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467
<미드소마>
<유전>
일부 영화광들에겐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리 애스터 감독은 공공연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혀 왔다. 심지어 "한국에 태어났어야 했다"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 <미드소마>에 가장 영감을 준 한 작품을 골라달라는 매체의 질문에 애스터는 감탄하는 얼굴로 한국 영화 한 편을 냉큼 답했다. 한국 영화에 빠지게 된 이유로는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장르가 자유자재로 뒤섞인다"는 점을 꼽았다. 이 같은 경계 없는 장르의 혼합이 아주 진보적인 방식으로 다가왔다고. 물론 아주 독창적인 호러를 보여준 <미드소마>로부터 한국 영화의 잔상을 곧바로 캐치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 취향 탐색 삼아 다섯 영화를 소개한다.
아리 애스터 Ari Aster
장편
- 2019 <미드소마>
- 2018 <유전>
단편
- 2013 <뮌하우젠>
- 2011 <The Strange Thing about the Johnsons>
하녀ㅣ1960ㅣ김기영
아마 김기영의 <하녀>에 영향받지 않은 대한민국의 감독은 그다지 없을지도 모른다. 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인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의 계단 상징을 <하녀>의 영향이라 밝힌 바 있다. 어느 날 하녀가 집에 들어오면서 단란했던 가정이 파국을 맞는 이야기. 계단을 사이에 둔 1층과 2층을 각각 아내와 하녀가 장악하고 있다는 기이한 설정을 바탕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집착,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김기영 감독에 대해 "인간의 심리 상태를 아주 훌륭하게 포착하는 감독"이라면서 <하녀>를 추천했다.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의 '최고의 한국 영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밀양ㅣ2007ㅣ이창동
이창동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리고,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달아준 영화. <밀양>은 1985년에 발표한 이청준의 단편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고향 밀양에서 아들 준(선정엽)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신애(전도연). 그러나 새 삶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들이 유괴돼 시체로 발견되고, 그녀는 줄곧 슬픔을 앓는다. 목이 쉬도록 울던 신애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일탈을 하는 모습이나, 도저히 신의 뜻이 아니고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심경들이 인물과 자신을 최대한 일치시키려는 배우의 처절한 몸짓으로 표현된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지난 20년간 많은 한국 영화들의 성취에 들떠왔다"면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역시 반드시 봐야 할 영화로 언급했다.
버닝ㅣ2018ㅣ이창동
애스터 감독은 이창동의 신작 <버닝>에 대한 찬사를 직접 트위터에 남겨 축하했다. 그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영화 <버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밀양>이 그의 정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창동은 그 이상에 도달했다"면서 관람을 독려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자신만의 스토리로 재창조한 <버닝>은 현 세대 청년들이 겪는 공허를 담았다. 소설가를 꿈꾸면서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수(유아인), 내레이터 모델로 일하면서 잡히지 않는 삶의 의미를 갈구하는 해미(전종서)가 있다. 여기에 속을 알 수 없지만 부유한 청년 벤(스티븐 연)이 끼어들고 종수의 내면에 분노가 커져간다. 한국의 청년에 대한 이야기지만 세계적인 공감을 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올해(2018)의 영화에도 속한 바 있다.
지구를 지켜라!ㅣ2003ㅣ장준환
서두에 밝혀 두었던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영화가 바로 <지구를 지켜라!>다. <미드소마>를 벌써 본 관객이라면 더 의아할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엽기적인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장준환 감독이 '디카프리오가 사실은 외계인이다'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에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다. 영화도 그 소문처럼 B급의 향취를 짙게 띄고 있지만 너무도 거대하고 꼼꼼한 뻥에 탄성이 나온다. 제정신이 아닌 한 남자 병구(신하균)가 제약회사의 사장(백윤식)을 납치해 고문한다. 이유는 사장이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이라는 확신 때문. 아리 애스터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는 내게 너무 큰 의미를 주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미드소마>의 낯선자(stranger)에 대한 영감을 직접적으로 받았음을 고백했다.
곡성ㅣ2016ㅣ나홍진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호러 영화였다. 아리 애스터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곡성>은 최근 몇 년간 그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공포영화다. 온갖 장르가 뒤섞이는 점을 한국 영화의 매력으로 꼽은 애스터에게 <곡성>은 그 예로 탁월하다. 그에 따르면 <곡성>이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블랙 코미디가 오컬트 장르로, 오컬트는 다시 실존에 대한 가치를 지닌 부조리극으로 바뀐다"는 것. 실제로 <곡성>은 장르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호러와 코미디, 스릴러와 오컬트, 심지어는 좀비물에 반전 서사까지 고루 섞인 영화다. 아리 애스터는 "지금 한국 영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자신에게 흥분을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전 뉴욕영화제 봉준호 감독 대담에 관객으로 참석한 아리 아스터 감독...
첫댓글 이 분이 한국영화를 좋아했구나
하녀 한번 봐야되는데
하녀 저번에 라이브톡으로 봤는데 솔직히 그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음
ㄷㄷㄷ
모든 사람들의 평이 좋아서 지구를 지켜라 한번 봤는데 나한텐 정말 별로던데
기대치가 높아서일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마지막은 빼고 미친신하균의 환상으로 치부했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은 들더군요
그래도 저는 아직도 최애작품으로 꼽습니다 신한균 백윤식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하녀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