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과 바람난 과부>
봉이 김선달이 바람난 과부를 취한 이야기인데 김선달이 하루는 삼남지방 한 고을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주막에서 남정네들로부터 "바람난 과부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이 고을에 한 과부가 살고 있는데 어찌나 남정네를 밝히는지 어떤 사내든지 힘만 좋으면 다 받아 준다는 것이었어요. 천하일색에 음사(淫事)도 뛰어나 많은 남자들이 복상사를 당하기도 했다는 거였지요.
정말 타고난 옹녀가 아닐 수 없었어요. 그러니 호기심 많은 김선달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지요. 선달은 그 즉시 그 과부집을 찾았어요. 가서 보니 과부집 대문 앞에 힘센 사내들이 웅기 종기 모여 있었지요.
모두들 소문을 듣고 과부집을 찾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주저하고 있던 차였어요. 김선달은 멀찌감치 떨어져 사내들의 심사(深思)를 살피고는 모두들 그 과부를 취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그 사내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계획을 말하였어요. "5분에 닷냥이니 돈 없으면 그냥 가시오" "아니오 돈은 있는데 정말 그럴 수 있는 거요?" "허허 속아만 살아왔나? 걱정 말고 기다리기나 하시오!! 그리고 딱 5분이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그러고 나서 다짜고짜 ‘이리오너라’ 하고 외치니 어여쁘게 생긴 아낙이 나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요. "내 소문 듣고 왔으니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겠노라고 여쭈어라!!" "호호 알겠나이다!!"
아낙은 풍만한 응댕이를 요리조리 흔들며 들어갔지요. 잠시 후 승락을 받은 아낙은 김선달을 과부 마님 방으로 모시고 들어와서 조촐한 술상까지 차려 왔어요. 술잔이 돌고 분위기도 무르익어가자 선달이 주막에서 들은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요.
"내가 들은 그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요?"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나 부정하지는 않겠나이다!!"
"허허 도저히 믿기질 않소" "그럼 어찌해야 믿을 수 있겠나이까" "내 직접 확인을 해 보아도 되겠소?" "정 못 믿으시겠다니 하는 수 없지요 허나 후회하지는 않으시겠지요?"
"허허 나도 사내대장부요. 허나 조건이 하나 있소!!" "무엇인지요?" "난 5분을 하고 1~2분을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되겠소?" "그거야 마음대로 하시지요" 이렇게 해서 둘은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봉이 김선달은 말대로 5분이 지나자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뒷간에 간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지요. 그리고는 1~2분이 지나서야 다시 들어와 일을 시작했고 다시 5분이 지나자 또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10여 차례가 지나자 과부 마님은 점점 흥분이 되어 온몸이 녹아 내리는 듯했는데 열심히 약입강출(弱入强出)을 계속하던 김선달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5분이 지나자 쑥 빼고는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자 흥분된 과부 마님은 김선달을 꽈악 움켜 잡았지요 "제발 나가지 마시와요 너무 좋아 죽겠어요 ~ " "아니 됩니다.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봉이 김선달의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과부 마님은 그제서야 촛불을 켰는데 역시 김선달이 아니었지요 "저 선달님은 어디 계시는지요?"
과부 마님은 흥분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대문 밖에서 표 팔고 있어요!!" 였지요.
<연장과 쟁기는 쓰지 않으면 녹이 슬지요>
이런 사기극을 벌인 봉이 김선달이 어느 마을을 지나다 출출하여 주막을 찾아들었지요. 동동주를 시켜놓고 주모와 수작을 부리고 있었는데 옆자리의 사내들이 그 마을 김생원댁 아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김 생원댁이 얼마 전 귀한 아들을 보았는데 그 아들의 머리 색깔이 까맣지 않고 누런 황토색이라 말이 많다는 것이었지요.
"머리 색깔이 황토색이라 ..." 궁금증이 들면 참지 못하는 김선달의 성격상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김선달은 다음날 아침 김 생원댁을 찾아 갔지요.
가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나이 사십이 넘도록 김생원은 슬하에 자녀가 없어 쓸쓸하게 지냈는데 그 아내가 깊은 산속에 있는 절로 치성(致誠)을 드리러 다닌지 일년 반 만에 하늘의 도우심인지 귀여운 옥동자 하나가 태어났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의 머리카락이 누런 황토색이라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생원은 이웃마을에 사는 의원을 불러 이 아이 머리가 어찌하여 까맣지 않고 황토색이냐고 물었어요.
의원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김생원 댁 마님의 행실에 의심이 갔지만 섣불리 그런 말을 입밖에 낼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의원은 아마도 조상 탓인 것 같다고 얼버무리고 돌아갔다는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봉이 김선달은 깊이 생각한 끝에 김생원의 부부생활에 대해서 물었어요. "어른께서는 며칠에 한번 정도 안방에 들어가시는지요?"
"다 늙은 나이에 자주 들어가겠소?" "그럼 한 달에 한번 정도?" 김생원은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그러자 김선달은 다시 물었지요 "반년에 한번 정도입니까?"
"글쎄 그 정도쯤..." 그러자 김선달은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군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너무 오래도록 쓰지 않아서 녹이 슬었나 봅니다." "녹이 슬다니?"
"생원님 생각해 보십시오. 밭 가는 쟁기도 반년쯤 세워 두면 녹이 슬지 않습니까? 생원님이 녹슨 거시기로 아이를 만들었으니 머리가 누렇게 나올 수밖에 없지요"
"정말 그런가?"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앞으로는 녹슬기 전에 안방에 자주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머리가 까만 아이가 태어날 겁니다" 이렇게 하여 김생원 댁 걱정거리를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고 김생원 댁에서 거하게 술 한상까지 받아먹었다 하지요.
그리고 그 집 마님이 노자돈까지 넉넉하게 쥐어 주었다고 하네요.
그 림 / 혜원(蕙園) 신윤복필 풍속도 화첩
<국보 제135호> 중에서
첫댓글
어제(1/17일) 새벽 4시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내 핸드폰으로 1분~2분 간격으로 문서 도착을 알리는 기계음이 끊임없이 울려 왔습니다. 궁금하기도 해서 핸드폰을 열어 봤더니 뉘신지는 몰라도 내 카페의 게시물을 열심히 scrap(다른 카페나 블로그 등으로 복사 또는 옮기기라는 뜻. 흔히 퍼가기라는 의미로 쓰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내가 게시한 것을 적극 활용해주시니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물경 두 시간은 걸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호기심에서 건수를 세어 봤더니 54건이네요.
경험적으로는 이 카페에서 5~10건 정도 복사해 가는 경우가 가끔은 있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을 scrap해 가는 경우는 다른 대형 카페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분은 그 많은 분량의 자료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실 것인지 대단히 궁금했지만 연락처를 알 수가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고...
인사 한 마디라도 남겨주셨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생각도 들고 ...
<아래에서 계속>
<위에서 계속>
혹시 scrap해 가신 분이 이 글을 보시고 제 궁금증을 댓글로라도 남겨주신다면 내 새벽잠을 설치게 하신데 대한 유감(? ㅋㅋ)표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카페의 게시물에 대해서는 카페를 만들 당시부터 전혀 제한없이 복사를 허용한 것이니 유익하게 활용하여 주시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一水去士/한물간사람/ 이 우 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