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이던가요? 시사회 뽑힌줄도 모르고 참석 못했습니다.팬사인회도 있었는데.. 오~ 지태오라버니...^^;;
대충 내용은 다들 뮤직비디오나 TV, 인터넷을 통해 아실것이라 생각드네요.
감독이 말하는 동감은 이렇답니다.
------------------------------------------------------
사람들 사이에 마음이 통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어릴 때 집이 과수원을 했다.
그래서 잡동사니가 가득한 외떨어진 창고에서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는데 거기 고장난 전화기가 있었다.
낡은 전화기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한번도 본적 없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했다.
그렇게 혼자 외로움을 달랬던 기억이 데뷔하는 영화의 기본 컨셉이 됐다. 누군가와 통하고 싶다는 한 때의 막연한 바람에 내가 좋아하는 멜로적인 감수성을 섞은 것이 '동감' 의 원안이다.
영화적인 판타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21년이라는 시간차를 두었고 주인공의 우여곡절 많은 애정관계 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의미를 각자의 다른 시간 속에서 교감하는 이야기로 그렸다.
2000년의 젊은이들이 벼락 부자된 부모 덕에 고급차 몰고 다니면서 흥청망청 노는 부정적인 모습, 그러니까 흔히 영화에서 자주 상투적으로 표현되는 젊은 사람들의 철없는 퇴폐를 보여주는 범죄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건 내가 앞으로 만들 어느 영화에서나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적인 도덕성, 드라마를 만들려고 인물에게 폼 잡게 하고 그들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 그 약속은 꼭 지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동감' 의 주인공들은 순수하고 착하다. 남에게 상처주는 것 못하고 짓밟고 쟁취하는 것 하지 않고 미안해하면서 웃고 자기 안으로 감싸안는다.
나는 그렇게 21세기의 긍정적인 젊음을 변하지 않는 사랑과 함께 얘기하려고 했다.
특별히 지나간 1979년과 현재의 2000년을 대비시키려고 의도적인 장치를 둔 것은 없다. 다만 김하늘이 사는 79년과 유지태가 사는 2000년은 색과 음악으로 구분했다.
79년이라는 시대를 고증할 자신이 없었고 게다가 난 그 고증 때문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망가지는 것이 싫었다.
79년의 김하늘은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노란색 톤으로 그렸고 2000년의 유지태는 첼로 연주를 배경으로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촌스러운 장발과 유행이 지나간 의상으로 79년을 그대로 그려내야 한다는 강박은 처음부터 없었다.
나는 다른 시간에 속한 두 주인공의 호기심 가득한 대사와 그리움, 교류를 통해 시간의 간극을 넘어 소통될 수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 믿음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유지태의 대사처럼 언제나 사람들은 아웅다웅, 복잡하게 울고 웃으며 사랑하면 지낸다. 79년과 2000년은 그렇게 통하는 것이다.
시사회의 반응은 멜로와 코미디와 SF와 공포영화 모두를 다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어주고 대사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결국엔 슬퍼하는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너무 기뻤다. 장진 감독과의 각색작업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의 경쾌한 희극적 재능과 내가 의도했던 사랑과 소통이라는 주제가 잘 섞인 것 같다.
주인공이 죽고 한참을 울고 결말을 비장하게 끄는 멜로의 상투성을 버리고 가자는 내 의도는 지켜졌다고 생각한다.
세월의 흐름을 간파하고 있는 것 같은 수위의 계도적인 대사를 흠으로 많이 지적했는데 그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고 다음 영화에서 그 책임을 상쇄할 노력들을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