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blog.naver.com/cjddu9317/222706832960
좋은 이웃의 법칙 / 금란
코끼리 발걸음으로 걷는 당신과
음게 빠진 피아노를 쳐대는 당신의
깊은 슬픔을 알 수 없어
조금씩 균열이 가는 벽을 붙잡고 서있다
앞과 뒤의 온도가 다른 방에서
피아노를 매달고 걷는 코끼리 발목을 상상하면서
유리로 만든 드레스를
입었다벗었다 입었다벗었다
들리지 않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 절실해지는 밤에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글자들을 주워 모은다
최대한 우아하게 웃을 수 있는데
당신의 뒤통수에서 익숙한 소리가 떨어지고 만다
창문에 걸린 별을 뚝 잘라주며
오래오래 함께 살아요 라고 말하려다
차라리 얼굴을 몰라 반가운 이웃과 사촌 사이
밤마다 소리 지르는 토끼가 하얗게 쌓인다
포기지거나 무너지면 뛰쳐나와
제일 먼저 코끼리 발목 찾기
피아노 치는 손가락 찾기
오늘은 친해지고 싶어
코끼리 발목에 좋아요를 누르고 나니
눈치 빠른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계간《딩아돌하》 2020년 봄호
카페 게시글
좋은 시 소개
좋은 이웃의 법칙 / 금란
시냇물
추천 0
조회 6
24.11.15 08:5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