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요도시 스킨헤드족 폭력 위험수위…치밀한 조직 갖추고 북한 동포 살인사건에도 연루 혐의
12월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마라타 거리 18번지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 주검이 발견됐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피살자의 이름은 김형익인데 북한사람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살자가 당시 모스크바행 기차표 한장과 미화 1만달러 상당의 현금, 그리고 러시아 돈으로 30만루블을 소지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애초 단순강도 사건으로 간주되었으나 점차 다른 목적의 살인사건으로 재조명되었다. 아직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당국은 이 사건을 러시아 전역에서 외국인, 특히 유색인종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킨헤드족’에 의한 무차별 테러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지금 러시아는 스킨헤드족들의 폭력으로 물들고 있다. 나치식 경례를 하는 러시아 스킨헤드족.(SYGMA)
공안당국의 무사안일 태도
그동안 러시아 내에서 순수인종 보호는 곧 애국주의라는 극우이념의 기치 아래 유색인종에 대해 공공연한 테러를 일삼아왔던 스킨헤드족의 존재는 악명이 높았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극우 성향의 젊은 10대들이 몰려들어와 “누가 떡이 되도록 맞았다”거나, “누가 떼거리로 습격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숨졌다”는 얘기 등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특히 외국인이 밀집해서 모여사는 큰 학교의 기숙사, 외래인들이 주로 상행위를 하는 큰 시장과 역 주변은 우범지역으로 소문나 있다.
기숙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화재사건으로 한국인 학생 1명을 포함해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민족우호대학 기숙사에 11월30일 장례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25명의 스킨헤드가 쳐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화재사건 이후 장례 분위기로 암울한 기숙사 학생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공대 4년생인 에두아르드()는 “지금이 시험기간인데 시험이고 뭐고 외부에 나가기가 겁이 난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사진/ 모스크바 민족우호대학에서 열린 화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 이 대학은 장례기간에도 스킨헤드족의 습격을 받았다.(AP연합)
현지 언론들은 유사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뿌리를 뽑기는커녕, 속수무책 상태인 데는 공안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한몫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안당국은 공식적인 조직으로서의 스킨헤드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폭력를 휘두르는 당사자들이 대개 한창 반항적 태도를 보이는 10대들로 ‘욱’ 하는 성미가 우발적 폭력사태로 발전하는 상황이 빈번한 마당에 이를 두고 조직적 범죄니 뭐니 운운하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민족우호대 폭력사건으로 유치장 신세를 진 한 10대의 경우 경찰조사에서 부모와 폭력당사자가 함께 오라는 경찰 통지를 받았으나 어머니만 혼자 경찰 조사에 응했다. “폭력 장본인은 어디에 있느냐”는 경찰의 호통에 “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다고 우리 아들이 스킨헤드라는 극우집단 일원은 아니다”며 “단지 학교 내 나쁜 친구들의 꾐에 빠진 탓”이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전, 후반전, 그리고 유색인종 사냥?
극우이념 조직으로서 스킨헤드를 언급하는 언론을 두고 언론의 과장보도라느니, 심지어 사이비 언론의 부추김으로 여겼던 공안당국도 지난해부터 조직적인 대응을 선포하고 특별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폭력조직 근절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당국의 입장은 근본적 처방을 하기보다는 외형적인 성과에 급급해 있고, 실제 심도 있는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를테면 모스크바 청소년 급진테러 근절 전담부서 책임자인 비탈리 미티킨씨는 “이미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2천여명의 요주의 인물 명단이 확보되었다”면서 실제 수천명의 인물들이 폭력조직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그간의 성과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폭력을 일삼는 10대들 대부분이 빡빡 깎은 머리에 축구경기 응원에 열광하는 공통점은 있지만, 경찰에 와서 스킨헤드라고 자백하기 전까지는 어떤 단정도 할 수 없다”면서 이 폭력배들이 나치즘 혹은 파시즘으로 무장한 스킨헤드 일원인지는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 사람의 피살을 보도하고 있는 현지 언론들은 이제 폭력사태는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전의 단순 우발성 폭력에서 점점 조직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진단한다. 게다가 최근 이념적인 무장의 근거까지 드러났음에도 당국이 단순 폭력사건으로 단정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당국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그간 폭력의 피해자는 주로 학생, 여성 및 유색인종이었다. 대도시에 축구리그가 횡행하는 시즌 때면 축구경기장에서 도심지로 향하는 길목의 차량이나 가로물, 지나는 행인들이 테러의 대상으로, 단순 우발성 폭력에 가까웠다. 이같은 축구응원 열기에 영합하는 폭력조직은 모스크바에 근거를 두고 있는 축구팀 ‘스파르타크’나 ‘디나모’,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고를 두고 있는 ‘지니트’ 등 각 도시 주요 팀의 골수 응원분자들을 중심으로 웬만한 도시에는 다 있다.
