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싶다는 내 말을 들은 지인들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가구를 바꾸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어떤 친구들은 "있는 자의 여유"라며
농담 섞인 핀잔을 주었고,
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으로 와서 세 번째 이사였을 때,
집안의 가구를 대부분 새로 들였다.
넓고 예쁜 집에 어울리는 가구들로 구색을 맞추고,
열심히 채워 넣으며 윤이 나도록 쓸고 닦았다.
집을 구경하러 온 이들은 마치 잡지에 나오는
공간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함께 살던 식구들이 모두 떠났다.
노견이 된 강아지 ‘아기’를 데리고 큰딸이 사는 도시에
작은 집을 장만해 이사를 했다.
문제는 새로 옮겨간 집과 식구 수에 맞지 않는
큰 가구들이었다.
살면 살수록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냥 살아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여보았지만,
결국 집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더 늦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조금은 용기있는 결단이었다.
노견이었던 '아기'도 떠나고 나 혼자의 공간을
내 취향에 맞게 꾸며보는 일이 기분도 좋지만
마음 또한 홀가분하다.
대부분의 소품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무료로 올렸더니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찾아와 가져갔다.
적은 액수나마 돈을 받고 파는 과정에서는
묘하게 '사기꾼'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차단을 했더니,
딸들이 나를 보며 똑똑하다며 격려해 주었다.
내가 아주 '맹탕'은 아닌가 보다.
진짜 문제는 덩치 큰 가구들이었다.
다행히 내 집 매각을 맡은 에이전트가
중고 가구 위탁 판매 업체를 소개해 주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정으로 그녀의 도움을 받아
가구 실측을 하고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냈다.
업체에서 보내온 견적서는 솔깃했다.
팔릴 경우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이었다.
다만, 물량과 시간에 따라 트럭 운반비는 내가 부담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집을 시장에 내놓기 전, 이 정돈 작업부터 시작했다.
운반 업체에 $350와 팁 $50를 지불했고,
그곳에서 가져가지 못한 남은 가구들은 도네이션 업체에
$50를 주고 처리했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던 세간살이들을 떠나보내려니
만감이 교차했지만,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에 무게를 두고 싶었다.
그 일을 치르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잊고 살았는데,
엊그제 그 업체로부터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서랍장 두 개가 팔려 정산된 내 몫이
사백팔십 달러라는 소식이었다.
나머지 물건들은 가격을 삼십 퍼센트 할인해 내놓았고,
두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으면 기부하겠다는
안내도 덧붙여 있었다.
유행이 지난 가구들이라서 다 팔리지 않아도
처리 비용 셈 치자고 마음먹었던 터라,
예상치 못한 사백팔십 달러는 그야말로
'공돈'인 셈이다.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딸과 통화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맛있는 걸 사달라고 해서 좋다고 했다.
함께 운동하는 멤버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하니
공돈이 생겼으니 한 턱 내라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지만,
그 또한 즐겁게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이렇게 생긴 '공돈'은 아낌없이 쓸 것이다.
물론, '공수표'를 발행하는 일 없이 말이다.
첫댓글
공돈 같은 돈이지만,
실은 값진 돈이네요.
아녜스님의 글이 오르면,
우선, 반갑고 편안하고 공감 가는 글이지요.
한국에서 사나,
미국에서 사나,
나이 대에 따라 이사 준비 과정이
준비하는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요.
따님의 말처럼, 엄마가 똑똑하신 것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규모를 잘 잡아서 잘 살아가십니다.ㅎ
편안하게 읽히는 글, 감사합니다.
늘 반겨주심에 감사합니다 .
짐 정리는 끝났는데 집 정리 마무리로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
이곳의 일들이 워낙 느리고 절차가
복잡하거든요.
좋은 글을 자주 올려야 되는데 잘 안되네요.
책을 좀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보기보다 똑똑합니다ㅎㅎ
인생극장 3막을 여는듯
드라마틱 하고요 ㅎ
우리는 새집 6년차인데
내 죽기전 다시 이사가 있으려나
가끔 생각도 해봅니다
공돈 콩고물맛 기대해도 되죠?
꿈이라도 여물게ㅋㅋ
맞아요 , 보기보단 똑똑해요 .
드라마틱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닦여진 길을 가는것도 아닌 구비구비
사연이 좀 있네요 .
돈이 좀 더 올려나 ? 욕심이 생기네요 .
암튼 기다려 보세요 ㅎㅎ
울아녜스님의 지혜로움이 돋보이십니다.
지인들에게 뜻하지 않게 생긴 공돈같은 돈으로 함께 즐기겠다는 그 마음을 큰 박수로 응원합니다. ^^*
약간의 허당끼로 제가 재미있을때도 있거든요.
조금 남겨 두었다가 수피님 맥주 한잔 사드릴게요 .
응원 해 주시는데 그 보답을 해야죠 .
480 달러라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정말 공돈 생기는 심정 이었을거 같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네 ~
기대를 하지 않았던거라 아주 반가웠습니다 .
나간 돈은 생각 하지 않고 들어 올 돈만 생각하는
인생을 단순하게 살아가는게 제가 터득한 지혜입니다 .
이사 한 번 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잘 마치셨군요.
공돈이 공돈 맞지요? ㅎㅎ
공돈은 아끼거나 저금하면
안된답니다.
얼른얼른 인심 써서 새집 새복
불러 들이세요.
그걸 또 부추키시는 마음자리님이시네요.
마음자리님이 그렇다면 저는 그런 줄 믿습니다 .
