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41「봄 보자기를 풀다」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서 온 꽃 보자기
살며시 풀어보면 달래 냉이 연두바람
앞 냇가 버들강아지도 꼬리 잘잘 흔든다
-정현숙의「봄 보자기를 풀다」1연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보자기를 풀어놓았다. 달래, 냉이, 연두바람, 앞 냇가 버들강아지도 꼬리를 잘잘 흔들어 댄다. 봄은 고향으로부터 온다.
여백 있는 파스텔톤 수채화 한 폭이다. 시조는 단아한 그림 한 폭, 음악 한 곡조이다. 더 이상은 산만하다. 달래, 냉이 사이로 연두 바람이 흘러가고, 연두 바람에 냇가 버들강아지가 꼬리를 잘잘 흔들어댄다. 이보다 더 좋은 춘경(春景)은 없다. 불필요한 말이 하나도 없다. 점 하나 먼지 하나라도 여백에 흠져서는 안된다.
겨우내 몰래 썼던 열일곱 손 편지는
이제야 답장이듯 하얀 이로 웃는 목련
아 흠흠 반쯤 감긴 눈 아껴가며 읽는다
-정현숙의「봄 보자기를 풀다」2연
겨우내 몰래 썼던 열일곱살 손 편지는 무엇일까. 답장이듯 목련이 하얀 이로 웃고 있다. 겨우내 썼던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이런 순수를 그냥 읽을 수는 없어 반쯤 감긴 눈 아껴가며 흠흠 하며 읽고 있다.
‘잘잘’도 일품이요‘흠흠’도 일품이다. 의태어, 의성어가 시조를 맛깔나게 해주고 있다. 시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잔잔하고 단아한 소품이면 된다.
둘째수에 이야기가 다 담겨있다. 열일곱 손편지에 대한 답장, 하얀 이로 웃는 목련. 이도 아까워 흠흠 읽고 있는 시인. 일지춘심을 어찌하랴. 둘째 수는 춘정(春情)이다.
첫째수의 경과 둘째 수의 정이 대련을 이루면서 떼면 두 편의 시조요, 붙이면 한편의 시조이다. 추사의 대련 작품을 보는 듯하다.
- 주간한국문학신문,2024.7.1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