최근 이념조직인 스킨헤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건 주변에는 과거의 단순하고 과격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명칭 외에 고도의 상징, 특히 숫자에 의한 상징을 활용하는 조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숫자 18은 알파벳의 첫번째와 8번째 글자로 ‘아돌프 히틀러’의 이니셜을 상징한다. 숫자 88은 각 알파벳 8번째 글자로서 ‘하이 히틀러’를 상징한다. 이와 함께 아리아주의적 인종청소를 모토로 삼는 극우 응원팀의 경우, 보통 축구에는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고 이후에 제3회 연장전이 있다고 한다. 이 3회전은 백인이 유색인종을 사냥하는 타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슷한 상징으로 ‘25시’도 정상적인 시간 이외에 유색인종 폭력 타임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번 민족우호대학 폭력자들은 이 조직의 일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과의 면담에서 부총장 빅토르 포니카씨가 주장했다.
폭력을 이념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한창 세계적으로 ‘반자본주의’와 ‘반세계화’가 유행하던 때 러시아에서도 노동러시아당의 ‘적색청년 아반가르드’ 조직이 2003년 반자본주의 시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당사로 돌아오던 중 폭력배의 급습을 받은 적이 있다. 5명 이상의 당 지도자급 인사가 중상을 입었다. 아직 이 사건이 이념적 근거에 의한 백색테러인지는 확실히 입증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는 극우이념으로 무장한 조직의 계획적인 테러임이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세계화 시위대 공격 받기도
이들 사건은 단순 우발성 폭력에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특히 이념적으로 유색인종 청소를 내건 과거 아리아주의의 러시아판으로, 극우테러주의로 무장한 폭력이라는 여러 정황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법 및 공안당국은 공식적으로 사건의 이념성 여부를 묻고 있어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러시아 현대사의 공식 재판에서 처음으로 ‘스킨헤드 사건’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나아가 청소년 극렬주의자 조직을 전담 수사하는 18기동대가 만들어져 급기야 청소년 조직범죄의 뿌리뽑기에 나섰다. 그리고 시 검찰은 그간 폭력의 목적이 분명치 않아 계류 중에 있던 ‘슐츠 88’ 조직의 지도자인 드미트리 보로브로프의 공소과정에서 그간 거의 사문화 상태에 있던 러시아 형법 282조 2항의 ‘극렬조직 구성과 그 행위’ 항목을 적용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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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스킨헤드로 유명한데 혹시 다치지 않을지?
첫댓글 아....;;;저는 팀이 위험하다는줄 알았어요....;;;흠...
유럽에.. 안 위험한대가 없습니다.. 요즘에...
궁금해서 질문 하는데요 히틀러는 러시아를 침공했는데 왜 극우성향의 스킨헤드족은 하일 히틀러 하면서 따르는지 궁금하네요
러시아를 공격하는것 이전에 인종청소등 지저분한게 코드가 맞는게죠
진짜..요즘 러시아 가지 말라고 그러던데...괜히 봉변 당한다고.....한낮에도 대로 한복판에서 폭력사고 난다고 하더라구요....
중요한건 현영민 선수가 살아있다는 사실~
저런곳에서 축구하면 김남일보다 더 강해질듯... _
좀 심각한 건 사실입니다. 울나라에 저 소식이 별로 안 전해져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현지에 있거나 다녀온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조만간 큰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라네요. 대사관에서 우리 교민들의 안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상트페테부르크가요. 러시아에서 2번째 큰 도시이기떄문에 치안은 조금 문제가있겠지만 다른 도시보다 조금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