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일년 여름 vol.55(2021.11.12.)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2021)
이 계절의 언어
이상범_전철 버스 핸드폰 카메라 그리고 행복한 노년(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 고문)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전철을 탄다. 시내에서의 볼일 때문이다. 마스크를 꼭 챙기고 나간다. 혹 실수를 모르니까 예비 마스크도 소지하고 가야 한다. 휴대용 카메라도 꼭 챙긴다. 본인이 이미 아홉 번째의 디카시집(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시)을 간행할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래에 들어서다, 필자가 네이버를 사용하기 있기 때문에 저자도 가끔 들어가 본다. 이상범 시인 말고 이상범의 디카시도 열고 들어가 구경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천명의 트위터를 거느리고 있다고 했는데 해드림 출판사의 이승훈 사장이 틈틈이 올리는 성의가 작동했음인지 이젠 트위터의 숫자가 1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말은 본인의 디카사진과 시조, 단수를 올려놓으면 한 번에 퍼 가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눈길 끄는 사진 및 그림과 함께 올려지는 디카시는 그래서 조금은 인기가 있는가 보다. 그러니 1만 명의 트위터가 한 해에 열 번을 퍼가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작년엔 3만5천이 퍼갔는데 올해는 7만 내지 10만이 퍼 간다고 했다.
오늘도 전철을 타며 신문이나 책을 보는 이는 얼마나 되나 살펴보았다. 노인네들이 앉는 전철 귀퉁이 3인석 마주하면 6인석을 살펴보았다. 오늘따라 한 명도 없다. 그들 연장자도 젊은이게 뒤질세라 전부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 나머지의 다가 핸든폰을 들고 있다. 이젠 신문도 뉴스도 시도 소설도 기타 즐겨 보는 세계의 관심사가 바로 핸드폰 하나면 만사형통인 시대에 사는 것이다. 노인들은 설혹 신문을 들고 보고 싶어도 자칫 구닥다리로 취급할까 봐 굳이 핸드폰으로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 자신이 아홉 번째의 시집을 낼 만큼 열을 올리고 있는 디카시란 문학을 좋아하거나 아끼는 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이미지(사진)를 주고 시를 엮는 한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적어도 이들에겐 핸드폰 하나면 얼마든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으니 그 사진에서 골라 시를 빚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 같은 훈련의 시 쓰기의 좋은 습관을 길들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한 본본기로 내가 쓴 디카시를 퍼 갔을 것으로 믿고 있다. 가다간 사진을 원하는 형상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 포토샵을 할 때가 적지 않다. 특히 보여 줄 것만 보여주기 위해서 잡다한 것은 버리고 남을 것만 남기는 형상으로 말이다. 그러기에 꽃잎을 찍은 것이 점박이 강아지가 되고, 새순이 올라오는 형상이 사랑의 순애보 영상이 되고, 자잘한 꽃송이가 하늘의 성좌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포토샵을 하다가 그림 반, 사진 반의 사진그림의 변형이 되기도 한다. 아니 그냥 그림의 영역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홉 권의 시집이 되고 이제 또 한권의 전집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
오늘도 전철에 앉아 100% 핸드폰을 든 사람들의 취향을 슬쩍슬쩍 바라본다. 젊은이들은 게임을 많이 하고 대학생들은 논문, 신앙인들은 성경 보기, 불교인들은 경문 읽기, 만화 보기 등등 다앙하다. 그래도 구시대의 안목으로 돌아가 신문, 책을 읽었던 지난 시대의 양상과는 그 진지도와 바람직한 면에서 조금은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대를 바라보는 것도 그렇다 흐름에 휩싸여 넘어가는 동화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곰곰이 자기 생각을 키우며 진로를 두드려보는 사고가 정말 필요할 것 같다.
전철의 맨 귀퉁이에 노인네가 앉을 수 있는 세 자리가 눈에 띈다. 난 아직도 염색을 하고 있다. 아내의 극성 때문이다. 이발사는 날 보고 이 선생님은 염색을 하면 한 15년은 젊어 보인다고 했다. 필자가 87세이니 그렇다면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노인좌석 3인 중 중앙에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가운데 앉은 젊은 분! 내가 올해 여든인데 자리를 양보하면 안돼요? 한다, 많이 늙어 보였다. 그래서 내릴 곳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자리를 양보하고 그래 내가 몇 살쯤으로 보입니까? 물었더니 70 안팍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올해 여든일곱이라 했더니 옆에 앉은 두 노인네가 쪼아댄다. 일곱 살이나 많은 연장자의 자리를 실례했으니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핀잔을 주었다. 난 이제 두 정거장 남았으니 그냥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한 채 내렸다. 그 뒤로 그 이발사와 칼국수를 먹으며 젊어 보이게 해주어 고맙다고 했다.
사실 문인 행사가 끝나고 식사를 하려면 소주잔으로 한두 잔, 막걸리는 물컵으로 한잔, 술을 마실 때가 가끔 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칠 때가 가끔 있는데 있다. 전철이고 버스고 종점까지 간다는 건 핑계를 댄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조심에 조심을 해야만 한다. 한번은 그렇다. 지금 보단 조금은 젊을 때다. 졸다가 깨어보니 막차요 종점이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도시가 형성이 덜 되어 택시도 없고 그냥 앉아 있으려니 승용차 한 대가 출발하려다가 어딜 가느냐고 묻기에 동네 이름과 아파트 단지 이름을 대었더니, 단지 옆 중앙교회 목사라며 모셔다 드린다고 했다. 어찌나 고마운지..., 저희 교회에 나오시라는 당부와 함께 아파트 입구에 내려 주었다. 물론 네, 하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근래의 일이다. 통장이 들어 있는 소형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리고도 집에 와서야 알았다. 꿍꿍 앓다가 이튿날, 내가 탄 버스의 종점에 내려 사무실에 들렀다. 한데 이런 신통한 일이 있는가! 가방이 거기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통장이며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다. 어떤 여자 분이 가방을 들고 와 조금 전 나이 든 분이 놓고 내렸다며 본인 게 맞느냐며 가져가란다. 마침 시집이 한 권 들어 있어 기사에게 선물했더니 영광이라며 고맙다고 했다. 이런 사고는 부주의가 문제였다. 앞으로도 술은 계속 조심해야겠다.
아직도 디카시를 쓰고 있어 카메라와 깊은 연관을 띠고 있다. 이 좋은 습관을 계속 잘 가꿔나가야 하겠다. 전철 혹은 버스에서도 어딜 가도 말이다. 나이 들어도 사진도 찍고 포토샵도 하며 시도 놓지 않고 말없는 소통을 하는 행복한 노년을 살고 싶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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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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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룡
조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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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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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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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필
정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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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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