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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일 월요일. 비, 바람, 맑음.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 식사를 7시에 2층으로 내려가 먹었다. 여기도 미역을 먹는다는 것이 새로웠다. 미역을 국으로 끓여먹는 것이 아니라 흐물흐물하게 삶아서 양념을 해서 나물처럼 먹는다. 먹어보니 부드럽고 먹을 만 했다. 쌀죽에 콩가루 양념을 넣어 먹으니 구수하다. 오늘은 먼저 연지담에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니 비가 내린 후라서 거리가 젖어있다. 전철을 타고 먼저 고웅역에 들러서 내일 타이베이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숙소 앞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간다. 우리가 매일 여러 번 이용하는 지하철역은 좀 특이하다. 메이리다오(미려도 美麗島)역.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이 지하철로 내려와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들이다. 이름 하여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지하철역이다. 가오슝 MRT 환승역으로 누구나 한 번은 지나칠 수밖에 없는 미려다오 역은 가오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이라고 불린다. 바로 MRT 안에 있는 ‘빛의 돔’ 때문이다. 총 면적 660평방미터에 높이 50m, 중심에 세워진 청색과 붉은색의 2개의 기둥과 16개의 기둥, 총 1252개의 창, 4500여 개의 유리조각으로 완성된 빛의 돔은 물, 바람, 흙, 불 등 네 가지 코너로 나뉘어 탄생, 성장, 영광, 파멸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윤회 과정을 화려한 색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빛의 향연이 시시각각 MRT 내부를 밝히고 있다.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철을 갈아타고 역으로 갔다. 역 앞에는 노란색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역 안으로 들어서니 종이와 종이박스를 이용하여 기둥과 벽을 장식해 놓았다. 귀엽고 신선해 보이는 공간이다. 내일 13시 40분 타이베이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16시 30분 도착예정이다. 요금은 두당 843달러(약 3만원)이다. 연지담으로 가기로 했다. 전철을 이용해서 간다. 붉은 선(R) 전철을 타고 생태원구(生態園區)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간다. 비가 오락가락 내린다. 호숫가에 내려준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수산국가자연공원(壽山國家自然公園)이라는 글자가 큰 돌에 새겨져 있다. 고즈넉한 호반에 피어나는 물안개를 볼 수 있는 연지담(蓮池潭 리엔츠탄)이라고 가이드북에 적혀있다. 가오슝 고속철 부근에 위치한 연지담은 타이완의 풍경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호수로 여름이 되면 호반에 연꽃 향기로 가득하다고 해 ‘리엔츠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고즈넉한 호반을 따라 늘어진 버드나무와 오래된 고성과 공자묘, 춘추각, 용호탑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호수 남쪽에 위치한 용호탑이다. 탑의 입구가 각 각 용과 호랑이의 모습을 한 용호탑은 도교의 영향을 받아 지어졌다. 왼쪽에 있는 용의 입구를 통해 들어가서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행운이 찾아오고 만수무강한다고 전해진다. 우리도 용탑으로 먼저 들어갔다. 용탑은 모두 7층으로 탑 안으로 들어가면 신들과 관련된 화려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며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리엔츠탄 주위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 아래 호수에는 시든 연꽃들이 가득하다. 꽃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멀리 호수에는 다리로 이어진 정자와 수염이 길게 난 커다란 화상이 만들어져 있다. 올라가면서 8각형으로 이루어진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경치는 보기 좋다. 호랑이 탑으로 내려오다가 입구에 만들어진 호랑이 이빨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맞은편에는 혜제궁이라는 화려한 도교사원이 있다. 호수 길을 따라 걸어간다. 춘추각이라는 사원 이름이 보인다. 호수를 향해 긴 다리를 갖고 있으며 끝에는 정자가 있다. 정자 이름은 오리정(五里亭)이다. 긴 다리를 걸어 정자까지 걸어가 본다. 우리가 다녀왔던 용호탑이 멋지게 솟아있다. 