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5월 3일(금)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대전 민족사관에서 수업을 시작 이래로 가장 많은 6명의 인원이, 가장 많은 분량의 글(15장)을 읽고 나누었다. 보통 짧으면 A4 한장, 길면 A4 한장 반 정도의 글을 쓴다. 그런데 어느 녀석은 세 장이나 쓰기도 했고, 대부분 2장을 채운 글들을 제출했다. 그러다보니 읽고 나누는데만 1시간 40분이 넘게 걸렸다(보통 한 시간안에 끝난다). 더 나아가 읽은 책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물론 녀석들이 책의 내용을 전부 다 이해하진 못했다. 아마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당시의 미국 상황을 이해하고 장편 소설을 읽기엔 여러 가지로 어려움들이 많았을 것이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장편 소설을 읽기엔 녀석들의 문해력의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 여러 가지 글들을 참조하여 요약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글에서 보였다. 아마 학교 선생님들이 옆에서 도움을 준 것 같다. 다만 누구의 글을 요약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할 때는 출처를 밝혀 달라고 요청을 했다. 작은 것이지만 그런 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될 것 같았다. 읽어야 할 책이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아 포털에서 누구의 글을 찾아서 인용을 했다면 정확한 주소는 아니더라도, 어디서 인용을 했다는 사실만이라도 정직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솔직히 이젠 녀석들의 글만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이 글이 정말 녀석들이 쓴 글인지, 아니면 어디서 가지고 온 글인지.
아무튼, 비록 인터넷에서 가져온 글이지만 그렇게 옮겨 적은 노력을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나름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해서도 인정해 주었다. 그랬더니 처음보다 녀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나서 누구의 글인지를 따졌더니 녀석들이 살짝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이젠 녀석들과 오래 수업을 하다보니 글만 읽어도 대충 감이 온다. 오늘은 글에 사용된 어휘나 문장력이 수준급이었다. 평소의 녀석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문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새로운 표현과 단어, 문장들을 읽어보고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책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거나 잘 모르겠으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라. 포털에서 찾아보고 구글링해서 필요한 글을 찾아내는 것도 실력이고, 그러면서 실력이라는 것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니, 녀석들의 얼굴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 이렇게라도 장편소설을 읽어보고, 그것이 가지는 여러 가지 주제들이나 메시지들을 나누면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용이 어떻든 양으로 보면 역대급 감상문을 쓴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