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커런츠'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부문으로, 단순히 아시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또 '뉴 커런츠'는 비경쟁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아시아의 최우수 신인 감독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감독의 데뷔작 또는 두 번째 작품이 출품돼 경합을 벌이는 유일의 경쟁 부문이기도 하다.
최우수 신인 감독 선정 BIFF 유일 경쟁 부문 젊음의 고뇌·노인 소외… 10개국 8편 작품 초청 젊은 인재 발굴 넘어 새로운 흐름 확인하는 자리
지난해 제19회 '뉴 커런츠'는 10개국 12편의 작품이 초청됐고, 제18회에는 11개국 12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올해는 10개국 8편의 작품이 초청돼 편수는 예년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편수는 예년보다 줄었지만,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까지 다양한 지역의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BIFF 장복성 부산홍보팀장은 "올해 '뉴 커런츠'의 두드러진 점은 서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영화가 다수로 편성됐다는 점"이라며 "동아시아 지역에는 타 지역에 비해 새로운 피의 수혈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형식과 주제 면에서는 동아시아권을 뛰어넘는 다양성을 알려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초청된 작품 8편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뇌와 노인 소외, 우리 시대의 사회문제와
일상생활 속의 유머까지 다양하게 담아 아시아영화의 미학을 새롭고 풍성하게 보여준다.
가무라 다쿠로(일본)의 '서북서'는 연인과의 관계가 불안해진 '케이'가 진실하고 경건하게 살아가는 이란 학생을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
방향을 잃고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다루면서 세 명의 젊은 여성이 갖게 되는
사랑과 우정의 미묘한 심리를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고령화된 현대 사회의 노인 소외 문제를 잘 드러낸 영화도 있다.
하리 비스와나스(인도)의 '라디오'는 노년기에 들어선 주인공이 오래된 라디오를 들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삶의 위안을 얻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라디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과거의 유령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하디 모하게흐(이란)의 '아야즈의 통곡'과 베이루트 출신의 지하네 쇼엡이 레바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에서 제작한 '귀향'은 극적 구조와 촬영기법 등은 전혀 상반된 형식이지만, 주제는 매우 유사하다.
두 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의 죄의식이란 어떤 것인지 철저히 깨닫게 해 준다.
'아야즈의 통곡'은 가족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60세 주인공의 삶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과 함께 살고 있는 10대 손자는 그의 죄책감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인공은 심신이 계속 피폐해져 결국 삶을 끝내고 싶어 한다.
'귀향'은 내전 중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던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레바논의 옛집을 찾아와 사라진 할아버지를 추모하고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려 애쓰는 내용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싸워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하리 비스와나스(인도) 감독의 '라디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알리디(이란)의 '검은 말의 기억'은 터키 지배하에 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폭력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쿠르드어를 교육하면서 벌어지는 현실 내 사회 갈등을 알려준다.
금지된 쿠르드어를 가르친 한 여성이 살해당하자,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말과의 재회를
이뤄주겠다고 결심하면서 겪게 되는 뜻밖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또 예를란 누르무칸베토프(카자흐스탄)의 '호두나무'는 카자흐스탄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젊은 커플의
전통 결혼식을 보여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노래한다.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도 빠지지 않는다.
영화평론가로 알려진 정성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는 '철서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중국 감독 왕빙의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을 직접 본인의 카메라에 담았으며 상영시간이 4시간에 달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뒤섞인 작품으로, 정 감독은 왕빙 영화의 비밀을 엿보려고 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에게 영화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이승원(한국)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승원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소통과 거짓말'은 상상을 뛰어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감독은 이들의 경악한 행동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고 둘만 가능했던 소통을 무너뜨려 묘한 슬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