다시 걸어 나오니 사원 내에 연못이 보인다. 작은 거북이들이 엄청 많이 보인다. 다시 호수를 끼고 걸어간다. 고웅문학보도(高雄文學步道)라는 글귀가 보인다. 문학 산책로라는 뜻인 것 같다. 노란색 과일이 많이 열려있는 나무가 많이 보인다. 모양은 감인데 색깔은 귤이다. 맛은 신맛인데 별로였다. 관우상인 줄 알고 도착한 사원은 현천상제라는 글자가 보인다. 북극정(北極亭)이란다. 수염을 날리는 커다란 조각상이 오른쪽에 칼을 차고 맨발로 앉아있다. 작은 연못에는 분홍색 연꽃이 질서 있게 피어있다. 천부궁이라는 사원도 있다. 중미에서 보던 칼랄라가 이곳에서도 보인다. 그런데 표면 색깔이 노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다. 속 모양은 같다. 노란 개구리알들이 잔뜩 들어있다. 입에서 침이 절로 나온다. 용과를 비롯해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노점상이 많다. 공자묘까지 걸어간다. 호수를 옆에 끼고 달리는 도로 변에는 가게들이 많다. 주로 야채와 채소 가게다. 호수 끝까지 걸어 공자묘를 둘러보았다. 공자묘는 연지담 북쪽에 있다. 총면적 1800평방미터에 달하는 공자묘는 타이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배산임수의 시세가 범상치 않다. 지금 있는 공자묘는 1976년에 새롭게 준공된 것으로 이전 공자묘는 1684년에 건설되었으나 후에 자연재해로 손상되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자사당의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졌으며 중앙의 대성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공자와 함께 유학자들의 위패를 만나볼 수 있다. 매년 9월 28일 공자 탄생일인 교사절에 큰 행사가 열린다. 돌아가는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간간히 승용차가 보인다. 비가 쏟아진다. 일단 옆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들어갔다. 먹거리와 고기, 야채, 그리고 과일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식당도 모여 있다. 다시 남쪽에 있는 용호탑 까지 걷기에는 너무 멀어 보인다. 큰길로 가서 버스를 알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묻기도 어렵다. 감으로 길을 찾아 헤매다가 지쳤다. 아내는 잔뜩 화가나있다. 덥고 비가오니 짜증이 나나보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전철역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본요금이 85달러(약 3000원)부터다. 요금이 비싼 것 같다. 다시 전철을 타고 가오슝 역으로 왔다. 역 안에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로 장식이 되어 있다. 캐릭터 광고판을 자세히 보니 경고 광고판이다. 전철 내에서 음식물을 먹으면 1500달러(약 5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내용이다. 음식물에는 물과 커피, 햄버거, 아이스크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전철을 타고 서자만(西子灣 시즈완)역으로 간다. 바다가 보이는 서쪽 끝이다. 오렌지선 1번이다. 전철역에서 내려 부두를 향해 걸어간다. 부두와 함께 정박해 있는 배도 보이고 섬을 건너가려는 선착장에는 사람들과 오토바이가 많다. 우리는 먼저 시즈완 해안가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타구영국영사관(打狗英國領事館)을 찾아가기로 했다. 해안가에 솟아있는 산을 올라가야한다. 오래되 보이는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다. 숲이 우거진 좁은 계단길이다. 구불구불 계단을 오르니 언덕위에 도착, 영사관 건물이 보인다. 1865년에 지어진 영국영사관은 타이완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영국 정부가 계속 사용해왔던 곳이다. 시즈완 해안가 뒤쪽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영사관은 붉은 벽돌의 아치형 회랑이 매우 아름다우며 실내는 1,2층으로 나누어 있으며 진귀한 자료들과 당시 죄수들을 수감했던 감옥 도 만나볼 수 있다. 건물 외부에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영국식 전통 에프터눈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영사관 앞에서 시즈완의 해안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 녘이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차와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올라와 내려다보니 서자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오슝 8대 절경중의 하나란다. 가오슝에서 유면한 관광지인 시즈완은 아름다운 석양과 천연암초로 유명한 항만이다. 