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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m.pann.nate.com/talk/33398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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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여기에 글을 씁니다.
저는 34살, 남친은 37살이고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둘 다 나이가 많아서, 1년 정도 연애하고 빨리 결혼합니다.
남친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월 450정도 실수령합니다.
저는 나이는 많지만 이직이 잦아서 250정도 법니다.
남친은 항상 다정하고,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결벽증은 아닌데, 정리를 정말 잘합니다.
처음 집에 갔던 날 ( 서울에 32평짜리 자가 소유, 대출없음 )
저는 빈집인 줄 알았습니다. 거실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콘센트에 뭐 꽂혀 있는 것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방에는 침대 하나랑 협탁 그리고 붙박이장
작은방 1은 책장으로 3개의 면이 가득차 있고, 가운데에 흔들의자 하나 있습니다.
작은방 2는 냉장고 2대랑 엘지 스타x러 한대...
( 외식을 정말 싫어합니다. 30살부터 혼자살아서 요리도 곧잘합니다.)
집에 티비도 없고, 오디오도 없고, 하다못해 인터넷도 없습니다.
욕실에도 가보면 샴푸 1, 세안제 1, 치약1, 칫솔1만 덩그라니 놓여 있고,
수건장을 열어보니 정말 잘 세탁한 흰수건만 10여장과 스킨로션...
정말 집이 아니라 무슨 이사 오기 직전에 냉장고만 사서 넣어놓은 집 같았어요.
자기는 집이 복잡한 거 딱 질색이라면서, 그래서 그땐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혼할 때가 되니, 혼수 이런게 신경쓰이잖아요.
아무래도 여자들의 로망이 있다보니, 인테리어도 좀 하고, 번듯하게 티비도 놓고 쇼파도 놓고
그렇게 살고 싶어서 서로 의논의 하다보니,
남친은 아주 쉽게 말합니다.
작은방2는 너를 주겠다 옷방으로 쓰던 화장대를 놓고 쓰던 그건 너의 자유지만,
나머지는 절대 건드리지 말랍니다.
남친이 집도 자기꺼고, 돈도 잘 벌고, 저를 사랑해주는게 느껴지니, 결혼이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건 좀 서운하네요.
남친이 남들과 좀 다른 점을 적어보자면,
1. 절대 집에 아무도 초대하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저말고는 아무도 안왔다고 합니다. (외아들)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절대 집으로 부르지도 않고, 누가 재워달라고 부탁하니, 호텔비를 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2. 위에 쓴 것처럼 외식을 정말 싫어합니다. 데이트 초반에는 맛집 이런데 조금씩 다니다가,
자기가 한 것이 더 낫겠다고 해서, 그 뒤로는 거의 집에서 해먹습니다.
요리도 맛있고, 깔끔하고해서 불만은 없지만, 뭔가 좀 까탈스럽다는 느낌은 듭니다.
3. 2번과 비슷한 맥락으로, 절대 모텔에 안 갑니다.
처음 관계를 가질때에도 호텔로 갔으며, 그 뒤로는 집에서만 합니다.
4. 집에서 인터넷이 안되다 보니, sns는 당연히 안하며, 카톡도 잘 안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문자로 카톡을 대신합니다.
5. 그렇다고 친구가 없거나 외톨이이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술 마실때는 어쩔수 없이, 외식을 하게 되지만, 그리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6. 허지웅씨나 노홍철씨 서장훈씨 처럼 결벽증이 있는 거 같진 않습니다.
청소는 아침에 한번 청소기 밀고 끝입니다.
7. 반찬 통째로 먹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싫어합니다.
혼자 밥먹더라도 다 일일히 작은 그릇에 옮겨서 먹고, 남긴거는 무조건 버립니다.
8. 핸드폰에 어플이 네이x와 국x은행 딱 이거 2개랑 기본 어플밖에 없습니다.
9. 집에 냉장고는 3대나 됩니다. 그냥 냉장고 2대와 김치냉장고 한대...
외식을 안하다보니, 요리프로그램 나왔던 소유진씨 냉장고 수준입니다. 고기도 종류별로 있고
암튼 잘해놓고 먹고 삽니다.
10. 절대 요리나 설거지를 시키지 않습니다. 청소/빨래도 다 본인이 합니다.
남친은 결혼할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고, 시부모님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하시고,
( 남친 결혼이 늦어서 그런지 저를 엄청 이뻐해주십니다. 용돈도 주신 적도 있고,
건강하게 시집만 오라는 식으로만 말씀하십니다.)
예단 이런거 다 생략입니다.
그런데 너무 안하는게 복에 겨워서 한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남들처럼 거실에 티비 쇼파 놓고, 액자도 걸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애낳으면 도대체 어떻게 할꺼냐니,
40평대로 이사가서 방하나를 애기용 방으로 해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합니다.
본인의 스타일이 너무 확고합니다. 이거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시부모님도 너무 잘해주시고, 엄청난 부자는 아니시지만, 일년에 두번정도 해외 나가실 정도 되시고,
전원주택 사시는데 땅만 한 천평된다고 해요. 방도 5개나 되는 꽤 좋은 곳에서 살고 계십니다.
