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51「부산하면 돼지 국밥」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해운대 할매집서 한 뚝배기 하실래예
순한 돼지 삶았는지 육질이 부드러버예
새우젓 한 숟갈하고 깍두기면 끝이라예
- 김종호의 「부산하면 돼지 국밥」
해운대 할매집에서 돼지 국밥 하자 한다. 육질이 부드럽고 새우젓 한 숟갈, 깍두기면 끝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의 대화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술술 썼을까. 은유 없이 시조 한 수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황진이는 고도한 은유로 시조를 썼을까. 절대 아니다.
부산 사투리이기에 가능하다. 은유 세계보다 현실 세계가 더 진실할 수 있고 정감이 간다. 시조라는 게 참 묘하다. 왜 이 시조가 내게로 왔을까. 나도 모르겠다.
띠지 두른
수만 책들
궁인처럼 앉아 있다
간택을 기다리는
그 눈빛 하도 뜨거워
책 한 권
뽑아들으니
글자들이 춤을 춘다
- 채희숙의「서점에서」
책들이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책 한 권 뽑아드니 글자들이 춤을 춘다. 책들을 궁인으로 비유한 것이 참신하다. 비유는 발견이다. 답답한 책장 속에서 얼마나 간택되기를 기다렸을까.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퇴자이다.
낱말이 문장 속에 들어가면 낱말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사전의 뜻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어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 낱말이 또 다른 문장에서 만날 때 낱말은 또 다른 의미를 얻게 된다. 끝없이 의미가 지연된다.
ambiguity, 그것이 시이다.
-주간 한국문학신문,2024.10.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