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두 시간 밖에 못잤습니다.
12시쯤 집에 도착해 씻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정신이 초등학생처럼 맑더군요.
한 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뒤척이다 아예 잠들기를 포기하고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잠시 중단되었던(?) '함께 모여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는 첫 텍스트로 제가 추천하는 책이었습니다.
읽다보니 하얗게 날이 밝아오더군요.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 책은 최소한 1.5번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어제 제가 말했던 대로 처음 읽을 때 밑줄만 잘 그어 놓으면 다음번 에는 그 밑줄만 읽어도 될 만한 쉽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최근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이틀 열병을 앓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제가 왜 몸살이 났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다들 제가 앓은 몸살을 같이 앓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특히 김운주선생님이나 김성숙선생님께서 저보다 더 심하게 앓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책읽기를 통해 조르바님 얼굴도 좀 보고 싶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 우연님도 뵙고 싶고, 김주환선생님, 완술이형, 양윤신선생님, 정훈씨, 각별히 요즘 하릴없이 바느질이나 배우고 계신다는 최현숙 기린가정의학과원장님도 뵙고 싶고 그러네요.
이번 독서모임은 잘 굴러 갈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여러 가지 흥행 요소들을 두루 갖추었는데, 김운주선생님의 친환경적인 공간 ‘서곡 사랑방’, 예비 공간으로 푸른청춘님의 사업장에 2층 빈 회의실. 그간 김성숙선생님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꾸준히 누적해 온 온갖 시행착오, 개성 있는 미모와 지성 및 야성까지 겸비한 다수의 여성회원, 유하영 허혁의 ‘도원결의’ (혼자 힘으로는 독서 모임을 꾸려나가기 버거울 것 같아 둘이 합체했습니다) 등등입니다.
이제 그만 뜸들이고 책 소개를 올려야 겠네요. ㅡ 허 혁 ㅡ
(전주 더불어 숲 정기 독서 토론회 안내)
선정도서: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고미숙 지음. 휴머니스트. 정가 1만원.
‘수유+너머’ 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장 소: 우아동. 예전 ‘기린원’에서 용진방향으로 100M쯤 가다가 기린원 맞은편
‘신성하우징’ (푸른청춘님 사무실 2층).
일 시: 8월 11일 화 저녁 7시 30분.
발 제 자: * 지은이의 말, 프롤로그 (유하영)
* 1장 문턱 (김시현)
* 2장 탈주 (허혁)
* 3장 배치 (푸른청춘)
* 4장 축제 (김성숙)
* 5장 비전 (김운주)
발제는 나이순입니다. 유하영씨는 먼저 일어나야 해서 맨 앞에 세웠습니다.
발제시간은 각자 10분씩 입니다.
자유토론은 모든 발제자의 발표가 끝난 뒤에 했으면 합니다.
기타) 홍지서림에 책 재고가 두 권 남아 있답니다. (T 288-5311)
전주 교보문고에는 재고가 없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T 288-3700)
****** 어느독자의 서평 -얄리yaly (socioj**) | 2009-06-22 *************************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놀랍고 또 놀랍다.
한없이 부러운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책에서 대학 시절 꿈꿔왔던 것,
나름대로 ‘공부’란 것을 하면서 이상향으로 삼아왔던 모습이 현실화된 것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학삐리’의 한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나의 삶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마음 한 구석에 영원히 가지고 있을 꿈, ‘돈키호테의 꿈’과 다시 한 번 마주치게 되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동체’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한 삭막한 경쟁의 연속이며,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지친 사람일수록 더욱 공동체를 원한다.
내 것 네 것 없이 공유하고 나누며, 서로에게 기여하고,
생존의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더 깊게 성장시키는 공간.
여기 승자독식의 사회를 거부하고 ‘공부’와 ‘학문’ 영역에서 출발하여 코뮨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수유+너머’라고 이름붙여진 공동체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솔직히 ‘수유+너머’에 대한 나의 인식은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인문학 공개강의를 하는 연구단체 정도에만 그쳤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통해서 이들의 실험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문턱→탈주→배치→축제→비전의 순서로 ‘수유+너머’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체의 시작은 ‘문턱넘기’부터 시작한다.
넘어야 할 문턱은 무엇보다 권위에 빠진 제도권과 내 한 몸 편안한 안식을 찾는 조로증이다.
고정된 사고와 답답함 가운데 조금만 생각을 ‘전복’시키면 출구가 보이고
모든 것을 풀어놓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기만 하면 내 삶을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감을 알려준다. 이것이 문턱넘기이다.
한 번 문턱을 넘고, 또 하나의 문턱을 넘으면 이제 공동체는 본격적으로 달려나간다.
사회가 미리 세워 둔 골인지점이 아니라, 주체가 이끄는대로, 내 삶이 개척되어나가는 곳으로 탈주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몸으로 체득해야만 하는 자세가 있다.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공동체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의 삶이 비옥해지는 공동체.
소유나 집착이 아닌, 상대의 본성을 촉발시키는 사랑이 발현되는 공동체.
일사불란함과 조직이 아닌, 이질성과 다중심, 밴드식 결합, 우발성이 범람하는 공동체.
그리고 이런 탈주를 위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의 습속과 버릇을 다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배치’가 바로 그러한 통과의례이다.
이 배치는 단순한 마음가짐의 변화만 의미하지 않는다.
먼저 ‘몸’의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진지함’의 미덕도 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의식’이란 가장 공고한 습속을 바꾸어 내야 한다.
그리고 이 배치의 과정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렇게 배치가 바뀐 사람들은 이제 공동체를 형성하고 ‘축제’의 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현대의 삶이란 것은 얼마나 팍팍한가.
명문 대학=좋은 직장=부자의 등식은 이 사회 구성원 거의 전부를 구속하는 등식이 되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하나의 코뮌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수유+너머’는
바로 이렇게 우리에게 당연하게 습속화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시스템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왔던 것에 당당하게 반기를 들고 미래의 비전을 찾기 위한 ‘인류학적 보고서’이다.
얼마전 유목하는 인간, ‘호모 노마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목의 특징은 어느 한 군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향해 떠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수유+너머’의 유목이 이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 궁금해진다.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활공간, 인간의 규격화된 경계를 넘는 공동체간 네트워크가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삶의 모습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첫댓글 조르바님이나 미루님도 이번 함께읽기...함께 합시다.
헉!! 갑자기 웬 발제까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