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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운용하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설과 관련해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 15일 블룸버그 통신 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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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CEO가 '스타링크'를 앞세워 글로벌 안보 분야에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미 뉴욕 타임스(NYT) 7월 29일자 보도.
일론 머스크와 그의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가 안보 분야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 부대원들이 야전에서 본부나 다른 부대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무전기를 쓰는 '영화 속 장면'들은 이미 옛날 일이 됐다. 전선에 넓게 산개(散開)한 부대간 교신도, 보병과 포병, 기갑, 항공지원 부대들간의 연결도 마찬가지다. 전화기와 무전기를 잡는 일은 이제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 환경을 구축한 인터넷 네트워크 덕택이다.
스타링크 홈페이지. 지구 바깥쪽에 있는 수많은 위성을 통해 인터넷(통신) 네크워크를 형성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캡처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스타링크 단말기/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일부 전장이나, 적진, 바다 등지에서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해주는 시스템이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통신)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지난 2019년부터 서로 다른 4개의 우주 궤도에 4천500여개의 통신 위성을 쏘아올려 지구촌 위성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이 위성들을 통해 '스타링크'는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통신 위성의 수를 4만2천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 현대전의 총아(寵兒) '스타링크'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네트워크' 중심의 21세기 현대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확인됐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에게 '스타링크'는 최전선에서 작전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된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공격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론 머스크 자서전에서 불거진 크림반도의 '스타링크' 미작동 논란이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자서전)의 일부 내용이 지난 7일 언론에 보도됐는데, 여기서 머스크가 러시아 흑대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상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크림반도 해안 일대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올-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당시 크림반도 일대에는 이미 '스타링크'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며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밤 중에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크림반도 일대에 스타링크 통신망을 켜달라는 긴급 전화를 받았을 뿐이며, 만약 미국 대통령이 요청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론 머스크/사진출처:X(옛 트위트)
크림반도 '스타링크' 미작동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와 미 국방부 사이에선 '스타링크'의 작동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NYT는 지난 7월 29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이미 지난 3월 전화 회담에서 스타링크의 작동을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다뤘다"며 "머스크는 이제 우주 공간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 군사위가 “그 어떤 개인도 미국 국가 안보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며 조사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NYT는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쟁 중 스타링크에 대한 접근을 여러 차례 제한했다"며 "어느 시점부터 그는 크림반도 일대에서 스타링크를 켜달라는 우크라이나 군부의 요청을 묵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 대안으로 머스크가 마음대로 켜고 껄 수 없는 스타링크 수신기 400~500개를 우크라이나가 인수하도록 승인했다고 NYT는 밝혔다.
◇ 정보전의 핵심 장비들
스타링크는 이제 상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핵무기와 다름없는 전략 자산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대전에서 군사작전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정보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IT 기술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간, 부대간 소통과 정보 통합및 공유가 이뤄지는 게 현대전의 특징이다. 적진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최적 공격 수단과 시점을 도출해낸 뒤 이를 각 부대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이다. 소위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 개념이다. 하지만, 인터넷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총알없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타링크'의 존재 가치는 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더욱 확연해진 '전자전'(Electronic warfare, 러시아어로는 Радиоэлектронная борьба)도 스타링크의 존재로 더욱 빛난다. 특히 '전자전' 능력이 취약한 우크라이나는 더욱 그렇다. '전자전'은 적의 전자파를 탐지해 위치를 식별하고, 방해 전파를 쏴 적의 무기체계 운용을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 순항 미사일과 드론 등에 타격 목표의 좌표를 입력하고, 적의 전자전 활동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모든 과정에는 '첨단 통신 시스템'이 바탕에 깔려 있다.
