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허리
강기영
은조분 할머니 분꽃 화분을 옮기다
삐끗, 힘의 모퉁이 하나 허리에 들었다
아니다, 욱신거리는 분꽃 화분 하나
온전하게 허리에 놓였다
꽃을 옮기는 일이
계절뿐인 줄 알았더니
모자라는 힘으로 꽃을 옮기려 했던 일
수십 방의 침을 맞고도 여전히
화무십일홍이다
송송 맺힌 핏방울들은 모두
조금씩 어긋나 있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구부정한 죽은 피를 뽑아내고 난 뒤에야
새벽 미사 보러 간다
계절은 어느덧 꽃 지는 화분마다
뻐근했던 여름이 을씨년스럽다
배 아파 피워낸 여름과 봄 그리고
한겨울을 합치면 2남 3녀지만
삐끗, 놓친 초여름 한 철
잊을만하면 허리께에서 운다
보이지 않는 아이를
허리춤에 감추고 파스를 부치면
칭얼거리듯 욱신거린다
통증이 옮겨붙은 파스는 통통하게 살이 쪄 있고
분꽃 화분은 굽은 그늘을 까맣게 맺지만
허리에 핀 꽃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활짝 핀 조화처럼 시들지 않는다
은조분 할머니
꽃핀 허리에서 삐끗삐끗
꽃이 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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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허리께에서 운다."
나도 이런 적이 몇 번 있는데 ...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