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이지만, 한편으로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다가왔음을 한국은행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저성장, 저금리’를 기본전제로 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합니다.
기준금리 1% 시대, 우리는 일본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지금 한국경제의 상황은 흔히 일본의 90년대와 비교되곤 합니다.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20년 차이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사회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994년에 전체인구에서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가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한국은 2016년에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생산가능인구(일할 수 있는 인구, 15~64세)는 일본에서 199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은 2017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단지 고령화 관련 통계나 인구구조의 변화만으로 한국이 일본과 100% 같은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 및 정치적인 환경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일반 국민들 즉 일본의 가계가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던 90년대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준 금리 1% 시대에 막 들어선 한국의 가계에 좋은 참고가 될 것 입니다
일본 가계의 실수, 지나친 안전자산 선호
금리가 급격히 하락한 90년대, 일본 가계금융자산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버블 붕괴 이전인 1989년과 비교하여 저위험자산의 비중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1999년도말(2000년 3월말) 기준, 일본의 전체 가계금융자산 중에서 저위험 자산인 현금·예금, 보험·연금의 비중은 81.4%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12.7%가 상승한 것으로 저금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본의 가계들은 안전한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일본가계의 관심, 보험 → 유동성예금 → 현금으로 이동
90년대 초반 5% 수준이던 일본의 기준금리는 버블붕괴와 함께 0.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되었습니다(2015년 현재는 0.3%).
90년대 초,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일본가계는 정기예금에 여전히 돈을 넣고 있었습니다.
또한 보험의 예정이율 인하가 상대적으로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한 보험자산으로 자금이 일부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993년 10월 일본의 기준금리가 2%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에도 일본가계는 여전히 예금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유동성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 더 높았습니다.
이후 1995년 9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을 0.5%으로 인하하면서,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역마진이 누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97년부터 금리 하락기에 높은 금리(예정이율)를 무기로 영업을 했던 보험사가 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사의 도산 이후, 보험자산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일본가계자산은 연 1%도 안 되는 금리에 불구하고 다시 예금자산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그냥 현금보유를 늘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해외투자로 저금리 탈출 시도, 개인연금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는 배워야
해외투자의 증가
90년대 중반 이후 시중금리도 연 0%대로 떨어지면서, 일본가계금융자산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해외투자입니다.
90년대 일본가계의 해외증권투자 자금흐름을 살펴보면 1996년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외화예금도 9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른 금융자산에 비하면 차지하는 비중 및 증가율도 미미하기 하지만, 저금리 탈출을 위한 긍정적인 자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연금 자산 4배 이상 증가
90년대 일본 가계금융자산의 움직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연금’자산의 증가입니다.
1989도년말 연금자산(기업연금 포함)의 합계는 51조엔이었으나, 1999년도말 시점에는 131조엔으로 약 2.5배 수준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연금자산 중에서 개인연금의 잔고는 1989도년말 10조엔에서 1999년도말 약 40조엔으로 4배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버블 붕괴로 인한 고용불안, 금융불안 및 고령화 진행이 공적연금(혹은 기업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개인연금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2000년대에도 개인연금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0년 3월말 시점에 약 80조엔 규모로 커진 이후 현재도 약 80조엔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계, 리스크를 짊어질 용기와 배짱이 필요
미래의 안정된 삶을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일본과 같은 ‘No 리스크 Low 리턴’의 투자방식으로는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서 국내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오히려 미래의 안정된 삶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노후준비를 함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고, 해외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합니다.
저금리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정부분 리스크를 짊어질 용기와 배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