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UFC51-SUPER SATURDAY의 대진표가 발표되었다.
물러설 곳 없는 두사람의 한판 승부.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머신건 펀쳐] 비토 베우포드(28, 브라질, 브라질리언 탑 팀& 팀 베우포드)와 [헌팅턴비치 배드보이] 티토 오티즈(30, 미국, 팀 퍼니쉬먼트)의 대결인데, 이 둘은 UFC라이트 헤비급의 4대 강자(랜디 커쳐, 비토 베우포드, 척 리델, 티토 오티즈)에 속하는 선수들이고 그동안 계속 미루어졌던 대결이기에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비토 베우포드는 UFC브라질 대회(1998,10)에서 그 유명한 기관총 펀치로 반데레이 시우바를 때려눕힌 바 있으며, 이 덕분에 UFC가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에서도 상당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 강자. 펀치 기술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타격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원래 스타일은 브라질리언 주짓수이다. 프라이드에도 참전했었는데 불의의 주먹 부상으로 사쿠라바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이후 길버트 아이블, 마쓰이 다이지로, 바비 사우스워스, 그리고 텍사스의 광마로 잘 알려진 헤비급의 히스 히링을 연파하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얼마전 UFC 49에서 랜디 커쳐에게 패배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UFC 최강급의 파이터로 거론되고 있으며 프라이드 미들급의 제왕 반데레이 시우바가 가장 붙어보고 싶은 선수로 꼽고있는 선수이기도 하다.(원래 UFC의 라이트 헤비급과 프라이드의 미들급은 거의 같은 급의 체중으로 본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을때와 나쁠때의 기량 차이가 너무 심하고 감정적으로도 기복이 심해 플레이에 안정감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얼마전 UFC 챔피언 랜디 커쳐도 한 인터뷰에서 이런 요소들 때문에 티토가 비토를 이길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평가한 바가 있다.
반면 티토 오티즈는 강력한 레슬링 테크닉을 바탕으로 옥타곤에 아주 적합한 형태의 시합을 벌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선수. 경기가 다소 지루하고 매너에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곤도유키, 켄 샴락, 가이 메츠거등의 강자들을 꺾었으며 비토와 마찬가지로 반데레이 시우바를 격파한 일도 있다. 말을 함부로 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으나 막상 경기를 치루고 나면 가끔씩 또 좋은 매너를 보여주기도 하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간 상대를 가려가며 싸운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으나, 결국 랜디 커쳐와 겨루다가 패배했고, 또한 척 리델에게도 무릎을 꿇었다.
사실 랜디 커쳐나 척 리델의 경우 워낙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던 파이터들이었기에 티토가 패했다고 해서 이변이라고 할만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때 라이트 헤비급의 챔피언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었던 티토 입장에서는 UFC무대에서 계속 살아남으며 특유의 거만한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패배는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간 티토는 힉슨 그레이시에게 공개 도전한 일도 있었고, 가이 메츠거에게 리벤지 매치를 요구해 TKO로 꺾은 일은 있었지만 UFC 라이트 헤비의 빅4중 자신을 제외한 3인과?대결에는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일관하면서 상대하기를 꺼리는 듯한 인상을 풍겨왔다.
특히 비토와의 대결은 예전부터 주선되어 오던 것이었지만 티토가 계속 거부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미뤄진 시합이었던 것이다. 당초 UFC쪽에서도 둘의 대결을 성사시켜보고자 애를 썼지만 티토는 엉뚱하게도 가이 메츠거와의 대결을 요구해왔다. 그 이유는 가이 메츠거가 지난 패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왔기 때문인데, 문제는 몇년전의 그 대결 때문에 이제와서 그런 이유를 대면서 비토와의 승부를 거절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점이다.
UFC도 이미 챔피언 타이틀을 잃어버린 티토의 입장을 더 이상 들어줄 필요가 없었던 것 같고, 비토는 이번 기회에 티토를 완전히 뭉개놓고 랜디 커쳐에게서 잃어버렸던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해 오겠다는 각오를 여러차례 인식시켜왔기 때문에 이번 대결이 성사되었던 것 같다. 결국 티토도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다. 만약에 그가 비토를 격파해 보인다면 다시 한번 랜디와 대결할 찬스를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싫건 좋건 이번만큼은 비토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둘은 닮은 점이 많다. 한 때는 UFC의 정점에 있었던 강자였으나 이제는 갈 곳이 없는 입장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둘 다 랜디 커쳐라는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랜디 커쳐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꺾을 수 밖에 없다는 점...
사실 비토와 티토는 프라이드에서도 계속해서 접촉을 시도했을만큼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도 탐내는 인재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반데레이 시우바라는 프라이드 최강의 미들급 파이터를 꺾은 적이 있는 강자들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흥행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무대로 진출을 하건, UFC에 남건 지금 이 상태로는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비토 베우포드는 노게이라 형제로 대표되는 브라질리언 탑 팀에서 훈련을 쌓았다. 마리오 스페히(BTT-브라질리언 탑팀-의 수장)는 "비토는 정말 강합니다. 타격도 그래플링도 모두 조정된 상태입니다.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라며 비토의 승리를 자신한 뒤 "티토는 정말 위험한 파이터입니다. 그러나 그는 우선 남을 존경하는 법부터 배워야겠죠."라며 익히 알려진 티토의 말버릇을 꼬집기도 했다.
과연 갈 곳 없는 두 강자의 격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어느 타이틀매치보다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 파이터의 격돌은 이미 불꽃을 튀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