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47「하늘꽃 16-양심」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내 마음 깊은 곳에
소리 하나 숨어산다
수줍고 겸손하여
나서는 일 드물어도
고요히 귀 기울이면
할 말은 꼭 가려하는
-장정애의「하늘꽃 16-양심」
어떻게 말해야 고개를 끄떡일 수 있을까. 시인은 양심을 소리라고 말했다.
소리가 숨어산다고 했다. 양심은 숨어살 수 밖에 없다. 수줍고 겸손해도 나서는 일 도 드믈다. 고요히 귀를 기울이면 가려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양심이란다.
관념어는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해야한다. 사랑을 무엇으로 표현해야하며 외로움은 또 무엇으로 표현해야할 것인가. 언어로 그림을 그려야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시이다.
촉촉이 젖어드는, 귀를 기울여야 봄비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이다. 아무나가 아니다. 귀를 기울여야‘숨어사는 그러나 할 말은 꼭 가려서 하는’그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 살을 깎아 대는
저 숱한 이웃들과
오늘도 살 맞대고
돌돌돌 화해하는
물길 속 비단결 마음
햇살 한 줌 업었다
-장정애의 「몽돌은」
이웃들과 부딪치며 깎아내고 화해하고. 몽돌은 얼마나 많은 반복을 해 왔을까. 물길 속 비단결 마음, 그래야 햇살 한 줌 업힐 수가 있으니 말이다.
몽돌은 햇살 아니면 다른 말을 얹힐 수 없다. 단 하나의 말만 필요하지 여러 말은 사족이다. 시는 정수이다.
인간의 마음을 몽돌로 표현한, 깊은 사유를 거쳐 나온 수작이다. 숱한 이웃 없이 빛나는 돌을 얻을 수 없다. 몽돌 그 자체가 수작이다. 수련 없이 몽돌을 얻을 수 없고 그래야 햇살 한 줌 업을 수 있다.
-주간한국문학신문,202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