치진에 비해서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시즈완에는 중산대학(中山大學)과 시즈완 해수욕장, 그리고 타구 영국 영사관이 들어서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몰 시간이 되면 이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단다. 시즈완의 석양은 가오슝 8대 절경 중 하나로 매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해질 무렵이면 해안가를 따라 석양을 감상하려는 연인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몰려든다. 때문에 시즈완에는 조금 늦은 오후에 방문해서 영사관을 먼저 둘러보고 천천히 내려와 석양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석양은 둘째 치고 해를 보기도 어렵다. 잘 가꾸어진 바닷가 주변의 공원에는 중산대학이라는 기둥이 보인다.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항구와 항구를 앞에 둔 고층빌딩들이 가득하다. 해군함정도 보이고 작은 어선들이 가득하다. 가오슝의 랜드 마크인 85빌딩이 멀리 우뚝 솟아있다. 타이베이에 101 빌딩이 있다면 가오슝에는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높은 85빌딩이 있다. 시내 어디에서도 쉽게 찾은 수 있을 정도로 가오슝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85빌딩은 높이가 약 300m에 달한다. 대형 복합 쇼핑몰과 함께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으며 74층에는 남부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순식간에 내부가 어두워지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이동을 하는 느낌을 주는데 시속 120km로 74층 전망대에 도착한단다. 전망대에서는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360도로 시내 주변은 물론 가오슝 항구, 아이허와 멀리 시주완 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항구 옆에는 낮은 모습으로 펼쳐진 둥근 지붕의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언덕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계단 부근에는 엄청 큰 달팽이소라들이 보인다. 아내의 엄지발가락 보다 크다. 많이 보인다. 우리는 건너편 등대가 보이는 섬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해안가에는 각 나라별 항구까지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부산까지는 648km, 두바이까지는 6564km 등이 표시되어 있다. 두바이는 한문으로 두배(杜拜), 덕국(德國)은 독일이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가오슝페리선착장으로 걸어간다. 때를 놓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선착장 주변의 작은 골목길에는 식당과 팥빙수 집, 그리고 다양한 카페도 많다. 우리는 인도식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탕에 고기가 들어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간장 색깔의 국에 야채와 고기가 들어있는데 향신료 냄새가 진하다. 나는 고기 카레와 밥을 주문했다. 냄새가 진하지만 그런대로 맛있다. 밖으로 나가니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쏟아진다. 우산을 쓰고 선착장으로 간다. 미식과 휴식의 레저 섬 기진풍경구(旗津風景區 치진펑징취)를 들어가는 배를 탔다. 오토바이가 많이 들어간다. 배 요금은 25달러(900원)이다. 배는 두 대가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배를 타고 가는데, 건너편 선착장에 세워진 건물이 인상적이다. 사진에 부지런히 선착장 건물을 담았다. 우리가 탄 배가 도착하기 전 정박해 있던 배가 바로 선착장을 떠난다. 드디어 도착했다. 남북의 길이가 총 11.3km, 폭 200m에 달하는 담배 모양을 하고 있는 치진 섬은 가오슝에서 제일 오래된 항구로 예전에는 타이완 본섬과 연결되어 있었다. 1967년 가오슝항이 제2항구 개통을 위해 치진과 연결을 절단해버려서 지금은 완전히 독립된 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예전에는 치산(기산 旗山)의 뒤쪽에 있어서 치허우(기후 旗后)라고도 불렀는데 그 때문에 몇몇 관광지는 치진 대신 치허우가 쓰이기도 한다. 길게 뻗은 모래섬인 치진풍경구에는 해수욕장을 비롯해 치허우등대, 치허우요새, 천후궁 등의 다양한 유적지와 관광지, 해산물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서 값싸고 맛있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이다. 우리가 먼저 만난 곳은 기진천후궁(旗津天后宮)이다. 가오슝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로 1673년에 건축되었다. 