러시아의 전자전 주요 시스템으로는 팔란틴(Палантин)과 티라다-2S(Тирада-2С), 디브노모리예-u(Дивноморье-У), 루투티-BM(Ртуть-БМ) 등이 2017년 말부터 현지 언론에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전자전 장비 팔란틴/사진출처:ok 러시아군 계정
러시아는 또 '군용 인터넷'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만 해도 러시아가 '전자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성과를 거둔 쪽은 오히려 우크라이나였다. '스타링크'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월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centric Warfare)이 현실화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대로 공유한 정보 우위를 앞세워 상대를 기습하거나 국지적으로 포위·공격하는 전술로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특히 '델타'로 불리는 전장 정보 지원 체계의 도움으로 일선 지휘관들이 무인기의 정찰 결과와 주민 제보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최적의 전술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기술개발 책임자인 로만 페리모우는 "이것이 바로 '연결된 전쟁'(connected war, 네트워크 중심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전자전의 핵심 태블릿-M-IR 설치 장갑차(위)와 내부/사진출처:topwar.ru
전자 포격전의 개념도/사진출처:topwar.ru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미국)의 '네트워크 중심전'에 당한 러시아도 기민하게 대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첨단 기기 개발연구소인) '로스테흐'(Ростех, 로스테크)가 새로운 포병 통제 시스템인 '태블릿-M-IR'(러시아어로는 Планшет-М-ИР)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포병 전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와 topwar.ru따르면 블라디미르 아르투어코프 로스테흐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8월 12일 "러시아 '아틀레트'(Атлетt) 장갑 차량에 탑재해 사용하는 태블릿-M-IR(기존 '태블릿-M'의 개량형)을 12월 이전에 실전에 보급할 것"이라며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와 포대, 박격포 등 모든 대포 시스템의 조종및 관리를 자동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군에서 운용 중인 정찰 드론 등 모든 드론과 정보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어 일선 지휘관이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격 자체를 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 전달은 폐쇄된 위성 통신을 통해 이뤄진다.
군사 전문가 레온코프는 "이 시스템(혹은 콤플렉스)의 목적은 목표 지점을 정확히 알아낸 뒤 인적 요소를 제거한 상태에서 타격 지점 좌표및 비행 궤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난 9월 8일, 미국 과학 잡지 비즈니스 인사이드(Business Insider)는 영국 왕립국방종합연구소(British Royal United Institute for Defense Studies)의 보고서를 인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위치에 더욱 정확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도 '태블릿-M-IR'과 '페니실린'(Пенициллин) 등 전자전 장비의 도움을 받아 드론을 통해 목표물을 재빠르게 식별한 뒤, 정확한 타격을 가하는 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대 38㎞ 내의 적 포병 위치를 탐지하는 게 가능해졌다고도 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페니실린, 1B75'(Пенициллин, 1Б75)는 대포와 로켓포, 대공포, 전술 미사일의 발사 위치를 식별하는 장치다. 포 발사(혹은 폭발)시 발생하는 음향과 열을 감지해 최대 25㎞ 내에서 포탄이 떨어진 곳과 명중 여부를 확인한 뒤 공격 목표를 수정하고 적 포대의 위치를 탐지해 즉각 공격하도록 돕는다. 필요한 좌표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이내라고 한다.
러시아 페니실린/사진출처:로스테흐
◇러시아의 위성 차단 정보전
위성 통신을 차단하는 등 보다 포괄적인 러시아 전자전 장비는 '폴레-21'(Поле-21)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8월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전자전 시스템을 사용해 위성 항법을 무력화한다"며 폴레-21 전자전 시스템을 소개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드론이 목표물을 포착하는 순간,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로 명령 신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포로제(자포리자) 남부 전선에서도 러시아의 전자전 장비가 미국의 다연장로켓발사 시스템인 하이마스(HIMARS) 등 정밀 유도 로켓(미사일)의 공격을 방해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선정한 공격 목표의 하나"라고 말했다.
폴레-21 장비들/사진출처:포쿠스.ua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네트워크의 핵심 자산인 '스타링크'를 무력화하는 작전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호출 부호 '마지야르'(Мадьяр)를 가진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러시아군은 이미 '스타링크' 위성 통신을 방해하고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했다"며 "스타링크가 없는 전선은 미국의 F-16 전투기가 없는 전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기술은 '토볼'(Tobol) 시스템인 것으로 보인다. 유출된 미 정보기관의 주요 비밀 문건들이 무더기로 폭로됐던 지난 4월, 미 워싱턴 포스트(WP) 등 서방 외신은 러시아는 '토볼' 전자전 시스템으로 '스타링크'의 재밍(jamming, 레이더의 탐지 기능을 방해하는 등 적 전자 기기들의 성능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기술/편집자)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토볼'은 원래 러시아 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인데, 적의 위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WP는 밝혔다.
러시아의 전자전 장비 티라다-2S/사진출처:newsfrol.ru
스트라나.ua는 과거 스타링크의 중단이 토볼과 관련이 있는지, 티라다-2(Тирада-2) 시스템 작동의 결과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티라다-2S는 위성 통신 채널을 무력화해 우주선마저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한다. 특정 위성 통신 채널의 주파수를 강력한 빔으로 차단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에는 모두 7개의 토볼 시스템이 배치돼 있으며, 이중 3개(모스크바 근처, 크림반도 근처, 칼리닌그라드 근처)는 거리상으로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채널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