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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더 뉴 그랜저가 부분변경 모델의 판매 돌풍이 거세다. 19일 출시 행사에서 우려와 달리 내외관 모두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한층 고급스러워진 실내가 호평의 주 원인이다. 그랜저는 영업일 기준 11일 동안 사전계약에서 3만2179대로 국내 신차 역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은 중간 트림에 나파가죽 시트가 적용된 것은 물론 스웨이드와 인조가죽으로 실내 대부분을 감쌌다. 특히 전장이 5m에 단 10mm 부족한 4990mm인 만큼 휠베이스가 2885mm로 수입차를 비롯한 대중 브랜드 세단 가운데 가장 광활한 공간을 뽐낸다. 수입 경쟁 차량인 토요타 캠리 휠베이스 2825mm, 어코드 2830mm 보다 한 참 길다. K7 프리미어는 2855mm이다.
현대차 특유의 화려한 편의장비 역시 그랜저의 상품성을 높인다. 12.3인치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은 물론 빌트인 캠,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 스마트 자세제어 2세대, 후측방 모니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진 가이드 램프 등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 않은 구성을 갖췄다. 공간과 편의장비는 전륜구동 세단 중에선 단연 으뜸이다.
안전 장비도 꼼꼼하게 갖췄다.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전방위 안전장비가 든든하게 채워져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역시 그랜저의 매력을 높이는 포인트다. 2.5L 가솔린 엔진 기준 3294만원부터 시작해 3.3L 가솔린 풀옵션 모델은 4663만원이다. 가장 저렴한 기본형 모델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LED 헤드램프,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열선 스티어링휠, 전후방 주차센서, 전좌석 열선시트, 1열 전동시트 등이 적용된다.
그랜저를 상대 할 가장 큰 경쟁상대는 기아차 K7이 꼽힌다. K7 역시 올해 6월 부분변경 모델로 새롭게 출시됐다. 기아 K7과 현대 그랜저는 한 집안 식구라 대부분의 편의안전장비를 공유한다. 가장 큰 차이는 파워트레인이다. K7은 l4 2.5L 가솔린, V6 3.0L 가솔린, l4 2.2L 디젤, l4 2.4L 하이브리드, V6 3.0L LPI 등 5개의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그랜저는 l4 2.5L 가솔린, V6 3.3L 가솔린, l4 2.4L 하이브리드, V6 3.0L LPI 등 4개의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K7은 부분변경을 거치며 기존 대비 25mm 길어진 4995mm의 전장을 확보했다. 전장이 늘어났지만 휠베이스는 이전 모델과 동일한 2855mm다. 그랜저와 비교하면 30mm 짧다.
12.3인치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는 물론 빌트인 캠, 후측방 모니터 등의 편의장비는 그랜저와 엇비슷하다. 다만 K7에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포함하는 고속도로주행보조 시스템,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같은 최신 편의장비가 빠진다.
K7은 그랜저보다 떨어지는 상품성을 가격으로 보완한다. K7의 시작 가격은 그랜저 기본 모델보다 192만원 저렴한 3102만원이다. K7은 기본 모델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LED 헤드램프, 1열 열선 시트, 스티어링휠 열선, 운전석 통풍시트,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가 달린다. 그랜저 기본 모델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진 수준이다.
K7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한 때 그랜저의 월 판매량을 넘어섰다. 또한 K7 공식 출시 전 8일간 이뤄진 사전계약에서 8천대 계약을 돌파했다. 현재 K7의 출고대기 기간은 5~6주로 알려진다. 기아차는 K7의 출고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월 생산량은 6천대 선이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출고적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시 전부터 생산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그랜저의 출고가 빠르게 진행되고 K7의 대기기간이 계속 길어진다면 K7 고객의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입 모델 중에선 폭스바겐 아테온이 그랜저 후폭풍을 그대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와 동일한 전륜 구동 기반의 세단인데다가 가격대 역시 겹친다. 아테온에는 l4 2.0L 디젤엔진과 7단 DCT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아테온은 전장 4860mm, 전폭 1870mm, 전고 1450mm, 휠베이스 2840mm으로 그랜저보다 전장은 130mm, 휠베이스는 45mm가 각각 짧다. 아테온은 1열 통풍 및 열선 시트, 2열 열선 시트를 비롯해 운전석 마사지 시트, 3색 엠비언트 라이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방지, 360도 뷰 카메라, 전동식 파워 트렁크,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이 적용된다. 가장 큰 차이는 인테리어다. 아테온 실내를 그랜저와 비교해보면 재질감부터 디자인까지 구식 냄새가 너무 난다.
아테온은 5225만원부터 시작해 그랜저 기본 모델에 비해 1천만원 이상 비싸다. 다만 아테온은 700만~900만원의 상시 할인을 진행한다. 이럴 경우 그랜저 상위옵션 모델과 가격대가 겹친다. 아테온이 그랜저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아테온 외에도 출고 대기가 5개월이라는 볼보 S60 역시 그랜저 발(發) 돌풍의 사정권이다. 지난 8월 국내 출시된 볼보 S60은 그랜저보다 한 체급 아래지만 가격대가 엇비슷하다.
볼보 S60에는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 l4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배기량은 그랜저보다 한참 낮지만 터보를 달아 출력은 넉넉하다. 그랜저 2.5 스마트스트림보다는 월등히 좋다.
S60은 전장 4760mm, 전폭 1850mm, 전고 1430mm, 휠베이스 2872mm로 그랜저보다 모든 면에서 작다. 전장이 그랜저보다 230mm가 짧지만 휠베이스는 단 13mm가 짧다는 게 눈길을 끈다. 수치상으론 실내 공간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 같지만 S60은 후륜구동처럼 보이도록 디자인을 한 탓에 긴 휠베이스에 비해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요즘 볼보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고급스런 인테리어다. 볼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달리기 성능보단 질 좋은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실내 공간에 구매 포인트를 맞춘다. 그랜저 역시 부분변경을 거치며 인테리어 소재의 고급화를 꾀한 만큼 볼보 S60 고객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보 S60은 4760만원의 모멘텀 트림과 5360만원의 인스크립션 두 가지다. 볼보는 할인이 없기로 유명하다. 기본 할인 7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별도 프로모션은 없다. 현재 S60은 최소 3개월 이상 출고 대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질수록 고객의 피로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볼보 S60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 그리고 더 화려한 편의장비를 갖춘 그랜저를 마다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그랜저는 부분 변경을 거치며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까지 싹 뜯어고쳤다. 특히 인테리어 소재를 고급화해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성능이나 외관보다 인테리어와 편의장비를 중시한다는 특성을 정확하게 간파한 셈이다.
국내 판매 중인 3000만~5000만원대 차량은 그랜저 후폭풍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랜저 돌풍으로 연말 신차 시장 프로모션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것은 자본주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래저래 즐거운 연말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