바다의 신인 마주 신을 모시며 매년 음력 3월 23일 제사를 지낸다. 복건성의 어부가 치진 지역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아 거주하게 되며 이곳을 지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보수 공사를 거쳐 1948년에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고 한다. 입구 마당에 붉은 색 매달린 등들이 질서 있게 매달려 있다. 향냄새가 가득하다. 머리가 아플 정도다. 이어지는 거리가 싱싱한 해산물의 집합소인 기진해산가(海産街)이다. 치진페리선착장 앞에서 마오첸루를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치진 해산물거리다. 즉석에서 맛보는 싱싱한 해산물은 이곳의 자랑으로 값 또한 비교적 싸기 때문에 부담 없이 원하는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고 가격은 꼭 확인하고 주문해야한다. 각종 해산물이 잔뜩 펼쳐져 있다. 오징어, 낙지 종류가 많이 보이고 소라종류도 많다. 각 종류별로 가격표가 적혀있다. 거리 양 옆에 가득하다. 사이사이 즉석에서 구워주는 포차들도 보인다. 주로 오징어 꼬치구이다. 1865년에 세워졌다는 규모가 비교적 큰 장로교회도 보인다. 계속 걸어가니 직선으로 뻗은 도로가 나오고 그 다음 해변이다. 검은 모래 해변이다. 검은 모래 조각상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우산을 쓰고 구경을 한다. 비바람이 불어대는 데, 모래 작품이 그대로다. 생각보다 견고하다. 매년 7월에는 이곳에서 모래작품 축제가 열리나보다. 작품들 사이에 초록색 문주란이 하얀 꽃을 피워 빛나고 있다. 모래작품은 주로 인물, 동물, 건물인데 규모도 크고 멋지다. 연인이라는 작품의 눈을 보니 참 표현을 잘해 놓았다.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은 사람들만 구경을 한다. 눈을 들어 북쪽을 보니 등대가 보이는 산, 언덕 아래 절벽이 있다. 절벽에는 일제 강점기에 파 놓았다는 방공호가 있다. 파도가 밀려와 절벽에 부서진다. 검은 모래 해변의 먼 바다에는 큰 배들이 정박해 있다. 심술궂게 휘날리던 바람과 비가 그친다. 우리는 등대가 있는 언덕을 향해 걸어간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왼쪽으로는 포대 오른쪽으로는 등대를 올라가는 길로 갈라진다. 먼저 왼쪽 포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간다. 오르는 길은 넓게 포장되어 있다. 오르며 내려다보는 해안가 모래사장의 풍경은 참 시원하고 멋지다. 조금 더 올라가니 포대가 나온다. ‘기쁨(囍)’이 숨겨진 요새란다. 치허우등대와 함께 17세기에 지어진 치허우포대는 국가 2급 고적으로 중국 스타일의 8(八)자 모양의 입구와 벽이 특징인 요새다. 요새 벽을 자세히 보면 기쁨을 뜻하는‘희(囍)’자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타이완에서는 보기 드문 포대로 역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요새의 계단을 이용해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진짜 한자모양이다. 요새의 모양도 모양이지만 이곳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시원함이 정말 좋다. 여기저기를 옮겨다 보다가 내려온다. 내려와서 이제는 기후등대(旗后燈塔 치허우덩타) 방향으로 다시 올라간다. 숲길이다. 조금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계단을 올라서니 반대편 영국영사관 쪽의 경관과 항구가 눈에 들어온다. 홍콩이라는 이름이 붙은 커다란 배가 서서히 항구로 들어간다. 컨테이너를 잔뜩 실었다. 다시 내려와 등대가 있는 방향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그러나 등대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치허우등대는 3급 고적으로 1883년에 지어졌다. 당시 영국인을 초빙해서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붉은 벽돌을 사용해서 지었던 치허우 등대는 일제시기 가오슝항을 증축하기 위해 수리하면서 지금의 흰색으로 남게 되었다. 등대 앞에는 흰색의 서양식 사무실이 있으며 이전에 사용했던 계측기, 등대의 옛 모습과 주변의 지형도를 전시하고 있다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어 아쉬웠다. 등대를 뒤로 하고 더 올라가는 길이 있어 올라간다. 정상에 서니 시원하게 해변과 넓은 바다가 나타난다. 검은색 모래와 흰색 바닷물, 그리고 초록색 나무들이 햇빛에 반사된다. 우리가 서 있는 산의 이름이 기후산(旗后山)이다. 이제 내려간다. 바람이 엄청 불어 커다란 나무 가지들이 부러져 떨어진다. 다채로운 조개들의 전시관인 기진패각관과 풍차와 바다가 만나는 공원인 기진 풍차공원은 생략하기로 했다. 싱싱한 횟집 거리를 또 걸어간다. 생 오징어 꼬치구이가 석쇠로 구워진다. 소스를 발라준다. 냄새가 죽여준다. 해변으로 잠시 다시 갔다. 포장마차의 튀김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해변을 둘러본 후 이제 배를 타기위해 선착장으로 간다. 