(시부모님댁은 있을거 다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처럼요)
전에 인사 드리러 가서 사진 찍었는데, 친구들이 펜션이냐고 물어볼 정도...
남들은 배부른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고민됩니다.
마치, 식샤를합시다의 권율씨같은 느낌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부족한 것 없고,
하지만, 본인 케릭터는 강한...
저는 서현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너무 좋은 남자고 결혼하고 싶고, 결혼하면 정말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뭔가 너무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요?
추가++++++++++
오늘 제가 휴무라 어제 남친집에서 저녁먹고 자고 아침에 남친 출근 같이 했다가 집에 와서
글을 씁니다. 많은 분들의 소중한 답변 다 잘 읽었습니다.
실은 아침에 남친에게 이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남친이 씩 웃더니, 역시 자기는 매니아층이 있는 남자라면서 웃더군요.^^
그러면서 글을 완전히 환자처럼 써놨다고 합니다.
자기도 이런 부분들이 약간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결혼한 친구들에게 상담도 받아보고 해서,
애기 낳으면, 다 포기하고 자기 방 하나만 달라고 하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거실 벽에 한글/숫자/알파벳 그런거 붙이지 말아달랍니다.ㅋ
그리고 자기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귀차니스트다.
청소도 몰아서 하면 힘드니 미리미리 해두는 거고, 정리도 그와 같은 맥락이랍니다.
그리고 미니멀라이프는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취미로 카메라랑 오디오를 하다보니 집에 짐이 엄청 늘어났는데, 어느날 보니 이게 다
쓸모도 없는데 돈쓰는 거라고 생각이 들면서 다 처분하고,
집에 짐을 줄이기 시작했답니다. ( 다행히 피규어나 게임에 꽂힌 적은 없다네요. )
그런데 집에 짐이 없으니 청소가 너무 쉽고 편해져서, 이젠 짐 늘리고 싶은 생각이 없답니다.
그리고, 인터넷도 설치하고, 아X패드도 하나 산다고 하네요.
제가 남친집에 있으면 좀 많이 심심하거든요. 남친은 할 거 없으면 바로 책봅니다.
한달에 30-40권정도 사서 읽으니.. ( 이 부분도 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면 좋으련만...
남이 보던 책보면 집중이 안된답니다. 그래서 매달 몇십만원씩 책에 들어가요.
사서 보고 좋은 책은 책방에 보관하고, 별로인책은 시댁에 갖다 놓습니다.
그러면 시어머니가 나눠주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를 위해 인터넷까지 깔아준다니 고맙더군요.
반듯한 사람일거 같다는데.. 정말 맞습니다. 반듯합니다.
남친은 아침에 5시 30분 정도에 일어납니다. 잠깐 명상하던지 커피한잔 홀짝하고
6시쯤 단지내 헬스클럽가서 운동하고
7시쯤 와서는 아침해서 먹고 신문이나 책보다가 출근합니다.
남친 직장도 걸어다닙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직장이에요.
엘레베이터만 잘 맞으면 10분안에 사무실까지 도착가능하답니다.
그래서 구내식당 메뉴나 먹을 것이 딱히 없으면 집에 와서 먹기도 해요.
그리고 술도 무조건 주1회 먹거나 안먹습니다. 예를 들어 수요일에 술을 마셨다고 하면
일요일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안마십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약속을 안잡습니다.
그 다음주로 미뤄요.
그래서인지 30대 후반인데도 몸이 좋은편... 187인데 80키로 정도 되요
그리고 술버릇도 좀 특이한데.. 무조건 1차만 먹고 집에 갑니다.
2차부터는 시간낭비 돈낭비 체력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이건 시아버지의 영향인듯 해요. 시아버지도 그렇게 술 드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시간관리만큼은 정말 철저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직장근처로 이사 온거고, 그 직장도 칼퇴근이 보장되어 있어서 간 것이라고 하네요.
집에서 8시 45분에 나가서 6시 15분이면 집에 옵니다. 말 다했죠..
능력은 좀 더 인정받아서 더 좋은 곳에서 부른 적도 있지만, 개인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곳은
싫어서 이 곳으로 왔다고 합니다. ( 이 말 들을때 좀 재수없긴 했어요.)
퇴근이후에 일하는거 정말 싫어하고, 업무 관련 연락만 와도 인상을 찌푸립니다.
남친이 아침에 말하길 자기의 로망이 2가진데,
저 닮은 딸 낳아서 아침에 유치원이나 학교 데려다주는 거랍니다
또하나는 죽기전에 2만권 책읽기라는데.. 이건 좀 무섭.. 2만권 * 만원 = 2억..헉...
아침 준비하고 먹는 동안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눈것 같고
이 사람을 내가 잘 몰랐구나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도 단단한 사람이길래 바늘하나 안 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못맞추면 포기해야 된다는 분들의 말씀을 듣고, 그래야 되나 싶었지만,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이 사람보다 좋은 사람 만날 자신이 없거든요.
