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침묵으로
붓칠을 할 뿐
The sun is in silence
just brush it
친구가 사는 피닉스로 가기 위하여 공항으로 갔을 때 직원은 우리에게 물었다.
-중국 다녀오신 적 있나요?
-아니요.
검색대를 빠져 나가는 동안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고 우리 앞 쪽에 서있던 중국인 여자는 직원의 안내로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왜 그러지, 중국 우한에서 무슨 전염병이 돈다고 하던데 그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피닉스에 도착한 우리는 친구네와 그랜드 캐년 주변을 돌았고 매일 저녁 한국 뉴스에서는 그 전염병 이름이 코로나 19라는 것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였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남의 일이라 여기면서
우리는 떠나기 전 날 친구가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면서 엔텔럽 캐년으로 데려가 주었다.
나바호 족이 사는 인디언 마을 한가운데 벌판이었다.
입장 하기를 기다리면서 인디언 아가씨들의 전통 춤을 관람하였다.
인디언 청년의 안내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사암으로 이루어진 땅 아래 동굴이 나타났다.
지상에서 들어오는 태양 빛을 따라 동굴 안 사암벽이 보석처럼 빛나고 바위 틈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이것은 지상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세계의 풍경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전지전능한 손길로 이루어진 한 폭의 진경 산수화랄까
내 생애 처음 본 진기하고 경이로운 모습
지금도 가끔 꺼내어보는 추억의 귀한 사진이 되었다.
캐나다로 돌아오는 공항 모습은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코로나 19가 많은 중국인들로 인하여 캐나다에도 유입되었다고 하면서 서류 작성을 하라고 하였다.
무사히 공항 검색을 마치고 캘거리로 돌아왔지만 민심은 흉흉해졌다.
늘 가던 수영장도 예약을 해야만 하였고 성당 미사 참례도 예약을 해야만 하였다.
엔텔럽 캐년의 그 찬란하던 빛 사이로 어두운 코로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기나긴 팬더믹의 시간
어쩌면 그 시간을 잘 버티게 해준 것은 엔텔럽의 바람과 물과 세월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