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택지지구 내 저층단지들. 강남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저층 재건축 단지들이다. 재건축 시장에서 ‘알짜 중 알짜’로 꼽히는 단지들이다.
총 10개 단지 1만3000여가구에 이른다. 이중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7개 단지 1만2985가구다. 주공1단지와 일원동 현대는 이미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았다. 개포시영과 주공 2∼4단지는 안전진단을 일찌감치 통과한 상태다. 일원동 대우도 올 들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이상 재건축이 확실한 단지다.
하지만 단지별 재건축 용적률에 발목 잡혀 1년째 사업이 중단돼 있다. 지난해 강남구청이 마련한 단지별 용적률 배분안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적률 배분안이 결정돼야 다음 단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2002년 지구단위계획 결정 때 개포지구 전체 평균 용적률이 200%로 결정됐다. 구청은 이에 따라 개포지구 내 3종지역의 고층은 222%, 2종 지역의 저층은 177%로 정했다.
고층은 재건축이 거의 추진되지 않고 있어 이 용적률에 대해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추진 중인 저층 주민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반발한 것이다. 한 단지가 177%의 용적률을 적용한 결과 중소형 평형의무비율 등에 따르면 40평대 이상을 짓기가 어렵고 모두 전용 25.7평 이하로 지어야하는데 새로 건립하는 가구수의 73%가 28평형 이하로 예상됐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분도 거의 없고 평형 확대 효과도 크지 않아 재건축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 결정된 ‘200%’를 올리지 않는 한 저층 용적률을 높이기가 어려워 단지별 배분안이 나온 지 1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단지는 177%로라도 재건축할 뜻이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개포지구 전체의 단지별 용적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사업을 못하게 했다.
내년 지구단위계획 조정 때 용적률 상향 추진키로
이에 따라 사업은 적어도 2002년 결정된 용적률을 상향조정해볼 것을 기대할 수 있는 내년 7월까지는 진척되지 못할 것 같다. 지구단위계획은 5년마다 다시 조정할 수 있다.
강남구청과 주민들은 강동구 고덕지구와의 형평성 등을 내세워 용적률 상향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덕지구도 전체 평균 200%로 결정돼 단지별로 2종 저층은 190%, 고층은 230%로 지난해 말 결정됐다.
당초 택지지구로 개발돼 2종과 3종이 섞여 있고 지구 전체의 평균 용적률이 200%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속사정은 다르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고덕지구는 2종지역 면적이 전체 주거지역의 70%로 넓은 데 반해 개포지구의 경우 절반 정도로 적어 같은 전체 평균 200%를 적용하더라도 재건축 용적률이 낮게 나온다는 것이다.
▲ 개포 주공아파트 전경
기존 용적률도 개포지구가 고덕지구보다 높아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용적률이 적어 평형 확대나 가구수 증가 효과가 작다. 고덕지구 저층의 기존 평균 용적률은 70%인데 개포지구는 80%다.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용적률은 각각 120%와 97%로 23%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2종과 3종의 면적비율이 다른데 똑같이 전체 평균 200%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며 “면적비율을 감안해 전체 평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이 대략 잡고 있는 용적률은 공공시설 기부채납 인센티브 용적률을 포함한 230%로 저층의 경우 기존 용적률은 190%다.
190%로 결정되면 사업성은 다소 나아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단지가 190%를 적용한 결과 40평대는 마찬가지로 어려워도 전용 25.7평이 넘는 30평대 건립도 가능해지고 평균 평형이 28.3평형에서 29.9평형으로 1.6평 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전체 규제 완화든 개포지구 용적률 상향이든 용적률 여건이 바뀌기 전에는 사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부진에도 집값은 1년새 40% 올라
재건축 사업은 중단돼 있지만 개포지구 시세는 줄곧 상승세다. 11ㆍ15대책 발표 이후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지난 1년 새 큰 폭으로 올랐다. 1단지 13평형의 경우 11ㆍ15대책 전 8억원까지 거래됐다가 지금은 7억7000만∼7억8000만원선이다. 1년 전에는 5억5000만원 정도로 40% 가량 오른 것이다. 이 기간 강남구 전체의 집값 상승률이 20%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 부진이 시세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용적률 문제로 삐걱거릴 뿐 안전진단을 통과해 사업이 확실한 데다 이만한 입지의 재건축 단지가 없어 대기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의 가격 조정은 11ㆍ15대책 영향보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중개업소들은 본다. 이번 대책의 담보대출규제는 강남 고가 아파트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