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39「상강 민들레」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울지 않는 딸은 없다
엄마를 생각하며
그 딸 같은 꽃이 쪼그려 피고 있다
서리에 홑겹이구나 목장승도 언 새벽
- 서연정의 「상강 민들레」
엄마를 생각하며 울지 않는 딸은 없다. 서리에 홑겹, 장승도 언 새벽 그 딸 같은 꽃이 쪼그려 피고 있다.
어머니는 일생 베적삼에 홑겹으로 사셨다. 상강은 어머니의 일생이요 민들레는 어머니이다. 상강의 민들레는 우리 어머니의 생애가 아닐까. 목장승은 아버지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목장승은 얼어도 민들레는 피고 있다. 일생 쪼그려 사신 어머니이다. 이 땅의 어머니는 이렇게도 강하다. 시조는 몇 개의 레시피로 최고의 맛을 내야한다.‘상강’과‘민들레’는 최상의 궁합이다. 비율ㆍ배합의 레시피, 이것이 시조이다.
화염처럼
비수처럼
산철쭉
핀다
당신과 내가 함께
순장된 붉은 폐허
아스란 그 낭떠러지를
움켜잡고
핀다
- 서연정의 「꽃, 구경(究竟)」
산철쭉은 화염처럼 비수처럼 핀다. 그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해야할 순장된 붉은 폐허이다. 아스라한 낭떠러지를 움켜잡고 핀다. 구경인 이유이다.
당신과 나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은 낭떠러지를 움켜잡고 피어나는, 화염, 비수이기도 한 산철쭉이다. 삐끗하는 날이면 둘 다 천길 낭떠러지이다. 마지막에 이르는 것, 그것이 화염 같은, 비수 같은 사랑이라는 단어이다.‘구경’, 그것이 시조이다.
- 주간한국문학신문,202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