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역이 여천지준이라 고로 능미륜천지도하나니
1) 역이 천지와 더불어 기준을 함이라, 그러므로 능히 천지의 도를 미륜하나니,
준: 기준 준, 수준, 표준 미: 찰 미, 얽을, 더할 (도루 주와 동의) 륜: 실 륜, 짤 륜 * 미륜: 겉으로 얽고 속으로 채움.
2) 뜻풀이
#1 역이라는 책이 천지의 도와 더불어 같으니, 천지의 모든 일을 다 엮어 빠짐없이 경륜한다는 뜻이다.
#2 여천지준: 하늘과 땅의 도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모사한 것이 주역이다 (준은 평등이라는 뜻).
#3 미륜천지지도: 천지의 도가 주역속에 (괘와 효 속에) 씨와 날로 베 짜듯 다 들어 있다 (미는 모든 것을 다 엮어 포함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이고, 륜은 경륜과 조리라는 뜻이다.)
앙이관어천문하고 부이찰어지리라 시고로 지유명지고하며
원시반종이라 고로 지사생지설하며
정기위물이오 유혼위변이라 시고로 지귀신지정상하나니라.
1) 우러러서는 천문을 보고, 구부려서는 지를 살피니라. 이런 까닭에 그윽하고 밝은 연고를 알며, 시를 근원으로 하고 종을 돌이키느니라. 그러므로 죽고 사는 말 (설)을 알며, 정과 기가 물건이 되고 혼이 놀아서 변이 됨이라. 이런 까닭에 귀신의 정상을 아느니라.
앙: 우러를 앙 부: 구부릴 부 유: 그윽할 유 정: 정밀할 정 정: 뜻 정 (내적) 상: 형상 상 (외적) 찰: 살필 찰
2) 뜻풀이
#1 앙이관어천문 부이찰어지리: 관은 거리에 관계없이 밝게 보는 것이고, 찰은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하늘은 밝고 일월성신의 무늬가 있으므로 '관문'이라하고, 땅은 그윽하면서 산천 등 맥락의 이치가 있으므로 '찰리'라고 하였다.
* '이'자를 특별히 넣은 것은 계사하전 2장 (앙즉관상어천 부즉관법어지)과는 달리 '주역으로써'라는 뜻을 말한 것이다.
#2 유명지고: 땅 속의 이치 (속에 보이지 않은 유, 음)와 하늘의 이치 (겉에 환하게 나타난 명, 음)의 그렇게 된 이유.
* 천문지리를 역으로써 관하고 찰하면, 그 안에 담긴 유명의 연고를 알게된다.
#3 원시반종: 시작을 밝히고 끝을 돌이킨다는 뜻이다. 생은 시이고, 사는 종이다. 괘에서는 초효가 시이고 상효가 종이며, 음양으로 보면 복()이 양의 시이고 건()이 양의 종이며, 구()가 음의 시며 곤()이 음의 종이다, 계절로는 봄이 시이고 겨울은 종이며, 겨울 (종)이 다하면 봄이오니 죽으면 살고 살면 죽는 이치이다. 역에서 양이 시작해서 종하게 되면 양은 사라지고 음이 시하며, 음이 시작해서 종하게 되면 음은 사라지고 양이 시하는 음양소식의 이치를 앎으로써, 사람이 생 (시)하면 사 (종)하는 이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즉 시작을 생각하고, 종을 돌이키면 음양이 순환하는 이치를 알게되는 것이다.
#4 지사생지설: 음양의 순환하는 이치를 안다는 뜻
#5 정기위물: 정은 음이고 기는 양으로, 정과 기가 합하여 만물이 된다.
'정기위물'이란 물건이 살아오는 것을 뜻한다. 정과 기에는 '미'자가 들어 있는데, 미는 알 찬 것, 속내용, 핵심의 뜻이 있다.
#6 유혼위변: 정기가 합하면 물건이 되어 살지만 혼이 떠나면 죽는다. 혼은 기와 마찬가지로 양이므로 죽게 되면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정과 마찬기지로 음이므로 죽게 되면 땅으로 내려간다. 백을 말하지 않은 것은 운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유혼위변'이란 죽어 사라진다는 뜻이다.
#7 귀신지정상: 신은 양이니 밝은 곳으로 오는 것이고 (생, 신은 신하는 것이다), 귀는 음이므로 어두운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 귀는 귀하는 것이다). 정은 실정이니 이치이고, 상은 모양이니 형체를 뜻한다. 따라서 생하고 사하는 이치와 그 물건을 이루고 사라지는 형체를 뜻한다.
