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처자를 사사로이 여겨 자기의 소유로 생각지 않는 이가 없다. 이밖에는 아버지의 형제나 자신의 형제라 해도 밀쳐내어 도외시한다. 이에 화초나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혼자 가만히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마침내 내 소유가 될까? 아니면 저 사람이 대대로 전하는 것이 될까?” 내 것이 될 것 같으면 지켜 보호하고, 남의 것이 될 것 같으면 흘깃 보고 만다. 기와 하나가 깨져도 큰 집이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도 이를 내버려 두고, “저것은 나와는 먼 친척들이 기거하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돌멩이 하나만 뽑으면 큰 방죽의 물이 다 빠져버린다. 그런데도 내버려 두고, “저것은 나와는 먼 친척이 물을 대는 곳이다”라고 말한다. 종이 한 장을 얻으면 돌아와 아내 방의 창문을 바른다. 널빤지 하나가 생기면 가지고 와서 자식의 책상을 만든다. 잗달고 자질구레해서 마음 씀씀이가 간사하고 세세하다. 재산을 모아서 집안의 바탕을 두터이 하기를 바라면서, 덤불이 타고나면 여우와 토끼가 어디에 살며, 못이 다 말라버리면 물고기가 어찌 살며, 연곡(蓮谷)이 무너지면 온 집안이 어느 곳에 의지할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윤종문, 종직, 종민에게 주는 말[爲尹鍾文鍾直鍾敏贈言]〉 7-301
손은 안으로 굽지 밖으로 휘는 법이 없다. 물론 제 처자식이 아깝고 귀하지만, 제게 딸린 식솔만 귀하다 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울타리를 지켜 나가는 마음, 화합으로 서로 보듬고 토닥이는 정신이 필요하다. 나 하나만 잘되면 되고,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마음으로는 큰 번영을 이룰 수 없다. 집안이 잘 되려면 형제간 화합이 우선이다. 제몫만 챙기려 들고, 남 생각할 줄 모르면 결국은 분란이 일어나, 피를 나눈 형제 사이에도 깊은 골이 생긴다. 연곡(蓮谷)은 해남 연동(蓮洞)을 가리킨다. 연동의 종가를 중심으로 일가가 단합해서 함께 번영할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