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설산업이 든든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설계·엔지니어링 및 시공, 유지관리 등 전 분야에 걸친 기술경쟁력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게는 그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건설업계가 BIM(빌딩정보모델링:Building Imformation Model)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BIM은 종이도면이 아닌 3차원(3D) 모델링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획 및 설계단계에서 가상의 건축물을 실현하는 새로운 기술이자 기법.
BIM을 활용하면 설계는 물론, 시공 및 유지관리 등 건설사업 전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돼, 필요할 땐 언제는 꺼내 쓸 수 있다.
특히 비정형화된 디자인을 가진 초고층빌딩이나,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 등을 건립하는데는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건설업계도 최근 BIM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설계·디자인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첸 질리양(Chen jiliang), 그가 바라보는 BIM의 미래와 한·중 건설업계의 세계 경쟁력에 관해 들어보자.
첸 질리양은, 미국에서 5년간 설계, 디자인을 공부한 유학파로, 190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 중인 동지대학 건축설계연구원의 부총감이다. 특히 중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층빌딩인 상하이타워의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으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상하이타워 및 총괄 PM으로써의 역할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상하이타워는 최고 높이 632m, 121층 규모의 초고층빌딩으로 중국내에서는 가장 높은 빌딩이다.
업무 및 상업시설을 비롯해 호텔과 관광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오는 2014년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총괄 관리자로 일하며, 디자인에서부터 시공, 효율적인 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BIM을 적극 도입했는데,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계획·설계단계에서 부터 BIM을 도입했고 구매와 시공, 운영 등 모든 과정에서 BIM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복잡한 초고층 구조를 가진 건축물인 만큼 3D 모델링으로 공종간 간섭을 체크하고 있으며, 각종 솔루션 및 성능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공 및 운영관리 단계에서 빚어질 수 있는 오류를 점검하고 있다.
또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BIM기술을 동원해 다양한 친환경시설·설비와 공법을 모색하고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중국 건설시장에서 BIM이 실용기술로 자리잡은 것인가
BIM을 도입하자는 공감대와 인식은 이미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등 공공기관도 BIM과 관련된 법규나 지침 등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발주자 대부분이 종이도면에서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한 상황이라, 완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BIM이 건설산업에 미칠 영향력은
가장 선진화된 미국을 예로 들었을때,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약 5년 뒤에는 BIM이 건설산업의 최대 경쟁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다.
홍콩과 타이완 등등 여러 나라들도 BIM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의 친환경 녹색성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열망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BIM기술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BIM 기술력에서 뒤쳐지는 국가는 세계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다.
-BIM기술이 건축물이 친환경성을 제고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상하이타워을 예로 든다면, 중국내 친환경 기준인 3스타 녹색표준을 비롯해 전세계 어떤 엄격한 기준에도 부합되는 설계안을 도출했다.
이는 BIM을 통해 설계를 정밀화시켰기 때문이다.
또 각종 BIM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공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하자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성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중국과 한국 등 BIM을 적극 도입하려는 국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관련 법규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고 그와 더불어 건축주, 즉 발주자가 BIM의 효용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BIM을 활용해 친환경성을 제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BIM은 3D모델링을 위한 단순 설계도구나 기법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와 전문인력 양·육성을 위한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
-한국과 중국, 양국의 건설업계를 비교하고 전망한다면
한국 건설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양국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중국의 경우에는 건설사업 관련 내수시장이 매우 커 성장세가 빠르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양국 모두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BIM과 같은 새로운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할 것이다.
덧붙여 서로 경쟁관계라 할지라도 양국 건설 및 설계업계간 교류협력이 증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양국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물론, 영향력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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