠.
이게 이야기의 끝이 아니고
이 이야기의 쇼킹한 클라이맥스는 남았슴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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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다른 이야기 하나 더.....
위 나의 이야기가 여운상으로
그 느낌이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어서
그 점을 씹어봅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인간의 관계에서 유불리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죽는데는 순서가 없기 때문이고,
호불호는 개인적인 것이지
사회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임.
많은 인간관계 중
남녀의 애정전선이라는 한가지 분야를 꼬집어서 봐도
그 이치는 같습니다.
사람의 제1성감대는 성기가 아니고 뇌입니다.
교감이 된다면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하며,
사람은 짐승이 아니기 때문에~
살맛으로만 애욕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마음을 관통할 수 없다면
만가지 수작질이 다 꽝이 되는 거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젊은이와 노인의 이야기라기 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빚어진 이야기입니다.
첫댓글 에반쌤님
굿모닝여~~~
타국에서 고국을 찾으신분을
극진히 대접 하셨네요
남에게 베풀면
그 복이 다 내게로 옵니다
하늘의 덕을 쌓으신거예요
신사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즐거운 휴일되세요~~~♡
꾸벅~
오 열정님.~
열정님의 칭찬~
저의 기분이 조아야 정상인데욤.
착찹한 심정은 왜일까효?
하여튼
항상 고맙습니다.
내내 건승하세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