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 시돈에 있는 사렙타로 가서 그곳에 머물러라. 내가 그곳에 있는 한 과부에게 명령하여 너에게 먹을 것을 주도록 해 놓았다." (9) 열왕기 상권 17장 1-7절에서는 아합에게 하느님의 재앙을 선포한 엘리야를 위해 하느님께서 도피처를 마련해 주시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하심으로 그를 보호하신 사실이 다루어졌다. 이제 17장 8-16 절에서는 하느님께서 극심한 가뭄 기간동안 시돈의 사렙타 과부로 하여금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도록 하신 내용이 다루어진다.
2절에서 엘리야를 크릿 시냇가로 인도하였던 '주님의 말씀'은 이제 가뭄으로 인하여 크릿 시냇물이 마르게 되자, 엘리야를 새로운 장소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다시 엘리야에게 임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예언자가 위기를 당할 때마다, 말씀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임하셔서 그를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셨다. 이러한 '주님의 말씀'은 이후에도 엘리야에게 반복적으로 임하여(18,1;19,9), 그가 전할 메시지 내용과 일할 장소를 명확하게 가르쳐 주었으며, 엘리야는 이에 전적으로 순종하였다. 이렇게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삶의 방향을 결정했던 엘리야의 신앙적 모습은 '주님의 말씀'을 버리고 자신의 욕심을 따라 이방의 우상을 섬기며 살았던 북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신앙적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본문(9절)에는 엘리야가 크릿 시냇가를 따라 이동해야 할 장소가 제시되고 있다. '시돈'으로 번역된 '치돈'(tsidon)은 티로와 함께 지중해 연안의 최대 항구 도시이며 상업의 중심지였다. 가나안 정복 후 땅 분배시에 시돈은 즈불룬(창세49,13)과 아세르 지파(여호19,28)의 북쪽 경계를 이루었다. 이스라엘은 시돈의 우상숭배를 받아들여 큰 어려움을 겪었고, 예언자들은 시돈의 멸망을 예언하였으며, 후일 그대로 성취된다.(이사23,12 ; 예레27,3.6 ; 에제28,21 ; 요엘4,4)
한편 '사렙타'로 번역된 '차르파트'(tsarpat)는 '물들이다', '염색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이곳이 염색 공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유래된 명칭이다. 신약에서 루카복음 4장 26절에서도 나오는데, 오늘날의 수라펜드(surafend)로서 티로와 시돈의 중간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의 도시이다.
엘리야 예언자 당시 시돈은 왕 엣바알이 다스리는 지역으로(1열왕16,3) 우상 숭배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엘리야 예언자가 인간적 심정으로는 그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이곳으로 피신할 것을 명하셨고, 엘리야는 이에 순종하였다. 아합이나 이제벨은 우상을 혐오하는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가 이곳에 숨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그곳에 있는 한 과부에게 명령하여 너에게 먹을 것을 주도록 해 놓았다'
본문의 내용만으로는 하느님께서 사렙타에 사는 과부에게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주도록 명령하셨으며, 사렙타 과부도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고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10-14절에 기록된 엘리야와 과부의 대화로 볼 때, 과부가 하느님께로부터 명시적으로 명령을 받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문에서는 4절의 "내가 까마귀들에게 명령하여" 와 마찬가지로 '명령하다'라는 뜻의 동사 '치와'(tsiwa)의 완료형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비록 하느님께서 명시적으로 과부에게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도록 명령하신바는 없지만, 이미 음식을 요구하는 엘리야의 요청을 받아들이도록 그 마음에 역사하셨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까마귀들이 엘리야에게 음식을 가져단 준 것이 본능을 넘어선 하느님의 역사하심의 결과이듯이, 사렙타 과부가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 역시 엘리야를 보호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강력한 역사하심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17장에서는 '치와'(tsiwa)의 완료형이 2회 반복되면서, 엘리야의 목숨이 주님의 명령에 순종한 부정한 짐승 까마귀와 부정한 이방 여인의 도움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적으로 드러낸다.
성경에 까마귀는 부정한 새로 언급되어 나온다.(레위11,5; 신명14,14) 이스라엘이 온통 우상숭배로 하느님께 죄악을 범하는 이 시점에서, 하느님의 의로운 사자(使者)를 도와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거룩하다고 여겨지는 동물들이나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까마귀와 같이 부정한 짐승이나 부정한 자로 취급받았던 이방 여인, 그것도 과부와 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부류에 의한 것이었음을 부각시키는 것이 17장 전체에 걸쳐 강조되는 내용적 흐름이다.(6-18절)
까마귀는 시체와 썩은 것들을 먹는 매우 게걸스러운 본성을 지닌 날짐승이다. 따라서 이러한 까마귀가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엘리야에게 음식을 날랐다는 것은, 자연 만물이 본성을 거슬러서라도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본래 하느님을 섬겨야 할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말씀을 거슬러 우상을 섬기며 하느님을 대적하고 있는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진노 중에서도 돌이키지 않은 이스라엘의 범죄를 더욱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고대 근동 사회에서 '과부'는 대부분 남편의 사망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위치에 있었다. 물론 당시 고대 근동 사회에는 죽은 자기 형제의 형수를 취하는 '수혼제'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 사이에도 보편적으로 관습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창세38,6-11; 룻기1,11-13)
당시 사회적 약자인 과부들은 이같은 풍속을 통해 나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같은 보호는 죽은 형이 후계자를 남기지 못했을 때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렙타 과부의 경우처럼(12절) 자식이 있는 경우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더 망막한 상황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경우는 이들에 대한 보호를 탈출기 22장 21-24절이나 신명기 14장 29절에 명문화할 만큼, 적극적인 책임을 그 주변의 이웃에게 부과하고 있지만, 이방인인 이 여인은 어떤 보호와 동정도 구할 여력이 없는 극한 절망에 처해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처지에 있는 과부로 하여금 엘리야 예언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도록 하셨다. 더욱이 그 과부는 엘리야 예언자가 그토록 혐오하는 바알 종교의 원산지인 시돈에 살고 있는 여인이었다. 이것은 하느님의 구원 사업의 심오한 섭리가 담겨진 곳으로, 약한 것을 선택하셔서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는 하느님의 능력(1코린1,27-31)과 이방 세계에 대한 구원 계획을 보여준다.(루카4,24-26)
또한 본문은 다른 각도로 보면, 아합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쳐 북부 이스라엘에 바알 숭배와 아쎄라 숭배를 만연시킨 '시돈의 공주' 이제벨을 물리치시기 위해서 '시돈의 과부'로 하여금 엘리야를 돕게 하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발견할 수 있다.
<피앗사랑-rigel글 참조> |
첫댓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