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LA오토쇼를 빛낸 주인공 중 하나였던 현대 제네시스 쿠페(코드네임 BK)가 올해 말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카라는 명패를 붙일 수 있는 현대 최초의 모델로,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투스카니 후속 모델이 아니라 그 윗급에 자리한다
스포츠카가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또 수익만 따지고 보면 스포츠카 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스포츠카 만들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럭셔리 세단 못지않게 회사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올려줄 블루칩이기 때문이다. 코흘리개 꼬맹이 시절부터 지나가던 포르쉐의 매력에 빠져 ‘언젠가는 먹고 말 거야’를 가훈으로 삼는 CF 속의 한 미련한 중생(?)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잘 키운 차 하나가 회사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경우는 많다.
얼마 전 미국의 유력한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로부터 세계 6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은 현대. 그러나 일부에서는 ‘값을 빼면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장점이 있는가?’ 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 왔다. 수십 년 전 일본 메이커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현대는 저가 이미지를 벗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제네시스 세단과 쿠페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현대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그 중에서도 코드네임 BK로 알려진 제네시스 쿠페는 본격적으로 스포츠카라는 명패를 붙일 수 있는 현대 최초의 모델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투스카니 후속 모델은 아니며 그 윗급에 자리한다. 참고로 현대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선보인 앞바퀴굴림 스포츠 쿠페인 기아 키(Kee) 컨셉트카 쌍둥이 모델을 투스카니 후속으로 준비 중이다.
성능은 닛산 G37, 값은 미쓰비시 이클립스 수준
2007 LA오토쇼에 등장한 제네세스 쿠페는 쇼카이기 때문에 화려한 치장을 둘렀지만 전체적으로 HCD8과 HCD9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물려 받았다. 카본 파이버 소재 보닛과 앞 범퍼의 커다란 공기흡입구는 양산 모델에 그대로 쓰일 가능성이 적다. Z라인으로 불리는 옆모습이 독창적인데 휠하우스를 보다 강조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완만하게 내려앉은 C필러와 한 치수 높은 트렁크 리드는 전형적인 쿠페의 디자인이다.
현대는 컨셉트카를 내놓으면서 BMW E46 M3을 벤치마킹했으며, 섀시 강성도 24%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네시스 쿠페의 경쟁 모델은 유럽의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가 아니다. 다분히 일본 메이커를 노린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BK의 라이벌을 찾아보자. 토요타는 수프라 이후 이렇다 할 스포츠 쿠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혼다도 S2000이라는 준마가 있기는 하지만 오픈 모델이고 BK와는 성격이 다르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과 스바루 WRX STi도 뛰어난 성능으로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세단 기반의 네바퀴굴림 모델이다. 인피니티 G37 쿠페가 여러모로 BK와 견줄 만하다. 미국 시장만으로 제한한다면 포드 머스탱도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현대는 BK 품평회 때 머스탱을 바로 옆에 두었다.
컨셉트카 기준으로 BK의 최고출력은 300마력(V6 3.8L)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다. 모터쇼 프레스 행사에서 밝혔듯이 국내에는 2.0L 터보 엔진이 주력이지만 해외에서는 V6 3.8L 자연흡기 엔진을 전면에 내세운다. G37에 얹은 3.7L VQ 엔진의 최고출력이 333마력인 점을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엔진출력도 이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출력이 조금 낮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보디 사이즈를 고려할 때 1,715kg인 G37의 무게를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마력당 무게비율은 5.0kg/마력 부근에서 비슷해질 것이다.
문제는 변속기. 현대는 엔진 기술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변속기에선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변속기의 기술력은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날리는 수준. 따라서 현대는 아이신제 6단 자동이나 ZF 6단 자동 트랜스미션을 얹을 것으로 보인다. 값을 고려하자면 아이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토요타 계열이기 때문에 최신 제품을 내어줄지 의문이다. ZF는 비용 면에서 불리하다. 현대는 제네시스 세단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포티함을 강조한 스포츠 쿠페의 특성상 자동변속기의 치우침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컨셉트 모델에서도 6단 수동변속기를 내세웠다. 300마력 이상의 고출력에 수동변속기 세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걱정이지만 피드백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차값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현대가 가장 확실히 내세울 수 있는 카드다. BK도 예외는 아니어서 2만7,000달러(약 2,540만 원) 부근이 될 전망이다. 현대 미국법인의 제품 개발 및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인 존 크라프식은 “우리의 목표는 G37의 성능을 미쓰비시 이클립스 값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북미 시장에서 BK와 G37의 값 차이는 700만~9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고 이는 무시하기 힘든 유혹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