아내는 말린 생선을 포장한 다양한, 8가지 다른 종류를 하나씩 산다. 맛이 궁금하다. 포차에서 파는 갓 구워낸 빵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따뜻하고 구수한 빵이다. 선착장이 도착하니 또 비가 내린다. 날씨가 오늘은 엉망인 것 같다. 정신이 없다. 배를 타고 섬에서 나온다. 전철을 타려고 골목길을 가는데 어인마두(漁人碼頭 Fisherman’s wharf)라는 글씨가 보인다. 마두는 부두라는 뜻이다. 무엇이 있나 해서 글씨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그냥 부두다. 알고보니 피셔맨스워프는 근 반세기동안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가오슝시의 역사적 건축물 중 하나였다. 고웅해관이라는 세관 건물이 부두 뒤에 버티고 있다. 비가 내리니 더 이상 둘러보는데 불편하다. 걸어 나오다가 부두 가까이에 있는 향초마두(香蕉碼頭)라는 글씨를 또 보았다. 그 방향으로 걸어가니 커다란 바나나가 그려진 간판을 갖고 있는 상점이 보인다. 바나나 창고가 변신을 해서 가게로 바뀐 것이다. 이곳이 피셔맨스워프, 어인마두였다. 1950년대에 타이완에서는 대량의 바나나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큰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당시 전국 각지의 바나나들이 가오슝항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바나나 수출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보관 창고로 쓰이던 이곳에 쇼핑몰과 기념관이 들어서면서 재탄생했다. 바나나를 떠올리는 노란색으로 페인트 된 건물로 들어가면 1층에는 특산품이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바나나 이야기 관, 각종 테마 상점이 들어서 있다. 2층에는 바다 경치가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 조성되어 있다. 저녁이라면 부두의 노천카페나 펍에서 낭만적인 항구의 야경을 보면 좋단다. 부지런히 걸어서 전철역으로 왔다. 이제는 중앙공원역으로 간다. 전철에서 내려 공원 방향으로 나오니 지하철 역이 정말 멋지다. 지붕이 비행접시 같이 펼쳐져 있고 양 옆에 경사면에는 각종 화초로 꾸며져 있고 중앙에는 에스컬레이더가 있다. 규모가 크다. 비행장 같은 느낌이다. 전철역 벽에는 만화 캐릭터 4명의 소녀들의 모습이 걸려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니 수목들과 연못, 그리고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연못에는 한가로이 오리 떼가 놀고 있고 만들어 놓은 조각상이 흐느적거린다. 평화로운 공원 모습 속에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 신랑신부와 사진사가 공원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공원이 이어지는 끝자락에는 성시광랑(城市光廊 청스광랑)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공원에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하게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있다. 중앙공원 옆에 위치한 성시광랑은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결합시킨 거리로 낮에는 길을 따라 가오슝 예술가들의 설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불빛들이 들어오면서 조용하면서 어두운 도시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린다. 일정한 리듬을 따라 변하는 오색의 불빛은 가오슝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관광객들은 가오슝이 품위 있는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단다. 공원을 둘러보니 기린 상, 바늘 없는 시계, 동물 조각상, 그림 등 여러 가지 설치 미술품이 보인다. 제목은 내 마음대로 지었다. 넓은 로터리에는 공원을 마주하고 신형 아름다운 빌딩이 세워져 있다. 대형 백화점 건물 같다. 루이뷔통 등 유명 메이커 상점이 보인다. 우리의 발길은 강이 있는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고웅국군영웅관이라는 보훈빌딩도 보인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타이완 최초의 대성당인 매괴성모당(玫瑰聖母堂 메이구이성무탕)이다. 가오슝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당인 메이구이성무탕은 1860년에 스페인의 선교사 테르디란드와 엔젤이 지은 건물로 현재 3급 고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1928년에는 고딕양식으로 재건하면서 로마식 첨탑 건물을 혼합하고 문화 예술적 요소를 가미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현재도 주일이면 미사가 열리며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의 아름다운 모습과는 다르게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는데 우리는 너무 늦어 개방시간이 지나버렸다. 