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웰빙
한백양
힘들다는 걸 들켰을 때
고추를 찧는 방망이처럼
눈가의 벌건 자국을 휘두르는 편이다
너무 좋은 옷은 사지 말 것
부모의 당부가 이해될 무렵임에도
나는 부모가 되질 못하고
점집이 된 동네 카페에선
어깨를 굽히고 다니란 말을 듣는다
네 어깨에 누가 앉게 하지 말고
그러나 이미 앉은 사람을
박대할 수 없으니까
한동안 복숭아는 포기할 것
원래 복숭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누구에게 잘하진 못한다
나는 요즘 희망을 앓는다
내일은 국물 요리를 먹을 거고
배가 출렁일 때마다
생각해야 한다는 걸 잊을 거고
옷을 사러 갔다가
옷도 나도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잔뜩 칭찬을 듣는 것
가끔은 진짜로
진짜 칭찬을 듣고 싶다
횡단보도 앞 노인의 짐을 들어주고
쉴 새 없이 말을 속삭일 때마다
내 어깨는 더욱 비좁아져서
부모가 종종 전화를 한다 밥 먹었냐고
밥 먹은 나를 재촉하는 부모에게
부모 없이도 행복하다는 걸 설명하곤 한다
☞ 신춘문예 - 시 [2024 신년기획] | 세계일보 (segye.com)
신춘문예 - 시 [2024 신년기획]
◆당선소감 - 한백양 “모두에 감사… 지금보다 나은 모습 보일 것” 나는 될 줄 알았다. 그러니 여러분들 또한 될 것이다. 이 문장까지만 쓰고 많은 문장들을 떠올렸다가 지웠다. 대개의 시 쓰기와 다르지 않다. 최선의 문장을 선택했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문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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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詩詩한 요일
웰빙 / 한백양 [202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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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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