여천지상사라 고로 불위하나니
지주호만물이도제천하라 고로 불과하며
방행이불류하야 낙천지명이라 고로 불우하며
안토하야 돈호인이라 고로 능애하나니라.
1) 천지와 더불어 서로 같으니라. 그러므로 어기지 아니하나니, 지는 만물을 두루하고 도는 천하를 건너느니라. 그러므로 지나치지 아니하며, 곁으로 행해도 흐르지 아니하며 하늘을 즐기고 명을 아느니라. 그러므로 근심하지 아니하며, 흙에 편안히 해서 어짊을 돈독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능히 사랑하느니라.
사: 같을 사 위: 어길 위 방: 곁 방 류: 흐를 류 돈: 돈독할 돈
2) 뜻풀이
#1 여천지상사: 주역이 천지와 기준하여 미륜을 하였으므로, 성인이 주역을 공부하여 천지와 그 덕이 같아지니, '선천이천불위, 후천이봉천시 (건괘 문언 구오)'하게 되는 것이다. '상사'는 앞귀절 '여천지준'의 '준'과 같은 뜻이며, '불위'는 뒷귀절의 '불과, 불우, 능애'를 포괄하는 뜻이다.
#2 지주호만물이도제천하:
지: 역이 만물의 모든 일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모든 것을 두루 안다는 뜻이다.
도: 만물을 두루 아는 까닭에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주역의 지는 '주호만물'하고, 주역의 '도'는 '제천하'하므로 '불과'이다.
#3 방행이불류: 아랫문장의 '곡성만물이불유'하고 통하는 말로, 정도가 아닌 곁으로 흐르는 권도를 쓰는것 같이 행해도, 중도를 지키기 때문에 잡되게 흐르지 않는 것이다. 천지의 도와 주역의 도가 일치하므로, 믿고 즐거이 따를 수 있는 것(낙천지명)이다.
#4 안토돈호인: '토'는 토지 및 자기가 있는 곳으로, '안토'는 후중하여 옮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이란 하늘로부터 품부받은 본연의 덕이다. 안토할 수 있으므로 토의 후중한 덕을 본받아 '돈인'할 수 있게 된다. 또 '안토돈인'을 하니, 나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 이 문장은 지와 인으로 주역의 덕목을 말한 것이다.
범위천지지화이불과하며 곡성만물이불유하며
통호주야지도이지라 고로 신무방이역무체하니라.
1) 천지의 화함을 범위해서 (조금도) 지나지 아니하며, 만물을 곡진히 해서 (하나도) 버리지 아니하며, 낮과 밤의 도 (이치)를 통해서 알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신은 방소가 없고 역은 체가 없느니라.
범: 법 범, 한계 범 위: 테두리 위, 둘레 위 유: 버릴 유, 끼칠 유
2) 뜻풀이
#1 범위천지지화이불과: '범'은 모범이라는 뜻이고, '위'는 주위라는 뜻이니, '범위천지'란 천지의 조화를 모두 포함해서라는 뜻이다. '불과'는 여기에 조금도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음을 말한다, 즉 천지의 도에 일치한다는 뜻이다.
#2 곡성만물이불유: '곡성만물'은 '범위천지'한 역의 도를 응용해서 만물을 다스린다는 뜻이며, '불유'는 하나도 빼놓지 않는다는 뜻이니, 64괘에 모든 것을 다 담았다는 뜻이다.
#3 통호주야지도이지: '유명, 사생, 귀신'의 도를 통칭하여 '주야지도'라 하였으니, 이 음양소장의 도에 통해서 천지의 도를 알게 되는 것이다.
#4 신무방: 신은 음양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양이나 음이 일정한 방소에 거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5 역무체: 양이 화해 음이 되고, 음이 변해 양이 되는 것이므로, 역경이 일정한 전상이 없다는 이치를 말한다. 즉 '신무방'은 천지의 이치를, '역무체'는 역경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신에 방소가 있고, 역에 일정한 체가 있다면 '범위천지 곡성만물'하여 '불과, 불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방과 체는 수시변역하되 그 흐름에 있어 일정한 도가 있는 것이며, 이 도가 '신'이며 '역'인 것이다.
* 이 장은 처지의 이치와 역경의 이치가 같음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