천주당(天主堂)이라는 글자가 정면에 씌어있다. 더 걸어가면 다리가 나오고 건너면 바로 어제 둘러보던 역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다시 공원으로 와서 이번에는 지하철역을 건너 신굴강상권을 찾아간다. 신굴강상권(新堀江商圈 신쿠쟝샹취엔)은 최신 트렌드가 모여 있는 쇼핑거리다. 가오슝의 서문정으로 불리는 신굴강 상권은 최근 들어 젊은이들에게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다. 바로 타이완에서 가장 핫하고 유행하는 최신 아이템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이나 주말이면 유행에 민감한 10, 20대부터 패셔니스트들이 거리 곳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신굴강 상권을 천천히 둘러보면 왜 이곳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바로 홍콩, 일본, 한국은 물론 파리, 이탈리아 등 최신 트렌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게 가히 쇼핑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옷 가게들과 맥도날드, 악세사리 점 등이 있는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밤이면 더 많다는데, 거리가 좁아 보인다. 다리가 피곤하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지친다. 어두워진다.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어제 먹던 저녁 도시락을 또 사기로 했다. 우리가 즐겨 사먹던 도시락 가게 이름은 유강편당(劉江便當)이라는 소박한 식당이다. 돌아오는 길에 가오슝의 대표 야시장인 육합관광야시(六合觀光夜市 리우허관광예스)가 열리는 거리로 간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면서 노점상들이 하나 둘 설치되고 있다. 아내는 피곤하다고 숙소에 들어가서 쉰단다. 일단 숙소로 함께 와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야시장을 구경해본 적이 없어 이 기회에 한 번 야시장을 둘러보려고 아내에게 약간의 돈을 받아서 혼자 숙소를 나섰다. 리루허 야시장은 메이리다오역 11번 출구로 나가서 직진하면 만날 수 있다. 숙소에서 가깝다. 이 야시장은 입구에서부터 열대 과일과 각종 음식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가오슝의 대표 야시장이다. 길게 뻗은 길 양 옆으로 각종 음식, 특산품, 샤오츠와 음료들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이라 시민들을 비롯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천천히 걸어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항구도시답게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한 각종 요리를 비롯해 남부 타이완의 다양한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리루허 야시장을 찾기 전에는 꼭 위를 비우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왔으니 별로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심심풀이로 두부튀김을 한 봉지 사서 먹는데, 야릇한 냄새와 퍽퍽한 식감이 별로 맛이 없었다. 그래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닭 꼬치도 하나 사서 입에 물었다. 야시장 끝자락에서 만난 진한 파파야 우유를 파는 노점상에는 길게 줄을 서 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그 파파야 우유 가게인데 큰 가게인 줄 알았는데 노점상이었다. 이름은 정로패목과우내(鄭老牌木瓜牛奶 졍라오파이무과니우나이)이다. 1965년부터 파파야 우유를 판매하고 있는 리우허 야시장의 명물이다.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파파야 우유를 사기 위해 서 있는 줄이다. 얼른 줄을 섰다. 미리 만들어 놓고 팔고 있었다. 빨대를 통해 한 입 마시니 달콤하고 시원했다. 타이완 총통인 마이지우(馬英九)도 이곳에 와서 파파야 우유를 마셨을 정도로 유명하다. 핑동에서 재배한 파파야에 당일 공수한 신선한 우유, 그리고 특별 제작한 시럽을 넣은 파파야 우유는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파파야 향이 입안에 번진다. 테이크아웃을 한 후 파파야 우유를 마시며 숙소로 향했다. 8월 1일 경비 – 전철 180, 대만행 기차표1686, 택시비 160, 점심 230, 배표 100, 말린간식 500, 음료 20, 저녁도시락 140, 꼬치, 튀김, 파파야우유 160. 계 3176$ * 36 = 114,336원. 누계 81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