저도 외동딸에 홀어머니 모시고 살아요. 저희 어머니는 아직 일하십니다.
시부모님과 비교하자면 많이 힘들게 사시죠.
그래도 얼마전에 남친이 엄마 친구들 모시고 엄마 생신파티 해줘서 정말 감동많이 먹었어요.
싹싹하게 친구분들 다 챙겨드리고 하는 모습보면서 너무 고맙더라구요.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을정도로...
제가 많이 기우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34살인데도 모아놓은게 5천밖에 안되요.
사치하거나, 그런건 아닌데, 엄마랑 살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엄마가 시집갈때 5천정도 해주신다고 하니 1억정도는 될 거 같은데,
그거 남친한데 주고, 나중에 집살때 보태던지 하라고 할 생각입니다.
애낳기 전까지는 계속 일해서 돈 모을 생각이구요.
아 남친의 특이점 몇개 더 적고 갈께요.ㅋ
1. 밤 10면 무조건 잡니다. 그래서 술을 2차까지 못 먹는 이유도 있네요.
2. 자기 전에 하는 마지막일이 바로 쓰레기 버리고 오기입니다.
집에 쓰레기 있는거 싫다고, 종량제 봉투가 차던 안차던 그냥 버리고 와요.
당연히 분리수거도..
3.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거나 명상하는 것이 여행가서도 그럽니다.
절 깨우는 건 아니지만,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옆에 남친 없으면 좀 허전하고 서운해요.
연애 초반에는 꾸역꾸역 있으면서 낑낑거리고 뒤척이길래 할 거 하라고 했더니,
이제는 스프링처럼 일어나서 할 것 다 하네요.
뭐 대충 생각나는 게 이렇네요.
저희 엄마에게는 싹싹하고 듬직한 사위, 저도 기댈 수 있는 그런 남친을 만나서 좋습니다.
저도 받은 사랑 돌려줄 수 있도록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댓글들을 보며. 제가 지레 겁먹은 부분도, 제가 양보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걸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모든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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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 쓰고 많은 분들의 댓글 잘 봤습니다.
휴일이라 푹쉬다가 심심해서 다시 봤더니 절 질책하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네 제 남친은 정말 거의 완벽에 가까운거 맞습니다.
좋은 학교 나왔고, 좋은 직장에 다니다가, 자기 시간을 위해 입맛에 맞는 곳으로 이직했구요..
이에 반해 저는 간신히 전문대 졸업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홀로 된 엄마 모시고, 아둥바둥 살아왔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천만원도 큰돈이에요.
그래서 책을 2만권 본다길래 만원만 계산해도 2억이라는 큰 돈이라 놀랜 것이었습니다.
저는 직업을 제 입맛에 맞게 골라 본 적이 없어요. 돈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에 지원하려고만 했죠.
그러다보니 남친이 자기 시간을 중요시하고 그걸 우선시 하여 직업을 골랐다는 소리에
약간 척하는 것같고 재수없다고 느낀 것이었습니다.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너무 비참해지네요.
집에 무슨 애완견 들이듯이, 가전제품 사듯이 저를 고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랑이 아닌 동정인가 하는 자격지심도 생깁니다.
넉넉한 살림을 가진 시부모님 생각하면, 우리 엄마가 한없이 불쌍하고 초라하고,
그냥 저 하나만 봐도 이뻐해주는 남친과 시부모님 생각하면,
좋기도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평생 이렇게 저와 제 엄마가 눈치를 보고 살아야 되나 싶은 생각에 결혼이 망설여지네요.
이 관계가 정말 아무 트러블 없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그냥 평범하고 비슷한 남자 만나서 지지고 볶고 사는게 나을까 싶기도 하구요.
남친이 저나 저희 엄마한테 눈치주거나, 척을 하지도 않는데,
다 제 자격지심인건 알겠는데 이 생각을 벗어날 수가 없네요.
제가 댓글에서 썼듯이, 단순히 거실에 쇼파놓고 티비놓고 액자 걸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유복한 가정에서 편하게, 좋은 것만 보고 자란 남친과
아둥바둥 자란 저의 사고방식이 서로 달라서, 과연 제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둥바둥 엄마 생각하니 눈물만 나고,
편히 살자면 이 남자를 선택하는게 맞겠지만,
이게 행복을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만 혼자 이런 고민을 해야 된다는게 너무나 비참합니다.
서로 극단적인 성향은 의도하지 않아도 살면서 융화되는것....여자 마음도 이해 안가는건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 저런 남자는 너무 완벽해서 절대 안놓치고 싶을듯ㅜㅜ
저런남편 나나줘라
뭐가 복잡혀 나주라 걍;
내 이상형 찾았다...
저 글쓴이 기받아갑니다... 존나 부러워
남자 멋있다 딱 저렇게 살고싶어.....어플 다 지우고 문자하고ㅋㅋ 아날로그적이면서 미니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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