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간혹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이른바 ‘사랑의 주먹’이 선수와의 사이에 갈등을 불렀고 감독-선수 간 사상 초유의 맞소송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비화될 위기에 놓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7일 광주구장에서 기아 김성한 감독이 선전을
독려하며 포수 김지영(28)의 머리를 방망이로 세 차례 가격하면서
시작됐다. 김지영은 당시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충격 흡수장치가 없어
머리 윗부분이 깨졌다. 피가 흘러내려 곧바로 팀 지정병원인 한국병원
으로 옮겨져 6바늘을 꿰맸고 전치 2주의 진단이 나와 통원치료를 받았다.
한달 뒤인 지난 17일 김지영은 돌연 훈련 불참을 구단에 통보하고
나주종합병원에 입원했다. 김지영 측은 김 감독을 찾아와 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합의금조로 요구했다.
양측은 그 뒤 1주일간 접촉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김지영 측은 25일 새벽 청와대를 비롯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대한야구협회와 구단 홈페이지 등 게시판과 언론사를 통해 와병사실과 사건의 전개과정을 알렸다.
해명의 필요성을 절감한 김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5일 오후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혔다. 그라운드에서 스승과 제자 간에 있었던 ‘사랑의 표현’에 돈을 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 기아 김지영의 하얀 스파이크화에 머리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남아 있다. 김지영의 부인 김지형씨는 25일 대한야구협회의 인터넷 사이트 자료실에 김성한 감독의 폭행 증거물과 수술로 꿰맨 김지형의 머리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지영 측은 즉각 소송 불사를 천명했고, 김 감독 역시 명예훼손에 대해 맞고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최악의 경우 사태가 법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조용히 사태해결을 기대했던 기아 선수단은 이날 오후 ‘김지영 사태에 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선수단은 A4 용지 2장 분량의 공식입장서에서 “김 감독의 행위가 선수를 지도하기 위한 교육적인 행위”였음을 인정하고 김 감독을 지지하고 나섰다.
폭력파문이 공론화함에 따라 사령탑 데뷔 이태째를 맞은 김 감독의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김 감독은 그동안 패기와 젊음 하나로 현대 김재박 감독과 함께 프로야구판을 대표하는 40대 기수가 됐다.
올 시즌 기아 돌풍을 주도해 프로야구판에 신선한 충격도 안겼다. 오는 29일 열리는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로 선발돼 꿈을 이루는가 싶었으나 뜻하지 않은 낙마위기에 빠졌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 삼성과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아의 성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