얼른 다 써 버릴게요.
아녜스님 !!! 이사하고 , 만사형통 , 대박 맞으시길 ~~~
항상 응원합니다 .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
더운 날씨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가구팔고 남은 공돈(?) 남겨 두었다가 언젠가 한국에 오시면 수필방에 밥한번 사셔도 좋겠습니다.
공수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럴려면 돈이 좀 더 들어와야 할것 같은데요 .
집정리 하고 공돈도 생겼으니 누이좋고 매부 좋고....군요.,
그 공돈으로 한턱 멋지게 쓰셨으니 더 마음 훈훈하겠습니다.
그렇긴 한데 아직 돈은 수중에 들어 오지 않았어요.
약속한것은 지켜야 할텐데요 ㅎㅎ
마이너스 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
저는 10여년 만에 이사를 하면서 해묵은 가구도 바꾸고 수명 다한 가전제품도 바꿨죠.
그 과정에 수입은 전혀 없고 지출만 있었는데, 480$의 공돈 수입을 보았다니, 일단 축하해요.
공돈이 생기면 사고 싶었던 거 사시고 그래도 남으면 나중에 차 한 잔 사주세요, 할까 했는데, 보아하니 남을 거 같지는 않네요. ㅎ
처분한 인테리어 소품 중에 제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고, 그 중에 하나쯤 득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살짝..
지난 번에 얘기를 못했는데, 6월 중순에 부산엘 다녀왔어요.
간 김에 저 결혼하고 한번도 못본 조카들 중 한명이랑 연락이 되어 그 조카도 한번 재회하려했는데,
사정상 부모님 계신 공원과 바다, 그리고 유년시절 추억의 동네를 한바퀴 돌다 왔죠.
낮은 언덕배기 옛마을은 이미 자취도 없고 그 자리에 마천루같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있지만,
재개발의 입김을 피해간 장소는 그래도 남아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옛 동네 목욕탕, 제 아들의 이름과 같은 상호명의 가게며, 동네 어귀에 있던 여학교는 남녀공학으로 바뀌면서
학교명이 바뀐 외에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여학교며, 제 유년시절의 초등학교와 학교 앞 문방구,
오래된 건물들의 리모델링 과정은 거쳤지만, 학교가는 길에 길게 이어진 시장의 활기는 여전해서 좋았습니다.
최초로 보았던 연예인인 '유지인'이 사인행사를 했던 그 옛날의 슈퍼마켓은 지금은 동네 한의원으로 바뀌었지만,
단층의 노후해진 건물로 남아있었어요.
주말의 광안리 아침 바다에는 아시아계 외국인들이 꽤 있었지만, 활기찬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았고,
수영팔도시장에 살때 저녁이면 어린 아들과 함께 광안리바다로 나서곤 했던 지난날의 추억도 되씹고하면서,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를 오래동안 지켜보다가 돌아서 나오는 길에 여중시절, 모교도 잠깐 보기도 했죠.
전에 삶방에서, '천샘'이라는 분이 그 분의 따님이 그 학교 재직한 적이 있어 아신다며 학교명이 바뀌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천샘'이라는 그 분도 교사로 재직하셨던 분이셨는데, 지금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
공돈에 대해 한턱내느라, 뒤로 손실이 날지언정 그 손실도 세상사는 묘미로 여기시는 마음의 결이 따스하게 다가와 너무 좋습니다.
새로운 집에서 내내 행복한 일상 보내시길...
@우린. 지금 이곳은 밤 10:25분 이예요.
오전엔 성당 다녀오고 오후엔 손자들 돌봐 주느라
이제 집에 왔답니다 ..
공돈 생긴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라서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우린님 차한잔 사줄 돈은 남겨 놓을게요.
아직 제 수중에 돈이 들어 온것은 아니고 연락만 왔답니다 .
6월에 부산 여행을 다녀 왔군요 .
이곳저곳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
그렇게 훌쩍 잠시나마 떠나보는것도 좋지요 .
한국은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있다보니
편한 여행을 즐길수 있는것 같아요.
더위가 극심하다고 뉴스에서 나오던데 잘 이겨내세요.
이곳도 요즘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습도가 없다보니
견딜만 해요 .
내가 글을 드물게라도 올리는 이유중 하나가 이렇게 우린님
소식을 듣기 위해서 이기도 해요 .ㅎㅎ
늘 생각하고 있거든요 .
그리고 고마워요 . 많이 ~~
큰따님 동네로 이사를 하셨군요.
미국은 쓰던 가구를 사고 팔고 그러기도
하나봐요.
오히려 미국이 더 실용적인 것같아요.
그러게요 공돈이 생기니까 괜시리
부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신거죠.^^
큰 딸 사는 도시로는 8년전에 왔습니다 .
5월말에 같은 도시에서 또 이사를 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딸네집과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습니다 .
미국이 합리적인 나라인것 같고
알뜰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입니다 .
나무랑님도 이사를 하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분명 공돈은 아닐텐데,
똘똘(?)게 정리를 잘 하셨네요..
많은 묵은 가구들
버리고, 이사를 하여야
정리가 되지요..
나도 애들 떠난 집
다운사이징을 하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네요..
그 엄두가 안 나는것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
제가 아는 사람들도 몇십년씩 한 집에서
오래 삽니다 .
엄두도 안 나지만 , 집값이 많이 올라서 이사를 하면
재산세도 무시를 못하잖아요.
서글이님도 한번은 묵은 가구는 정리 하셔야
될것 같네요 .
엄두 한번 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